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기록

평범한 하루 속에서 찾아온 순간들

by 희지

오늘은 하루가 평범한 날이었다.

그런 평범한 날이기에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있었다.

떼쓰지 않고 무난히 하원시키고 밥 먹이고 놀았던

나의 진이 다 빠져

‘오늘 하루 참 대단했어’가 아닌

‘오늘 하루 참 무난했어’라고 끝나는 하루.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뿌듯한 감정이 솟구치는 시간이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들과 함께

샤워를 하고 나왔다.


나는 머리를 말리고 아이들은 벌거벗은 채

서로를 마주보며 거실을 빙글빙글 도는데

그걸 바라보고

그 순간이 꿈같이 느껴졌다.


예전 같았으면

샤워하고 나오면 전쟁이었다.


나가기 싫어하는 아이들과

“이제는 나가야 하는 시간이야”라며 실랑이를 벌이고,

머리 말리기 싫어하는 아이 붙잡고,

옷 입기 싫어 도망다니는 아이 붙잡고,

로션 바르기 싫어하는 아이 붙잡고,

슬래장기를 한 5번은 하고 난 뒤에야

내가 머리를 말리고 로션을 바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엄마 제가 먼저 나갈게요”라며 닦고,

“머리 말려주세요”라며 머리를 말리고,

나가는 게 아닌가…


갑자기 확 크게 느껴졌다.


더구나 내가 머리를 말릴 때

리안이와 놀아주고,

옷도 스스로 꺼내 입었다.


라온이가 그렇게 행동하니

리안이는 저절로 스스로 했다.

그 순간이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모른다.



갑자기 문득

‘아 이제 아이들과 같이 샤워하고 함께 물놀이하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싶었다.

나는 여자고 아이들은 남자니깐.

오은영 박사님은 자식과 부모가 서로 다른 이성일 때

만 5세 이후부터는

최소한의 속옷을 입고 샤워를 해야 한다고 한다.


라온이가 만 5세이니

이제 조심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그렇게 빨리 컸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막상 훅 큰 모습을 볼 때

뿌듯하기도 하면서 시원섭섭하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지금 시기가 아니면

같이 할 수 없는 것들에 집착하는 것 같다.



흘러가는 시간은 잡을 수 없으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나중에 커서

‘엄마랑 이런 것도 했었지’

라며 대화하는 그런 날을 기다리며


오늘을 기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