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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meejong Sep 23. 2021

사소한 이야기가 가진 소중함에 대하여

카페 Chit Chat 이야기

내가 일하는 위쿡이라는 회사는 푸드메이커(F&B 사업을 하는 사람들)들이 사업을 시작하고 성장시켜나가는데 필요한 솔루션들을 만들고 제공하는 회사이다. 대부분 공유주방하는 회사라고 알고 있지만, 공유주방은 우리가 가장 먼저 출시한 솔루션일 뿐, 아주 초기부터 회사의 방향을 그렇게 잡고 해왔다. 실제로 그 당시 IR자료를 보면 미흡하나마 이런 그림들이 다 그려져 있다! IR을 통해 계속 외부에 알리지 않은 이유는 투자자들의 사업이해도 때문이였다. 지금은 공유주방을 다 알지만, 사업을 시작했을때만해도 공유주방이라는 BM을 이해시키는 것도 꽤 어려웠다. 그런데 만약 이런 상상에 가까운 이야기를 다 설명을 하면 되돌아올 질문은 뻔했을 것이다.


재작년 쯤 푸드메이커들에게 필요한 솔루션이 하나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만난 푸드메이커들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주로 하는데, 이러한 제품들을 오프라인으로 고객들에게 소개할 만한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여기서 대단히 많은 수익을 창출한다기 보다는, 일종의 홍보 공간으로서, 신제품이 나오면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커뮤니티를 활성화하여 MD등 업계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것이다. 소비재 대기업에서 마케팅용으로 운영하는 쇼룸과 같은 기능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KITT라는 공간이다. KITT의 내부는 식료품을 진열하고 판매할 수 있는 그로서리존,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키친존, 카페 등 일반 고객들을 위한 홀로 구성되었다. 좌석 수 등을 고려하면 생산성이 매우 낮은 공간이지만, 앞서 말한 이 공간의 목적을 고려했을때, 그 역할을 충분히 하면 됐다. 실제로 오픈과 함께 우리 공유주방에 만드는 상품들을 일부 사입해서 판매하기 시작했고, 푸드메이커와 푸드메이커의 상품을 주제로 한 밋업도 개최했다. 미약하게 시작했지만, 우리 회사가 계속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반복하면서 개선해 나가면 시장에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KITT의 초기 모습. 

 2020년 2월 그랜드오픈을 했다. 그렇다. 바로 오픈하자마자 코로나를 만났다. 지금은 가물가물하지만, 그때만 해도 굉장한 공포감이 있었다. 2,200이던 코스피는 1,500까지 거의 대략 1/3이 날라갔고, VC들의 투자 심리도 급속히 냉각해 당시 투자를 앞두고 있던 우리 회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그렇지만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음식점, 카페는 거의 죽을 맛이었다. 거의 오프라인 식당은 모두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KITT는 오픈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고객들의 인지도가 없었고, 애초에 좌석도 부족한 그런 악조건에 있었다. 다행히 재난지원금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점을 기점으로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지만, 외부의 환경이 달라진 상황에서 이 공간도 쇼룸이라기보다는 수익을 창출하는 공간으로 바꿔서 운영을 해야 했다. 완전한 변화가 필요했다. 


그동안의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다. 먼저 KITT에서 고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았던 브런치와 와인을 메인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지역의 특성상 주로 낮 시간대 여유가 있는 3-40대 여성 고객들이 많이 내방하였는데, 이들은 2시간 이상 오랜시간 머무르곤 했다. 회전율과 객단가를 고려해서도 가격대가 있는 메인디시급의 요리가 필요했고, 메뉴개발을 시작했다.


현재 판매 중인 메뉴들. 집 근처에 하나 있으면 정말 좋겠다.



Chit Chat 네이밍은 가벼운 이야기, 스몰토크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이 네이밍 또한 브랜딩의 연장선에서 진행되었다. 오랜 시간 머물며 대화를 나누는 고객들은 사실 그렇게 심각한 얘기를 한다기 보다는 일상의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그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 그리고 그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과 공간은 굉장히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착안을 했다고 한다.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의 중요함. About matters that don’t matter 라는 문장도 그래서 나왔다. 의역을 조금 더 해보자면, 가벼운 일상의 이야기가 가진 소중함 이라고 해야되나?  


기획 단계에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 Keynote.


브랜드의 정체성을 설정한 이후 브랜드를 시각화 단계에 착수했다. 이 시각화 단계를 총괄 담당한 사람은 26세의 박유나 디자이너. 꽤 큰 프로젝트를 총괄하긴 어린 나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초안 단계에서 내부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1등을 했고, 그대로 끝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Chit Chat의 여러가지 시각적 요소들에 대해 질문을 했었는데, 예를 들어 Chit Chat 에 들어가는 괄호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서로 묶여져 있는, 함께 하고 있다는 시각적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수식에 있어서 괄호가 먼저 계산되는 것에 착안해서, 중요성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폰트 스타일과 관련해서도, 이 브랜드가 캐쥬얼한 분위기를 갖고 있지만, 제공되는 음식이 다이닝에 가까운 음식이기에 세리프를 선택하되 너무 고전적인 느낌이 나지 않도록 조정을 하였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가벼움과 무거움 그 중간의 지점을 설정하고 표현했다고 한다. 

