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철학생활(4) 철학 한번 배워보고 싶은데요

철학과 새내기와 철학 입문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졸업생의 철학 소개글

by 서희미


전공이 철학이라고 하니 관심을 보여주시는 분들을 종종 만났다. 자연과학 계열 공부를 하시면서 글을 쓰시고 인문학에도 관심이 많은 분이 계신가 하면, 취미 뮤지컬 발성반 듣다가 만난 어떤 분은 한나 아렌트가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고 큰 충격을 받으셨다고 했고, 영화광인 내 친구는 가끔 내가 쓴 리포트를 꼼꼼히 읽고 질문하거나 감상을 들려줬다.


이번 포스트는 예고했던 것처럼 철학 전공자가 아닌데 철학에 어떻게 입문하면 좋을지 관한 이야기다.


사실 이거 정말 부담되는 주제다. ㅋㅋ 지금까지 썼던 포스트 중에서 가장 어려운 주제가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이미 철학을 전공하는 학생이거나 전공할 예정인 새내기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앞으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철학과 동거동락할 운명일 테지만, 전공자가 아니고 전공할 예정 또한 없는데 철학이라는 학문을 접해 보고 싶은 분에게는 대체 어느 정도까지 어떻게 안내를 해 드리면 좋을지 막막한 것이다.


하지만 난 한국인이고 한국인은 오지랖과 정의 민족이 아닌가. “와~ 철학과세요? 저도 평소에 철학에 관심 많았어요. 한번 배워보고 싶은데ㅠㅠ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역시 비전공자한텐 너무 어렵겠죠?” 시무룩하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이 눈앞에 있으면 두뇌를 풀가동하며 어떻게 이분을 도와드려야 좋을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


photo-1570569570661-342f6f358ee8.jpg 고뇌하는 대한의 철학도


한편 심리적 장벽도 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철학은 배우면 배울수록 겸손해져야 하는 학문이다. 그러다 보니 ‘아…… 내가 뭐라고 감히 아는 체를 한단 말인가…. 내가 남한테 철학에 관해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공부를 하긴 했는가….’ 이런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다. ㅠㅠ


이 슬기로운 철학생활 첫 포스트 쓸 때부터 쫄린다고 했는데 지금은 훨씬 더 많이 긴장된다. 내가 도를 아십니까 같은 길거리 사이비 철학 전도사가 되는 것은 아닌가… 지나가던 철학도가 보고 “와 씨, 또 이런 애가 나와서 설치네;” 하면 어쩌나… ㅋㅋㅋ 정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니 그래도 전공씩이나 했다면서 뭐 썰 좀 풀어볼 수도 있지 왜 이렇게 유난스러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혼자 막 들떠 있다가 어느 순간 고요해진 사방을 둘러보며 내가 요란하게 울리는 빈 깡통이었다는 걸 깨닫는 것만큼 수치스러운 일이 또 없다. ㅠㅠ


자, 그러니까 이제 나를 보호하기 위해 약간 비겁하고도 얍삽한 결계를 하나 치겠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모든 내용들은 궁극적으로 “혹시 이렇게 해 보시면… 어떨까요? 제가 그래도 학교 다닐 때 공부 나름 열심히 했는데… 들어나 보실래요?” 라는 소심한 제안이다.


내 제안이 마음에 들면 공부할 때 한번 활용해 보시고, 아니라면 쿨하게 무시하면 된다. 참고로 내 학부 성적은 4.18/4.5다. 대학원 학점은 쫌더 높음. ㅋㅋ 뭐 엄청 대단한 성적도 아니고 갈수록 대학에 학점 인플레가 판을 친다고는 하지만, 내세울 게 이런 것밖에 없으니 나름 열심히 들었다는 증명이라도 되길 바란다. 이 글을 보는 분들께 코딱지만한 신뢰라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내가 주로 서양철학을 공부해서 안타깝지만 동양철학에 대해서는 좋은 가이드라인을 드릴 자신이 없다……. 마찬가지로 비교철학도 잘 모른다. 서양철학 위주의 안내임을 인지해 주시기 바란다. ㅠㅠ



사람들은 왜 철학을 배우고 싶어할까?


