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풀 Sep 12. 2023

재미 100%로 가는 길

눈 딱 감고 한 번만


 어제 첫 수영의 여파로 깊은 잠을 잤다. 긴장까지 한 탓인지 집에 돌아왔을 때 몸이 엄청 무거웠다. 일어나서 빨래를 돌려놓고, 청소기를 밀고,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고 목욕바구니를 들고 집을 나섰다. 그래도 어제 하루 왔다고 수영장 들어가는 게 어색하지 않았다. 익숙한 사람인양 샤워실로 들어가서, 어제보다는 수월하게 수영복을 입고 두 번만에 수모를 착용했다.

 

 수영장에 입장하자 자유수영 시간도 초급/ 중급/ 상급/ 오리발로 레인이 나뉘어 있었다. 초보 레인의 끄트머리에서 벽에 달라붙어 물속에 머리 넣기부터 연습했다. 입까지, 코까지, 눈까지, 머리 전체 순서대로 연습했다. 입까지 넣는 것만 해도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머리로는 괜찮다는 걸 알지만, 왜 그럴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답답했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상상할 땐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물속에 들어가 있으니 마음처럼 쉽지가 않았다. 20분 정도 순차적으로 반복하면서 계속 시도를 했더니, 머리까지 넣기에 성공했다. 뭐든지 한 번 하고 나면 쉬운데, 그 한 번이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어 진다. 오늘은 이대로 집에 돌아간다 해도 만족스러운 기분이었다.

 초보 칸에서 수영하시는 분들 보니 자유형도 잘하던데, 나 같은 왕초보 라인이 따로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저들도 나 같은 때가 있었겠지.





 수영을 시작하고 나서는 수영에 대한 생각이 자꾸만 머리를 둥둥 떠다닌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 아쉬움 때문인지, 머릿속에서 유튜브에서 본 동영상이 계속 재생되고 있다. 원래 머리만 대면 10분 안에 잠드는 타입인데, 누워서도 쉬이 잠들지 못하는 요즘이다.


 2일 차 강습 전까지 물에서 일어나기를 제대로 해보고 싶었는데, 일요일은 센터운영이 없는 날이라 연습을 하지 못한 채로 월요일을 맞이했다. 오늘은 진도가 얼마나 나갈지 하루종일 떨리는 마음으로 지냈다. 강습만 생각하면 가슴이 벌렁거렸다. 워치의 심박수를 보니 90-100을 왔다 갔다 했다.


 오늘 수업에선 지난 수업의 복습을 한 후, 엎드려 잠수하기와 발차기를 배웠다. 주말에 나와서 물속에 들어가는 걸 터득했지만, 막상 또 물에 들어가니 겁이 났다. 아직은 워밍업이 필요하다. 두어 번 머뭇대다가 흡, 하고 숨을 참고 머리를 푹 담갔다. 그러고 나니 또 그다음은 쉬웠다. 선생님 말씀대로 코로 모든 공기를 내쉬자 몸이 가라앉았다. 그 상태로 숨을 가능한 만큼 참았다가 일어났다. 수경 바깥으로 다른 레인에서 헤엄치는 사람들의 바쁜 다리가 보였다. 생각보다 숨 참기는 잘할 수 있었다. 물속에서 벽에 기대어 앉은 내 앞으로 선생님의 엄지 척이 보였다. 그러게요 선생님, 저도 저에게 따봉을 주고 싶어요.


 물속에서 엎드려 잠수를 하는 건 더 신기한 경험이었다. 뻗은 팔과 얼굴을 아랫방향으로 향하며 숨을 뽀글뽀글 내쉬었다. 선생님의 손이 등을 눌러주었고 그대로 숨을 다 내쉬자 쑤욱- 가라앉는 걸 느꼈다. 바닥에 내 팔과 손이 닿아있다니! 잘했어요 하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물 먹음 없이 스르륵 올라오자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발차기는 어려웠다. 다리가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다리에 힘을 빼야 한다고 하는데 힘을 빼고서 어떻게 위아래로 깊게 움직여야 하는지 도통 감을 못 잡겠다. 오늘도 유튜브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대한 도움을 주고 계신 "이현진" 선생님 감사해요. 강습시간에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알려주셔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


 그래도 끊임없이 물에 들어간 덕인지, 내 마음은 두려움 50%에 재미 50%의 상태이다. 수업 내내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해내기 전엔 무섭고 해내고 나면 뿌듯함과 재미가 몰려온다. 두려움을 지운 온전한 재미 100%의 날이 오긴 올까? 다른 라인의 사람들처럼 행복 수영하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선생님, 이거 진도가 너무 빠른데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