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글쓰기
꾸준히 책을 읽으며 지낸 지 벌써 햇수로 7년째가 되어가고 있다. 내년이면 8년째가 된다. 책을 꾸준히 읽었던 것은 비단 지식을 쌓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모르는 것을 알고 싶다는 욕구에서 행한 것이 크다. 나에게 있어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함은 불안으로부터 기안한다.
세상은 불확실한 것들이 가득하며, 앞날을 예측할 수 없기에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그럼에도 알고자 하면 알아질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안고 몇 개월간 도서관에서 지냈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책 읽는 게 즐거웠다. 지금껏 편식하며 읽어왔던 독서 패턴이 다양해진 계기가 됐다.
책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것 또한 불안 때문이었다. 뭘 잘하는지 몰랐고, 뭘 할 수 있는 인간인지 몰랐던 때 이거라도 붙잡고 있지 않으면 의미 없는 인간으로 전락해 버릴 것만 같았다. 책이라도 읽어야 험난한 세상에서 나를 보호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는 현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독서는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갑자기 왜 책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사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책 읽기가 뜸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뭘까 생각해 보니 그만큼 내 삶이 안정적이라서도 있고, 매일 활자를 보는 일을 하니 더 이상 글자를 보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크다는 점도 있다.
지금까지 독서를 하면서 느낀 점은 그때 나의 관심사에 따라 책 성향도 바뀐다는 점이다. 한 때 기획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는데 그때 나의 독서 리스트를 보면 거진 다 기획 및 마케팅과 관련된 책이었다. 그렇다면 난 요즘 어떤 관심사에 꽂혀 있을까?
독립출판, 난 지난 1~2년간 독립출판에 매료되어 있다.
독립출판이란 무엇일까? 보통은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낼 수 있다. 작가는 오직 글 쓰는 노동만 할 뿐 그 이외의 것들은 대부분 출판사에서 결정하고 진행한다. 물론 표지 디자인이나 이런 부분에 의견을 내긴 하지만 결정권이 있진 않는 편이다.
그에 비해 독립출판은 작가가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다 거치게 된다는 점이다. "독립" 말 그대로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고 예속되지 아니한 독자적인 존재이다. 오직 홀로 모든 것을 다 주관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독립출판이다. 독립출판은 작가를 넘어 책 제작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1인이 총 6가지 역할을 하게 된다. 1) 기획자 2) 작가 3) 편집자 4) 디자이너 5) 유통업자 6) 마케터까지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배송하고 홍보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홀로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쩌면 제작자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된다.
책에 들어가는 모든 결정을 스스로 한다는 것은 자율성이 부여된다. 그렇기에 정말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 표지를 어떻게 만들던지 글자 크기를 얼마나 크고 작게 할지 판형이며 페이지 수까지 모두 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게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결정은 글 이외에 크게 많지 않다. 심지어 글조차도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게 될 수 있다.
출판사는 기업이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그렇기에 이윤이 되지 않는 책은 출판하기 힘들어할 수 있다. 물론 신진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일부 노력을 기울이려고는 하지만 사실 이 또한 대형 출판사에 한하여 자본이 넉넉하다는 가정하에 가능한 일이다. 실상은 이마저도 아닌 경우가 많다.
동료 독립출판 작가는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했는데 요즘은 출판사에서 작가 인스타를 키우기를 권고한다고 했다. 약간 반 강제로 말이다. 그래서 작가가 sns 상의 인지도가 높으면 글이 조금 별로라도 출판하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사실 이런 모든 걸 차치하고 독립출판이 가장 좋은 것은 누군가에게 컨펌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출판사에 투고하여 합격 불합격을 당할 일이 없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것은 양날의 검일 때가 많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돈을 주고 구매했는데 너무 퀄리티가 떨어지면 실망할 수 있다. 그렇기에 독립출판을 하여 판매까지 하고자 한다면 스스로 최대한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독립출판은 그만의 개성을 고이 간직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일반적이지 않은 날것의 글과 모양들 말이다. 기존 출판사에선 보기 힘든 그런 글들 말이다. 요즘은 출판 편집자들도 독립출판물을 많이 소비한다고 한다. 그중에 좋은 작품은 함께 작업하길 요청하기도 한다.
난 누구나 독립출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하고자 한다면 말이다. 요즘은 관련 클래스도 무척 많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기회는 넘쳐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열정이 필요한 일이다. 사실 취미로 삼기엔 너무 폼이 많이 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조차도 지금 은행 경비원 책 2쇄를 찍어야 하지만 귀찮다고 미루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글을 쓰고 퇴고하고 편집하고 디자인 작업 그리고 인쇄, 유통, 홍보까지 하는 모든 일이 쉽진 않다. 하지만 그것을 해 냈을 땐 묘한 쾌감을 느낄 수 있고, 어디 가서 작가라고 할 수도 있으니 뭔가 있어 보이지 않는가? 난 그렇게 생각한다. 어디 가서 이제 나를 소개할 때 망설이지 않게 됐다. 당당히 책 2권을 낸 작가라고 소개한다.
간지 난다. 그래서 좋다. 잘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자식 같은 책이다. 내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에 더 애착 가고 소중하다. 이런 경험을 꼭 브런치에 글 쓰는 작가님들도 경험해 봤으면 싶다. 어렵지만, 도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나도 두 번째 책은 회사 다니면서 글을 썼으며 모든 작업을 다 해 냈기 때문이다. 물론 힘들었지만....
어쨌든, 주절주절 말이 많았는데 내 인생에 내 이름이 박힌 책 한 권 갖고 싶다면 독립출판의 세계로 오시길 바란다. 생각보다 이 세계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이 난 자랑스럽고, 너무 좋다. 그래서 꾸준히 계속 독립출판 세계에 있고 싶다.
다양하고 멋진 작가님들도 많이 만날 수 있고, 그들과의 관계도 생각보다 새롭고 생경하며 특별한 편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다수의 관계와는 질이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더 좋다. 앞으로 계속 글을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얼른 만났으면 싶다. 함께 책 팔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