물론 “철학? 그거 철학원에서 애기 이름 지어주는 거 아니야?” 하거나 “철 배우는 학문인가요?” 뭐 이 정도로 관심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철학에 흥미가 있고, 비록 전공자는 아니지만 제대로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꽤 있는 듯하다. 그래서 철학서들도 팔리고 비전공자 대상 교양강의들도 열리고 그러는 게 아닐까? 하긴 당장 우리 엄마부터 집을 아주 도서관으로 만들어 놓고 전공자인 나도 안 보는 책을 사서 막 줄까지 쭉쭉 그어 가며 읽는다.


사람마다 다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그래서 왜 철학을 배우고 싶은지 물어보면 다들 각자만의 대답을 내놓겠지만, 아마도 이러이러해서 철학을 배우고 싶어하지 않을까? 라고 개인적으로 몇 가지 이유를 추려 보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토대로 6가지 유형을 만들었다. 이건 진짜 내가 야매로 만든 유형이고 철저히 내 생각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어떤 유형에도 포함되지 않을지도 모르고 여러 유형에 복수로 해당될지도 모른다. 만약 본인과 가까운 유형이 있다면, 유형별로 철학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조심스럽게 제안할 테니 도움이 되길 바란다.


herm-Socrates-half-original-Greek-Capitoline-Museums.jpg 테스형.... 세상이 왜이래

사진 출처: Socrates | Biography, Philosophy, Method, Death, & Facts | Britannica



1. 테스형 유형

나훈아 씨의 노래 <테스형> 가사에 이런 구절들이 있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세월은 또 왜 저래’ ㅋㅋㅋ 이거 생각보다 되게 철학의 핵심을 꿰뚫는 가사 아닌가 한다.


이 유형은 아니 진짜 세상이 왜 이래? 이건 왜 이래 저건 왜 이래? 라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한편으로는 투덜대기도 하는ㅋㅋ 남들 눈엔 세상에 불만이 많다고 보일지도 모르는 그런 분들이다.


나도 이 유형이다. 입시할 때 철학과에 원서 넣고 합격한 뒤에, 아빠가 나한테 철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있냐고 물었다. 그때 나는 “세상에 이해가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아. 답답해. 왜 이렇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고 좀 알아야겠어.” 라고 대답했다. 이 대답을 듣고 아빠는 “그래, 그럼 철학과 가는 게 맞지.” 라고 했다.


‘왜’, ‘어째서’ 라고 세상만사에 사사건건 의문을 가지고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알아가고자 하는 지적 욕망이 풍부하다면, 철학과에 안 왔을 뿐이지 철학도의 자질이 충분한 사람이다. 첫 포스트에서 철학이라는 단어가 어원적으로 앎에 대한 사랑을 뜻한다고 말했다. 앎과 지식을 추구하고 세계를 분석 및 설명하고픈 욕망을 느끼는 당신은 테스형 유형이다.


이 유형은 아마 대체로 거시적인 시각을 가진, 그러니까 세상을 좀 크고 넓게 보고 싶은 분들이 아닐까 싶다. 나 자신의 내면 탐구보다 외부 대상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철학에 대한 흥미가 발동했을 듯하다.



2. 인생 철학 부재 유형

첫 포스트 쓸 때 내가 옥스포드 사전과 캠브리지 사전에서 각각 ‘철학’이라고 영어로 쳐서 가장 처음 나오는 사전적 정의를 보여드렸다. 그런데 사전 찾아 보면 알겠지만 아무 단어나 쳐 봐도 높은 확률로 한 단어에 여러 의미가 나온다. 철학이라는 단어에도 여러가지 사전적 의미가 있다. 그래서 캠브리지 사전 스크롤을 약간 내려서 철학이라는 단어의 부수적인 의미들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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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에 주목하자. 그렇다. 우리는 사실 학문을 지칭하는 철학 말고도 일상생활에서 흔히 철학이라는 말을 쓴다. “이게 내 인생 철학이야.” 뭐 장사하시는 분은 장사 철학을 가진 분도 계실 거고 아무튼 일상의 이런저런 분야에서 나만의 철학이 있다고 말하는 경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또는 당신이 그렇게 말한 적이 있거나.


