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감사히, 고요하다.

모닝똥을 저녁에 보여주는 창의성이라니!

by Hee


얼떨결에 친정찬스, 그리고 종료.

50일간 시골집에서 푸르른 녹음을 만끽하고 아파트로 돌아왔다. 옹알대는 아가와, 웅웅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둥글게 부대껴있는 쿠션들과 여기저기 나풀거리는 거즈 손수건들 사이에 삐죽삐죽 앞머리가 나기 시작해 가지런할 수 없는 모습의 내가 있었다.


우리의 단 둘, 첫날 아니랄까 봐 수유텀도 뒤죽박죽 수유일지는 볼펜 끝만 스쳐갈 뿐 제 역할을 못하고, 반가운 옹알이는 라디오마냥 끊이질 않는데, 낮잠을 10분씩만 자다 깨다 반복하니 뭘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시간이다.


꿈결에, 오랜만에 함께하는 남편의 출근 준비는 전혀 도와줄 수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데, 그저 꿈수유를 하고 난 아침이라 겨우 꿈뻑이는 눈꺼풀 사이로 손 흔드는 모습을 본 것도 같은 아침이었다.

냉장고에 가지런히 준비된 오늘의 식사와 간식은 마음 한켠을 뜨끈하게 했다. 나는 아가랑 놀고, 먹고, 자고 하루 종일 바쁘기에, 아무래도 오늘도 내일도 좀 계속 미안할 것 같은데 말이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은 이제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순간이 아니기에, 본능으로 울음소리의 톤과 색을 해석하며 분유를 타고, 기저귀를 갈고, 씻기고, 까꿍놀이를 한다. 횟수에 제한이 없는 자진얼차려에 무릎에서는 뚜둑소리가 연신 들렸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마주하며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고, 그래도 내게 와주어 감사한 시간들이다.


사실, 등센서와 쏘머즈의 귀를 갖고 있는 너를, 나는 이길 재간이 도저히 없으니까.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두 손 두 발 모두 항복! 최선을 다해 모시는 하루로 나의 보람을 채운다.


그 와중에,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이후로 화장실에 둘이 들어가 보는 게 오랜만이라, 게다가 품 안에서 그리 귀엽게 꿈틀거리며 날 바라보는 사람과는 말이다. 나의 모닝똥도 창의성을 발휘할까 조금 염려되었다. 임신 중 먹고 싸고가 생애 그리 중요한 일인 것을 확인한 것으로 충분했다. 대안은 있지만, 낯선 상황이기는 마찬가지. 그 대안들을 모두 경험해 봐야 지나가는 시간들임을 그리고 곧 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하루였다.

엉덩이에 코를 박고 쿰쿰하고 구수한 향기를 즐기는, 내가 그런 인물이 아니었던 날들이 있긴 했었던건지 가물가물 오늘만 충실한 시간이 또 하루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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