퇴근 후 글쓰기
"저는 은행 경비원입니다."를 출간하고 광고회사에 들어와 일한 지 이제 1년 하고 1개월이 지났다. 1년이 지났으니 퇴사할 때 퇴직금은 받을 수 있게 됐다. 은행 경비원 글을 쓸 당시 이런 표현을 했다.
"30대 남성이 한 달에 200만 원도 못 벌고 산다는 건 그만큼 능력이 없는 것이다. 난 능력 없음을 인정하지 못해 무슨 일을 하냐는 질문 앞에 늘 망설였다. 그런 내 지질한 내 모습을 쓴 책이 바로 저는 은행 경비원입니다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젠 한 달에 200만 원은 넘게 벌고 있다. 그럼 난 능력이 생긴 건가? 물론 전보다는 그렇겠지만 이건 그냥 당시 나의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쓴 하나의 예시이지 돈을 많이 번다고 그 사람이 능력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단 돈 1원이라도 정말 가치 있게 벌고, 정직하게 번다면 그것이야 말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엔 불법적으로 기형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을 두고 능력이 있다고 말할 순 없는 게 아닌가. 그래서 적은 돈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을 다 했다면 그것은 적은 능력이지만 없다고 할 순 없는 것이다.
갑자기 돈 이야기를 했는데, 쓰다 보니 삼천포로 빠진 것 같다.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게 브런치에 쓰는 글이지 않을까?
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글을 쓴다 제목엔 매일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뻥이다. 주말엔 안 쓴다. 제목은 원래 좀 자극적으로 써야 사람들이 보니까 그렇게 쓴 것이다. 사실 글쟁이들은 어쩌면 다 뻥쟁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 지난 나의 이야기들이 정말 실제로 존재했던 일인지도 인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 과거는 항상 이렇게 미화되고 잊히기 마련이다. 일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곤 말이다.
매일 글을 쓰면 아무 생각이 안 든다. 다만 한 가지 느껴지는 건 타자 속도가 정말 빨라졌다는 것이고, 이제 오타도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1년 동안 주 5일 하루 1만 자를 쓰면 일주일이면 5만 자이고, 한 달이면 20만 자이고, 1년이면 200만 자가 넘는다. 난 지금까지 200만 자 이상의 글을 썼고, 내가 쓴 글은 매일 네이버에 올라간다.
글 쓰는 게 직업이 됐다. 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난 항상 동적인 일보다 정적인 일을 해 왔던 것 같다. 군대에서도 작전병을 했으니 말이다. 작전병은 주로 사무실에서 문서를 만들고 전화를 받고 장교들 심부름하는 역할을 했다. 난 공군도 아닌 해군의 헬기부대의 작전병이었으니 해군의 0.1%였던 것이다.
요즘은 집에서 일한다.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아침에 일어나면 컴퓨터부터 켜고 오늘은 어떤 글을 쓸지 확인한다. 그리고 커피를 한 잔 내린 후 글을 쓰기 시작한다. 작은 노트북을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 있으니 눈알이 빠질 것만 같다. 그래도 혼자 사는 작은 내 방에서 일하기에 쉬고 싶으면 잠깐 쉬어도 되고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잠깐 보기도 한다.
대충 점심을 먹고 나면 씻고 집을 나선다. 그리고 집 근처 카페에 가서 남은 일을 마저 한다. 이렇게라도 밖을 나가지 않으면 정말 일주일에 집 밖을 한 번이라도 나설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집에만 있으면 계속 몸이 처지니 애써 밖을 나서려 한다.
재택근무 초반엔 배달음식을 주로 시켜 먹었는데 이게 하루 두 끼(난 아침은 안 먹는다)를 집에서 해결해야 되니 돈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살찌는 느낌이라 요즘엔 적어도 한 끼는 해 먹으려 한다. 그게 건강에도 좋고 돈도 절약되니 1석 2조다.
일할 땐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치 기계처럼 일한다. 그리고 하루 8시간 동안 1만 자의 글을 쓰고 나면 지친다. 생각을 하지 않았는대도 생각을 하고 싶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이젠 몸을 움직이고 싶어 진다. 그래서 달리기를 한다.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 허리도 아프고 자꾸 살찌는 느낌이라 애써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몸이 굳어 의자와 하나가 될 것만 같다.
힘들다. 참, 일이라는 게, 사는 게 말이다. 애써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난 나름 작가이지 않는가. 작가라는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선 계속 글을 써야 하고 책을 내야 한다. 그런데 난 매일 글을 쓰는데 책으로 낼 수 있는 글은 아니라 글은 쓰지만 책을 내진 못한다.
물론 다음 책은 이전에 쓴 글을 모아 출간할 예정이라 이미 작업도 다 마무리 단계까지 온 상황이다. 하지만 왠지 자꾸 미루게 된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은 진짜 내 글을 쓰고 싶어서 쓰게 됐다.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지만 애초에 난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지 않았기에 지금의 상황이 조금 안타깝지만, 덕분에 배불리 잘 지내고 있으니 다행이기도 하다.
일은 원래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잘하는 걸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잘하면 좋아하게 되니 그게 그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좋아하는데 못하면 그냥 취미로 하면 된다. 근데 잘하면 보통 직업이 되니 그렇게 되면 조금 힘들어진다. 뭐 그렇다고 내가 글을 잘 쓴다는 건 아닌데 말이 이렇게 됐으니 그냥 잘 쓴다고 두자.
그런데 사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의 기준이 있기는 한 것 같은데 그것도 다 어쩌면 주관적인 거라서 난 잘 모르겠다. 글 잘 쓰는 것의 기준은 그냥 솔직함이라고 생각한다. 자꾸 딴 소리하는데 그냥 일하기 싫다고 하는 소리다.
요즘은 은행 경비원 할 때 퇴근 후 밤마다 카페에서 글 쓸 때가 생각난다. 그땐 정말 열심히 썼다.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썼다. 처음 브런치 할 때도 사람들의 좋아요 하나에 댓글 하나에 기쁘고 좋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브런치를 들어가고 오늘은 몇 명의 방문자가 왔는지 누가 좋아요를 눌렀는지 보고 또 본다. 그런데 요즘은 하루에 한 번도 안 들어가 보게 됐으니 가끔은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역시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인가 보다. 이제 진짜 내 글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