이때의 철학이라는 말은 다른 단어로도 대체될 수 있을 듯하다. 예를 들어 신조, 신념, 가치관, 모토, 지향점, 기타등등. 그렇다면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인생 철학이란 대략 내 인생의 어떤 방향성이나 목표, 또는 내가 살면서 가치있게 생각하여 지키고자 마음먹은 규범들 따위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만약 당신에게 그런 것이 없거나 너무 어렴풋해서 더 구체적으로 확립하고 싶기에 철학에 흥미가 생겼다면 당신은 인생 철학 부재 유형이다.


이분들은 아마 평소에 사색적인 생각을 많이 하실 듯하고, 특히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많이 고민하시는 분들일 것 같다. 즉 철학에 대한 관심이 로부터 출발하신 분들 아닐까 싶다.



3. 예술가, 예술 애호가, 창작자 유형

예술가나 창작자 즉 크리에이터가 철학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흔하다. 예술, 창작이라는 것이 그냥 갑자기 영감을 받아 휘리릭 짠! 어마무시한 결과물 완성! 이런 매커니즘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아니 물론 그게 되는 천재들도 있겠지만, 보통은 각 분야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작업이다. 예체능도 다 각자의 영역을 열심히 공부한다고요. ㅠㅠ


미술 같은 경우는 특히 현대로 넘어오면서 작품 자체의 구성미나 조형미 이런 것보다 그 작품이 어떻게 해서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가, 예술가가 그 작품을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가 같은 개념·관념이 강조되었고 이거에 관해서 온갖 이론이 생겨나고 온갖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ㅠㅠ 미학, 예술철학을 전공강의로 접하기도 할 것이다. 건축의 경우도, 내가 석사논문 쓰면서 건축 관련 논문 찾아볼 일이 있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철학적이었다.


영화 쪽 전공자 또는 현업자거나 시네필이라면 뭐 들뢰즈, 랑시에르, 바디우, 지젝 등등 이런 철학자들의 이름을 자주 들어 보았을 것이다. 철학과에도 영화에 관심 있는 학생들 많고 영화에 대해 말하는 철학자나 관련강의도 많다. 나도 영화 엄청 좋아한다. 철학과 졸업논문도 영화를 주제로 썼고 미대에서 미학 강의 들을 때 소논문도 영화로 썼다. (둘 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흑역사다) 언젠가 영화와 철학을 주제로 따로 기획해서 포스트를 써 볼 것이다. ㅋㅋ


아무튼 내가 뭔가를 창작한다고 했을 때, 그게 어떤 분야의 어떤 맥락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명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철학을 파고드는 분들이 많다. 또 타인의 창작물이나 예술을 감상하길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 작품에 대해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는지 비평가적인 관점에서 철학에 관심을 가지신다.



4. 책벌레, 문학도 유형

사실 뭐 문학 역시 예술의 한 갈래지만ㅋㅋ 내가 문학 전공도 했기 때문에 따로 떼 보았다. 우선 문학을 전공한다면 철학을 안 하기가 더 힘들다. 문학도는 책 즉 텍스트를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텍스트를 분석해야 하고, 그 분석을 하기 위해서 텍스트를 둘러싼 배경(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저자는 누구고 발간된 시대는 언제고 그 당시 그 장소엔 문화가 어땠고 그래서 이 책에는 그런 부분들이 어디어디에 반영되어 있고 이런 것들을 다 공부해서 내가 읽은 텍스트를 설명하고 내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 문학도의 일이다. 이걸 문학 비평(Literary Criticism)이라고 한다. 이 비평의 과정에서 당연히 철학 이론들도 배운다. 철학과보다 문학하는 학과에서 더 많이 다루는 철학자들도 있다.


