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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편지

by 산호

둘째가 떠났다. 중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아이는 고등학교 내내 내신은 포기하고 중국어 공부에 올인했다. 어려서부터 자기주장 강했던 아이라 내가 말려도 말을 안 들은 게 뻔했고, 그래도 중국어 공부는 한다고 하니 마지못해 허락을 하였다. 그렇게 시작한 중국어는 HSK 3급으로 시작해 4급, 그리고 5급까지 따게 되었고 고3 1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중국어말하기 대회에 참여해서는 은상을 타오기도 했다.


엄마인 나는 한국 대학에서 먼저 공부하다가 정 가고 싶으면 2학년 때 가는 게 좋지 않을까, 했지만 아이는 막무가내였다. 그렇게 중국 유학을 준비했다. 중국은 9월에 신학기가 시작되어 5월쯤 대학에 원서를 넣었고 다행히 원하는 대학에 합격을 하였고 오늘 떠났다.


새벽부터 분주했다. 4시 30분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8시에 도착했고 첫째도 동생을 배웅하기 위해 공항에 미리 도착해 있었다. 남편은 생업으로 바쁘니 오늘은 세 식구만 모였다. 아이가 몇달 잘 다니던 알바를 그만두면서 너무 붙어지내서 우리 빨리 헤어지자, 농담 반 진담반 말했었는데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니 초조해졌다. 울지 않으려 했는데 먼저 눈물을 똑똑 떨어뜨리는 아이 얼굴을 보고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애써 참았다.


어제는 하루 종일 짐과의 사투를 벌였다. 챙겨놓은 짐은 산더미인데 캐리어는 단 두 개. 아이는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맥도널드 알바를 시작했는데 너무 무리한 스켸줄로 2달 전 허리에 무리가 갔는지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아이 스스로 짐을 날라야 하기에 최소한의 생존 가방만 싸라고 했다. 나머지 짐은 택배로 보내주기로 했다.


-잘 지내고, 매일 전화하고, 밥 잘 챙겨 먹고 허리 무리하지 말고.

-응, 알았어. 전화할게.


아이 손을 한번 잡아보고 포옹 한번 해주고 우리는 그렇게 이별을 했다. 첫째를 보낼 때랑 느낌이 달랐다. 큰 아이는 뭐든지 척척 잘 해내는 아이라 걱정이 없었는데(우리 큰 아이도 많이 두려웠을 텐데 그 마음이 이제 헤아려지니 가슴이 아려왔다.) 둘째는 내심 불안 불안했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만 두려운 것 어쩔 수 없으리라.


작은 아이까지 떠나보내니 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늦은 밤 공항에서 돌아와 아이 방에 들어가 보았다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냥 며칠 여행 간 느낌이랄까.


드디어 중국 푸동공항 도착

한약 먹는 아이를 위한 식단

치킨 튀기는 고딩

언제나 초심이 필요할 땐 간장계란밥!

함께 하면 좋은 요리 밀계빵 돈가스

매콤한 인생엔 등갈비 김치찌개



지난 글들 속에 딸아이와 함께 했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나에게 글쓰기 영감을 일으켜 주던 아이였고 어떨 때는 친구 같았고 이번 건강검진 때는 나의 보호자가 되어주기도 했던 아이였다. 이제 이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성인이 된 아이를 떠나보내며 이별도 인생의 한 페이지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는 언제 이렇게 훌쩍 컸을까 싶었고, 중학교 때는 엄마안티마냥 엄마 말은 다 삐딱선 타서 이제야 부모가 되는구나 싶었고, 고등학교 가서는 꿈이 없다는 아이에게 "그래, 꿈이 없을 수도 있지. 엄마인 나도 아직도 진로를 고민하는데 10대에 꿈 조금 늦게 찾아도 절대 늦지 않아."라고 하며 기다려줬더니 알아서 자기 진로를 찾아간 딸을 보며 대견한 마음도 들었다.


아이는 잘 도착했다고 톡으로 연락이 왔다. 새벽부터 분주했던 하루가 졌지만 몸은 피곤한데 잠은 도통 오질 않는다. 조금 늦었지만 아이에게 짧은 편지를 써 본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


딸아,


이제 세상을 향해 한걸음 디딘 너를 응원한단다.

세상을 겁내지 말고 당당히 맞서보렴!

엄마와 아빠는 항상 여기서 기다리고 있단다.


서툴러도 좋은 나이는 지금이란다.

지금은 당연 서툴러야 되고 서툴러도 되는 나이야.

세상을 믿고 도전하고 모험하길 바란단다.


물론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도 있을 거야.

그런 게 세상이란 걸 알게 되는 날도 있을 거고

'왜 나한테 이래?'

혼자 자책하는 시간도 생길 거야.


하지만 행복은 항상 가까이에서

너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명심하렴!


그 행복을 싹 틔워줄 사람은

바로 너란 것도 잊지 마렴.


그리고 지금은 네 안에 있는 무언가를 단련시킬 소중한 시간이란다.

힘들고 고되더라도

그 시간이 지나면 너만의 연금술을 가지게 될 거야.



엄마의 무한한 기쁨이었던 우리 딸,

홀로서기 축하한다!

그리고 사랑해,

아주 많이.



(중국 징저우 여행 중 찍은 딸 사진으로 쳇지피티가 그려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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