컬러와 폰트, 그리고 괄호를 사용하여 진행한 비쥬얼작업. 스스로 생각해도 어떻게 이렇게 잘할 수 있지… 라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얘기를 해보니 지금도 진심인 것 같았다.


시각화 단계가 인테리어/공사로 넘어가는 과정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우리의 경험상, 예쁜데 실용성을 고려하지 못한 인테리어도 많이 해봤고, 실용적이지만 고객의 와우 포인트를 주지 못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거기다 Chit Chat의 경우 기존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예산을 절감해야 되는 미션도 있었다. 일단 KITT의 경우 조리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조리공간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제공할 메뉴를 감안하여 주방을 구성했고, 오픈 주방으로 가냐마냐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아예 주방 벽을 쳐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할 수있는 포토존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가구들을 그대로 살려 브랜드 컬러에 맞게 도색을 하여 재사용을 했다. 



자원을 최대한 재활용하여 진행된 인테리어 작업.


새로운 브랜드를 오픈하고 오퍼레이션이 잘 정착하면서 Chit Chat은 꽤 좋은 숫자들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내방고객이 들쑥날쑥 하는 경우가 생기지만, 굉장히 고무적인 부분은 지역 내 배달매출이 높다는 것이다. 상업지구가 아닌 주거지구이기 때문에, 반경 2-3km 내 고객이 주를 이루는 배달 매출은 그 의미가 크다. 해당 지역 내 거주하는 고객들의 입맛을 충족시켜주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방고객 매출과 배달 매출이 약 1:1 수준으로 꽤 높고, 높은 객단가를 유지하고 있어 역마진에 대한 부담도 없는 편이다. 가장 중요한 고객들의 만족도 또한 배달의민족 4.9, 쿠팡잇츠 4.7, 네이버 4.5 정도로 준수한 수준을 맞추고 있다. 갖춰나가야 할 것들이 더 많은데,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된 브랜드이기 때문에 고객들의 소리를 반영해 가면서 계속 채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Chit Chat 메뉴가 배달로 나가는 모습.


오랜만에 유나님이랑 얘기를 하다보니 그 동안은 몰랐던 사실 몇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 당시에 압박감이 너무 심해서 굉장히 날카로워져 있었고, 한번은 울음까지 터뜨렸다는 것이다. 전혀 몰랐던 이야기이다. 유나님은 입사한지 2년 정도 되었는데, 면접을 내가 봤었다. 처음 입사해서는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위쿡마켓의 UI/UX디자인을 담당했었고, 기획전이나 입점하는 브랜드의 브랜드의 상세페이지까지 브랜드 기획과 스토리텔링도 굉장히 세심하고 감각적이게 잘했었다. 또 회사에 들어온지 얼마 안된상태에서 이런 것은 어떠냐 저런 것은 어떠냐 의견도 많이 내고, 아닌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분별력 있게 얘기해가며 일을했기 때문에 Chit Chat을 담당한다 했을 때도 사실 잘하고 있겠거니 하며 전혀 걱정을 안했었다. 그런데 본인은 자기가 담당인데 망하면 어떡하지? 하며 모든게 다 자기 탓 같고 그랬다고 한다.


Chit Chat을 잘 만들어가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사실 실패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얘기를 해줬다. 흔한 말이긴 하지만 정말 경험상, 실패를 해보고 실수를 해봐야 더 큰 일, 어려운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곧 성장이 아닌가 싶다. 자기가 할 수 있을 만한 일, 잘하는 일에만 업무를 가두게 되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그 성장의 폭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나 역시 내가 하는 업무가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고,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얘기를 해줬다. 정말이다. 이게 맞나? 의문은 항상 들고, 항상 부족하고 뭔가가 불안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렇게 몇 년을 해오면서 어떤 상태가 되었냐면, '나는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하고, 내가 부족한 것은 다른 사람들한테 맡기자' 가 되었다.


조직개편이나 인사이동, 사무실 변경 등 많은 일들이 있어서 직원들이랑 식사를 하거나 차한잔 하기도 어려웠다. 회사에서의 내 역할이 그런 역할이 아니긴 하지만, 상담이나 면담을 하는게 하나의 일처럼 되버리면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냥 이번 Chit Chat 인터뷰처럼 정말 캐쥬얼하게, 그냥 한두 시간 논다 생각하고 얘기를 해보는 것도 필요하겠다 싶었다. 가벼운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 정말 중요하다!  


마감 시간 대 Chit Chat 의 외부.



Chit Chat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hitchat_song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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