난 석사과정을 영문학으로 했다고 말했는데, 여기서도 철학 진~짜 많이 한다. 독문학 불문학이면 말할 것도 없겠고(철학하다 독문학 불문학으로 넘어가는 친구들 제법 있지 않을까. 내 주위에도 있었다. 반대의 경우도 성립하겠지) 국문학과에서도 해외문학 하면서 철학가들 이론을 간단하게라도 다루는 경우 있다. (해외의 철학사조에 국내 작가들이 영향을 받은 경우도 많다) 두 학문을 다 거쳐온 입장에서 말하면 문학과 철학은 진짜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고 사실상 거의 한 몸이다. 문학도가 철학에 관심이 있다면 솔직히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한편 난 딱히 문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었다, 문학 작품 읽다 보니까 이게 다 철학이랑 관련이 있는 것 같더라, 그래서 철학서도 좀 읽어보고 싶다. 이런 분들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문학을 전공하지 않았을 뿐 문학적인 교양을 갖춘 사람이다. 그럼 역시나 당연히 철학에 관심이 생길 수밖에. 환영합니다. ㅎㅎ



5. 실속파 유형

요즘 같은 무한 경쟁시대엔 뭐라도 하나씩 더 배우고 갖추는 게 나의 미래를 위한 현명한 투자다. 세계적인 유명 기업 CEO들도 다 책벌레고 비행기 탈 때나 휴양지 가서까지 인문학 책 탐독한다고 하더라. 그럼 나도 봐야지. 철학이 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고 어려워 보이지만 그래도 이게 나에게 미래의 큰 자산이 되어 줄지도 모르잖아!


이런 열정적인 분이 계시다면 당신은 실속파 유형이다. 난 개인적으로 이런 마음가짐 매우 건강하고 좋다고 생각한다. ㅎㅎ 갖춰야 할 스펙이 점점 늘어나고 다들 자격증 따느라 바쁜 와중에 철학에까지 관심을 가졌다면, 인생 철학 부재 유형과 비슷하게 내 인생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아마 이 실속파 유형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보다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까’를 탐구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6. 단순 흥미 유형

이 유형은 “나는 위의 그 어떤 유형에도 속하지 않는데, 그냥 뭐…… 별 생각 없고… 철학이라니 좀 있어 보이기도 하고 재밌어 보이기도 하고. 그냥 평소에 잘 살다가 종종 철학이 어쩌고~ 들었는데 그게 뭔가 궁금했다. 어떤 건지 한번 간이나 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이다.


사실 새로운 것에 처음 접근할 때는 이런 마음가짐이 보편적이지 않을까? 해 보고 나랑 좀 맞는 것 같다 싶으면 각잡고 한번 도전해 보고~ 아님 말고~ 이것도 절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태도가 아닌가 한다.


young-man-2939344_1280.jpg 엄지척~ 환영합니다~~


나를 대신하여, 픽사베이에 있던 이름 모를 아조씨의 상큼한 미소와 따봉을 보내드린다. 시계 이쁘다ㅋㅋㅋ


뭐 본인이 여러 유형에 복수로 해당할 수도 있고, 아무튼 어떤 유형이든 간에, 철학은 당신에게 열려 있다. 당신도 철학할 수 있다! 이런 일타강사 같은 멘트 한번 날려 보고 싶었다. ㅋㅋ 소원 성취!


이제 각 유형별로 처음에 철학에 어떻게 입문하는 게 좋을지 내 의견을 간략하게 말하고 포스트를 끝맺을 것이다. 그 전에 먼저, 공통적으로 참고해 주셨으면 하는 몇몇 사항이 있다.


첫째. 지난 포스트에서도 얘기했지만, 철학은 어렵다.

철학에 대한 관점은 가지각색이다. 누구는 쉽다고 하고 누구는 어렵다고 할 텐데 나는 철학이 절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겁주려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스스로 배우다 보면 “아… 뭐라는 거야, 너무 어렵다…;;” 라고 느끼는 순간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전공자인 나도 어렵고 많이 틀리고 실수한다. 전공자가 아닌 당신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고 한 번에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이 멍청하거나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철학 공부하면 필연적으로 자괴감이 들게 되지만 그렇다고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평가절하할 필요 없다. 원래 어려운 것이다. 이해가 될 때까지 이 사람 말도 들어보고 저 사람 책도 읽어보며 침착하게 공부하면 된다. 그래도 정 모르겠으면 일단 체크한 다음 넘어가고 나중에 다시 알아보면 된다.


철학과 4학년이 되었을 때 나는 공부하다 진짜 “와, 유레카!” 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 짜릿한 경험을 했다. 내가 지금까지 들어 왔던 강의들과 책에서 읽었던 개념들이 새로 공부하는 내용과 맞물려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아 이게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아 그때 들었던 게 그런 거였구나, 깨닫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나도 대학에 와서 졸업을 앞둔 시기가 될 때쯤에야 비로소 좀 알겠다, 파악이 된다, 그런 느낌이라도 받았다. 당신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한 대로 침착하고 차분하게 잘 공부하다 보면 결국은 이렇게 모든 퍼즐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온다. 조급해하지 말라.


