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이 대전환기를 맞이한 지금, 맥킨지(McKinsey)가 발표한 「2025 Mobility Consumer Pulse Survey」는 전기차(EV) 시장의 현재 위치를 매우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번 리포트는 단순히 “전기차가 늘고 있다”는 수준을 넘어, 지역별 소비자 심리의 격차, 구매 결정의 기준 변화, 그리고 기술과 브랜드의 재편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드러낸다.
여기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흐름을 함께 짚어본다.
전기차 채택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그 속도와 동인은 지역마다 극명하게 갈린다.
중국
2024년 중국의 신차 판매 중 약 50%가 전기차(NEV)였다. 소비자의 80% 이상이 다음 차량으로 전기차를 고려하고 있으며, 시장은 이미 규제에 의한 공급(Push) 단계를 지나 소비자 수요(Pull) 중심의 시장으로 완전히 전환되었다. 전기차는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라 기본값에 가깝다.
유럽
전기차 판매 비중은 2022년 24%에서 2024년 21%로 소폭 하락했다. 독일을 포함한 주요 국가에서 보조금 종료 이후 구매 심리가 위축되었고, 최근 일부 반등 조짐은 있으나 규제 목표 달성에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저가 중국 전기차의 본격적인 유입을 경계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
도시 지역의 전기차 구매 의향은 51%인 반면, 농촌 지역은 18%에 불과하다. 지역 간 격차가 2.5배 이상 벌어지며, 전환 속도는 매우 더디다. 이로 인해 내연기관(ICE)과 하이브리드 기술의 장기적 공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국
2024년 ‘전기차 캐즘’을 지나며 테슬라 중심으로 수입 전기차 판매가 회복되었다.
2025년 기준 수입차 내 전기차 비중은 약 28% 수준이며, 2026년에는 보조금 확대 가능성을 감안할 때 전체 신차의 20% 이상이 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EV 전환을 경험하는 시장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전기차 구매를 가로막는 핵심 장벽은 여전히 세 가지다. "주행거리, 가격, 충전"
주행거리
소비자가 요구하는 최소 실주행거리는 약 500km. 이는 2022년 조사 당시 425km 대비 크게 높아진 수치다.
가격
응답자의 35%는 동일 사양의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할 경우에만 전기차를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흥미로운 점은, 보조금 없이도 가격이 동일해질 경우 구매 의향이 1.7배(55%)까지 상승한다는 것이다.
가격이 곧 전환 속도의 핵심 변수임을 보여준다.
충전
공공 충전 인프라의 확충과 함께, ‘20분 이내 급속 충전 가능 여부가 강력한 구매 결정 요인으로 부상했다.
내연기관 시대에 견고했던 브랜드 충성도는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높은 전환 의향
전기차 구매자는 브랜드 변경에 매우 개방적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소비자의 약 3분의 2가 브랜드 전환 의향을 보였다. 따라서 최근 독일, 미국의 해외 브랜드가 중국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자국브랜드가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
선(先) 스펙, 후(後) 브랜드
소비자는 먼저 자신의 주행 패턴에 맞는 주행거리·충전 속도·전비를 검색한 뒤, 그 조건을 충족하는 브랜드를 선택한다. 브랜드는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가 되었다.
고급차 시장에서 경쟁의 중심은 명확히 이동하고 있다.
ADAS의 부상
중국의 프리미엄 소비자들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핵심 구매 요인으로 꼽았으며, 2030년에는 브랜드 차별화의 1순위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ICV(지능형 연결 차량)
스마트 콕핏, AI 음성 비서, 몰입형 사운드 등 디지털 경험이 하드웨어 성능과 동등한 가치를 갖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맥킨지 리포트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더 이상 ‘글로벌 표준’ 하나로는 승산이 없다.
자동차 제조사는 지역별(도시 vs 농촌), 세대별(MZ vs 기성세대)로 파편화된 요구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설계해야 한다.
가격 경쟁력을 위한 Design-to-Value 기반 원가 혁신, 그리고 차세대 PHEV(EREV)와 같은 과도기적 파워트레인의 전략적 활용.
이 두 가지를 얼마나 유연하게 다루느냐가 다가오는 전기차 경쟁의 생존 조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