둘째. 철학뽕을 경계하고 겸손하라.

내가 슬기로운 철학생활 두 번째 포스트에서 밝힌 내 흑역사를 꼭 반면교사로 삼으셨으면 한다. ㅋㅋ 당신이 어떤 이유로 철학을 공부하든, 난 당신을 응원한다. 당신이 철학을 통해 많은 것을 얻길 바라고, 나처럼 철학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 든든한 정신적 자원이 되어 주길 바란다. 하지만 어디 가서 좀 아는 척하고 싶어서 철학을 한다면 다시 말하지만 오히려 개망신당할 확률이 높다. 대놓고 또는 은밀하게 경멸당할 확률도 높다. 당장 눈앞에서 사람들이 오~ 이렇게 감탄해 준다고 한들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할 것이다. ㅋㅋ 우리 그러진 말자. 난 ‘지적 허영심’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정말 저 단어와 찰떡같이 들어맞는 언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아니라고 선 긋지 않겠다. 나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런 흑역사 더 만들지도 모른다. (사실 철학하다 보면 좀 주기적으로 철학뽕이 차오르긴 한다ㅋㅋㅋ) 늘 경계해야 한다. 철학은 당신의 삶에서 많은 것들을 도와주는 동반자가 될 수 있겠지만, 당신의 삶이 그럴듯하고 반짝반짝해 보이도록 꾸며 주기엔 부적합한 도구다. 지식은 과시의 수단이라기보단 조용하게 큰 힘을 발휘하는 히든카드 같은 것이다. 과시욕을 충족시키려면 차라리 돈을 개처럼 벌어서 명품을 두르고 다니는 게 낫다. (난 이것도 정말 나쁘게 안 본다. 나도 명품 좋아한다. 많은 사람이 스스로를 과시하고픈 욕망을 갖고 있고,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적절히 충족시키면 정신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철학을 배우면 배울수록 겸손의 미덕이 중요해진다는 걸 잊지 말자!


셋째. 내가 어느 수준까지 공부할 것인지 생각하라.

이건 첫 번째 포스트에서 철학과 새내기 즉 신입생 대상으로 했던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이 글로 슬기로운 철학생활 포스트를 처음 보신 분은 그거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다. 철학은 굉장히 거대한 학문이라, 특히 비전공자라면 처음에 내가 구체적으로 어떤 영역을 어느 정도까지 파고들 것인지 계획을 세워 보는 게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넷째. 전공할 생각이 없더라도 제대로 배우자.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하자.

나는 중학생 때까지 취미로 피아노를 배웠고 고등학교 진학 후 그만뒀다가 학부 신입생 때부터 거진 석사 졸업할 때까지 다시 학원에서 성인반으로 약 5년? 6년? 배우고, 학원이 망해서ㅋㅋ 지금은 집에 있는 전자피아노만 가끔씩 친다. 피아노를 배우면서 크게 느낀 점이 있다. 모든 일은 결국 시간과 인내심의 싸움이다. 피아노도 처음 시작하고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수월하게 잘 되다가 갑자기 어떤 구간부터 막혀서 어려워졌다. 학부 때는 거의 매일 학원에 나가서 한 시간씩 연습했는데 어떤 날은 정말 너무 하기 싫어서 대충 뚱땅뚱땅 30분 치다 나오고 그런 적도 있다. 뭐 엄청 전문적인 레슨을 받은 것도 아니다. 그냥 남들 다 하는 하농 바이엘 체르니 바흐 인벤션 이런 거 같이 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곡 치고 그랬다.


취미반이고 성인반인데 내가 이 골치아프고 재미도 없는 체르니 쳐야 하나? 안 하면 안 되나? 이럴 시간에 내가 원하는 곡 하나 마스터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선생님이 저 정석적인 과정을 다 시켜주신 게 고맙다. 어쨌든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꾸역꾸역 앉아서 피아노를 치다 보니까 내가 설마 이걸 칠 수 있을까 싶었던 곡들도 칠 수 있게 됐다. 결국, 뭔가를 배울 때 취미더라도 가능하면 제대로 배우고, 더 잘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면 그 욕망을 목표로 치환하라. 목표 완수를 위한 액션은 느슨하게 지속하라. ‘느슨하게’를 강조했다. 좋아서 하는 거니까 일하듯이 할 필요까지는 없다. 한쿡인들은 워낙 열심히 살아서 다들 그런 경향이 있지 않은가. ㅋㅋ


하지만 취미라면 조급해하지 말고 오랜 시간을 잡으며 설렁설렁 해도 된다. 물론 진짜 진지해지는 순간엔 계획을 수정해야겠지만, 당장은 꾸준한 지속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철학을 취미로 시작할 당신도 입문 단계부터 제대로 배우되,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꾸역꾸역 계속하라는 것이다.



각 유형에 따른 철학 입문 제안


글이 계속 길어진다. 사람들이 이 긴 글을 읽을까? ㅋㅋ 짧은 글이 트렌드인데 난 투머치토커라 짧게 치는 게 힘들다. 이 포스트 내용 또한 적당히 나누면 나도 편하고 읽는 사람도 더 편할 텐데 그냥 한 번에 쓴다… 나누기도 귀찮다……. 이걸 여기까지 다 읽으셨다면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읽어 주시길 바란다. 최대한 간략하게 쓰고 끝내겠다. 나도 힘들다. ㅋㅋ


photo-1603823529430-2cf7e72d13fd.jpg 청량한 사진이라도 넣어서 눈과 정신의 피로를 풀자


1. 테스형 유형

이 유형의 사람들은 사실 그냥 철학과 신입생처럼 공부하면 된다. 내가 앞에 쓴 포스트들을 찬찬히 읽어보면 대략 가닥이 잡히실 것이다. 대학원 오실 거 아니면 논문작성법은 안 보셔도 됩니다.

대학강의를 듣고 싶다면 KOCW와 같은 온라인 무료 공개 대학강의 사이트를 이용하자.

*KOCW - OCW/MOOC 리스트 이 링크로 들어가면 국내외에서 서비스 중인 다양한 OCW 사이트가 정리되어 있다. 다른 유형에 속한 분들도 다양한 양질의 강의가 많으니 공부할 때 참고하길 추천한다.


자료를 찾을 때는 지난번 포스트에 소개한 철학 관련 사이트들을 많이 활용하시고, 처음에는 입문서를 사서 공부하신다 해도 어느 정도 개념이 잡히면 가급적 원전을 읽으시길 권한다.


철학서 고르는 방법도 지난 포스트에 소개했다. 마찬가지로 교과서적인 책을 고르시면 된다. 혹시 나는 영어가 어느 정도 된다 하시는 분들은 노튼 앤솔로지(The Norton Anthology)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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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서는 예스24, 앤솔로지는 교보에서 캡쳐한 것이다. 가격이 미쳤어요.......



검색해 보니까 The Norton Introduction to PhilosophyThe Norton Anthology of Western Philosophy: After Kant(vol.1&2) 이렇게 두 종류가 있다. 앤솔로지는 말 그대로 칸트 이후의 철학사조니까 입문자는 전자를 읽자. 물론 무조건 이걸 사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너무 비쌈ㅋㅋ 그도 그럴 게 쪽수가 막 3900쪽 이렇다) 노튼 앤솔로지는 영문학과라면 피해갈 수 없는 애증의 책 아닌가 싶은데, 영문학 말고도 다양한 분야에서 발행되고 있다. 사실 나도 철학 앤솔로지는 못 봤다. 영문학 앤솔로지는 석사하면서 정말 도움 많이 됐다. 전공자라면 인용할 때도 유용할 것이다. 사도 돈 안 아까운 책이라는 건 알려드린다.



KakaoTalk_20210526_142815980.jpg 우리집에 있는 노튼 영문학 앤솔로지. 이것도 심지어 두 권으로 나뉜 거다. 사람 죽일 수 있는 책이라고 부름ㅋㅋ



입문서는 일단 내가 읽어본 적 있는 책 하나만 소개한다. 『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라는 책이 우리집에 있다. 이거 지난 포스트에서 말했듯 모 교수님께서 수업 주교재로 사용하신 적 있어서 그때 샀던 것이다. 다른 입문서는 본 적 없어서 모르겠다. 마음에 안 드시면 더 최근에 나온 깔끔하고 설명 잘 된 다른 책을 고르셔도 상관없다. 다만 가능한 고대부터 차근차근 시대순으로 공부하시길 바란다.



phil.png 이건 알라딘에서 캡쳐했다. 서점 하나만 캡쳐하면 왠지 상도덕이 없는 것 같아서 골고루 캡처함. ㅋㅋ



2. 인생 철학 부재 유형

이 유형에게는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자 또는 어떤 해답을 찾고자 철학에까지 관심을 두게 되었다면, 당신은 그 자체로 이미 대단한 사람이다. 목표의식이 없는 것 같아서, 남들은 다 잘 사는데 나만 뒤처진 것 같아서 절실한 마음이 들고 뭐라도 부여잡고 싶으신 그런 분이 계시다면 일단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셔도 좋다고 얘기하고 싶다.


현학적인 이론과 철학자의 난해한 말들이 당신에게 생각보다 피상적으로 느껴지거나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의 목적이 마음의 평안을 얻는 것이라면 차라리 종교를 가지거나 명상을 하거나 고요한 장소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내가 첫 포스트였나 어디에서 나는 원래 화가 많았는데 철학하면서 많이 차분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다. 난 아직도 꽤 예민하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좀더 나를 다스릴 수 있게 됐는데, 이건 사실 나이를 먹으면서 그리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 덕분이기도 하다. 철학은 당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겠지만, 철학하면 모든 게 다 나아지고 내가 반드시 내면 평화를 찾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오히려 철학은 좀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짜증나는ㅋㅋ 학문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론』보면 소크라테스가 사람들이랑 얘기할 때 자꾸 막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면서 이건 이런 게 아닌가? 아니 그럼 그게 아니란 말인가? 하지만 자네 방금 이거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자꾸 사람들을 짜증나게 한다. ㅋㅋㅋㅋ ㅠㅠ 그래서 아테네의 청년들을 어지러운 말로 현혹시킨다고ㅋㅋㅋㅋ 그 죄로 기소되어 죽는다. 철학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물론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런 것들은 정말 더없이 철학적인 사유고 철학적인 질문이다. 하지만 굳이 철학을 배우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리며 살아간다. 다시 말하는데 나는 철학이 인생의 유일한 답이나 진리를 찾는 학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당신이 답을 내리는 데 도움은 될 수 있겠다. 철학하는 사람 중 나랑 의견이 다른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 의견은 이렇다. 처음 철학을 시작하기 전에 한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한다. 물론 당신이 철학할 자격이 없다거나 철학이랑 안 맞을 거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라.


나는 이 유형에게는 먼저 구미가 당기는 자기계발서 / 에세이 / 소설 등 문학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문학을 전공하기도 했으므로ㅋㅋ 특히 문학을 추천하겠다. 자기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고민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문학 속 낯선 배경을 내 세계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도, 문학 속 인물들이라는 타자에게 감정이입해 공감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나를 탐구하기 위해서 타자의 삶과 사유를, 내가 겪어 보지 못한 시공간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자. 다른 누군가를 통해 내가 가야 할 길이나 목표를 찾을 수도 있고 ‘아, 언제 어디서든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심신의 안정을 얻을 수도 있다.


그래도 저는 철학이 궁금한데요? 철학서도 읽고 싶어요! 라고 하신다면 테스형 유형과 마찬가지로 철학과 신입생처럼 공부하시면 된다. ㅋㅋ 이렇게 생각 많은 유형 역시 훌륭한 철학도의 자질이 있으신 분이다.



3. 예술가, 예술 애호가, 창작자 유형

이 유형은 미학과 예술철학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싶으실 것이다. 나도 예술에 정말 다방면으로 관심이 많은데, 이쪽 분야는 학교에서 관련 강의를 이것저것 찾아 들으면서 공부했다. 나 역시 더 많이 더 꼼꼼히 공부하고 싶은 분야라 언젠가 시간을 넉넉히 두고 다른 시리즈를 기획해서 포스팅하려 한다. 집에 관련서적도 엄청 많은데… 우선 여기에는 내가 들은 강의들에서 교재로 썼던 전공서적과 기본적이고 유명한 입문서 딱 네 권만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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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다 알라딘에서 캡쳐



대부분 어디서 들어본 책들일 것이다. ㅋㅋ 우선 이 네 권 중에서는 진중권 씨의 그 유명한 『미학 오디세이』를 가장 먼저 읽어보자. 유명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게 벌써 나온 지 20년이나 됐구나…. 그냥 문장들을 술술 따라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미학대계』는 3권까지 시대별로 내용이 나누어져 있고 동양미학도 포함되어 있다. 진짜 알차고 유익하고 읽기도 편하다. 전체적으로 미학 개괄을 하고 싶다면 이걸 추천하겠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개괄서로는 『타타르키비츠 미학사』와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가 있다. 둘 다 훌륭한 책이지만, 서양미술사는 말 그대로 미술사다. 전반적인 미학의 영역을 다 다루지는 않는다. 그래도 정말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미대 전공수업이었던 미학 강의에서는 타타르키비츠 미학사를 공부했다. 금요일 아침 9시에…… 머나먼 미대까지 헉헉거리며 뛰어가서… 저걸 배우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저절로 감기는 눈을 어떻게든 뜨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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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다 읽었고 시간이 남는다면 위의 책들도 한번 집어들고 벤야민아도르노가 각자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ㅎㅎ 비교하면서 읽으면 재밌을 것이다.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은 워낙 유명해서 여기저기 회자되니까 이거 하나 정도라도 따로 읽어두면 좋다.



4. 책벌레, 문학도 유형

이 유형은 내가 딱히 뭘 추천하지 않아도 이미 알아서 각자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게 익숙한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일단 문학 전공자라면 비평 강의를 들으면서 철학 이론들을 많이 접했을 것이다. 그냥 개인적으로 한 가지 조심스레 당부해 주고 싶은 게 있다면, 비평을 할 때 이론에 잡아먹히지는 말자. 내가 텍스트를 공부하고 분석한 내용을 남이 알아들을 수 있게 주장 및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ㅠㅠ 이 문제는 언젠가 상세하게 쓸 기회가 있을 것 같다.


문학도나 평소 책을 많이 읽어 문학을 좀 아는 사람들은 본인이 전공한 / 전공할 예정인 / 관심 있는 국가 및 시대의 사상사·철학자·문학 및 철학사조 따위를 살펴보면 된다. 진짜 데리다 들뢰즈 등등 문학 공부할 때 더 많이 본 철학자들도 있는데, 그들에 관해서만 좀더 심층적으로 찾아보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 (당신은 아마 이름도 이론도 무진장 어려운 온갖 철학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ㅠㅠ) 그러나 철학을 하다가 문학으로 건너간 입장에서 말하자면, 역시나 기왕 철학을 공부할 생각이 들었으면 입문서로든 원전으로든 고대부터 차근차근 훑어보는 걸 추천한다.



5. 실속파 유형

이 유형에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입문서로 추천해 본다. 워낙 유명한 책이고 관련 강의도 많아서 좋은 해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행복과 ‘잘 사는 것’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



sss.png 이건 반디앤루니스에서 캡쳐했다. 천병희 선생님은 희랍어 고전 번역으로 유명한 분이다.



6. 단순 흥미 유형

이 유형은 우선 내가 평소에 궁금했거나 알고 싶었던 것들에 여러가지 질문도 던져 보고, 자신이 평소에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또 뭘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자. 철학은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분야 또는 영역에 관련이 있기 때문에, 먼저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구체적으로 찾고(여러 개 찾아도 좋다) 그 분야에 대해서 잘 알려진 철학자 / 연계된 철학사조 등이 있는지 알아보자.


단순한 흥미 차원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실제로 철학을 공부하려면 강력한 동기가 필요하다. 그 동기부터 찾아내자는 말이다. 아무래도 내가 원래부터 좋아하던 것, 궁금했던 것과 연관이 있을수록 호기심도 생기고 아이고 쟤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라도 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철학과에 다니며 생긴 소소한 에피소드와 즐거웠던 순간들에 관해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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