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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미워이 Sep 16. 2023

NBA World, 그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World Champion, 세계 최고 논쟁

일반적으로 NBA 파이널이 끝나면 다음 시즌을 기다리면서 몇 달간 억지로 이슈를 만들어 꺼내고 지지고 볶는 일이 허다한데 올해는 농구 월드컵 덕분에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내겐 큰 기쁨이었다. NBA가 세계 농구의 스탠다드가 되어버린 오늘날, 평소 접하기 힘든 새로운 세상의 농구를 매우 높은 수준의 경기로 볼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축복이었다.  


독일이 우승을 차지하고 미국이 4위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대회는 프랑스, 호주, 스페인의 조기 탈락과 일본의 선전, 왼손 코비 브라이언트의 등장 같은 다소 웃음이 나올 수 있는 이슈까지,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쏟아내며 마무리되었다. NBA 시즌이 마감하면 보통은 우승팀에 대한 후속 보도들이 한 동안 쏟아지는데 반해 월드컵에선 미국의 4위 기록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을 보는 게 안타까웠다. 대회 직전 미국의 한 육상 선수가 NBA 우승팀에게 월드챔피언 호칭을 붙이는 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도 이런 현상을 더욱 확대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대회가 끝나자마자 르브론 제임스가 마치 자기가 나가면 당장 우승이라도 할 것처럼 커리와 듀란트를 소환하며 올림픽 나가자고 호들갑 떠는 것도, 그 꼴을 참고 보기 힘든 나 같은 사람으로 하여금 한마디 거들게 하고 있다.


생각보다 오래된 논쟁거리

NBA가 세계 최고의 리그임은 두 말할 필요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NBA의 우승팀에게 월드 챔피언의 칭호를 붙이는 것이 그동안 크게 어색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것을 자기들 맘대로 직접 가져다 쓰는 것은 리그의 수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상관없이 다분히 오만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 최고의 선수가 모여 경쟁하고 있고, 축구만큼 여러 나라의 리그가 동시 다발적인 관심을 받는 그런 스포츠도 아니다 보니 NBA가 세계 농구를 대표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럼에도 NBA의 선수 대부분은 미국 국적의 선수들이고 미국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놓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그게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세상에 살면서 여전히 NBA 우승팀을 세계 챔피언이라 부르는 것을 두고 이상하다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그다지 이상한 일도,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출전 미국 대표팀. 최초의 드림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최초의 ‘드림팀’이 등장했을 당시 멤버를 떠올리면 지금까지 존재한 어느 팀도 그 팀을 이기긴 힘들 것이란 데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것을 근거로, 미국이 마음먹고 NBA가 보유한 최고의 미국선수들을 대표로 내보낸다면 어떤 국제대회에서도 우승 못할 일이 없을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듯한 얘기 같아도 그 말에는 NBA가 스스로 월드챔피언의 칭호를 가져다 쓸 수 없는 이유도 담겨있다. 월드컵이든 올림픽이든 미국대표팀이 우승을 못한다고 하여도 NBA라는 리그 자체의 위상엔 아무런 위협이 없다. 여전히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NBA에서 뛰고 있고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적과 상관없이 (미국 선수들을 넘어서서) MVP도 따내고 팀을 우승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월드컵이나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통해 우리는 그들이 모국을 위해 뛰는 모습에 새로움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다. 미국이 지나친 자신감에 여러 선수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주고자 최고 스타들의 국제대회 출전을 배제하고 있는지 어쩌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국가를 대표하는 일에 있어서 가장 소극적인 것이 미국 국적의 NBA 스타들이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계 최고, 월드 챔피언의 자격을 북미 지역에 한정된 리그 우승팀에게 적용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굳이 그런 타이틀을 스스로 붙이지 않아도 NBA 우승팀이 막연하게나마 세계 최강팀이라고 대부분의 농구인들은 인정한다. NBA가 그들의 영역을 미국으로 한정하지 않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중계권 판매와 다국어 지원을 하며 정규시즌 일부를 해외에서 진행하는 등 글로벌화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심하게 말하면 어디까지나 돈벌이를 위한 것이지 전 세계 농구의 단일화나 동반 성장을 추구한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의 논쟁은, 이미 존재했지만 차마 드러내기엔 불편했던 시각이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입지가 거듭 흔들리는 상황 속에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제대회에서 연속적으로 실망스러운 성적을 보이자 미국은 다시금 슈퍼스타들을 총동원하여 리딤팀을 꾸린 다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간신히 스페인을 넘어서 우승하였고 그 뒤 세계 농구를 다시 접수하는 듯하였지만 최근 그 흐름은 또 한 번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이제는 준수한 팀으로는 더 이상 국제대회에서의 우승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 당시 미국 대표팀 ‘The Redeem Team’

사람들이 왕이라고 불러주던 한 선수가 진짜로 왕노릇하면서 리그든 팀이든 선수든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하니 난 그게 너무 보기 싫었는데 이런 나와 비슷한 시각으로 NBA의 월드 챔피언 노릇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선택적으로 세계 무대를 들락날락하는 선수들이 리그를 대표하면서 스스로 월드챔피언 칭호를 가져다 쓰는 오만함을 누가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겠는가? 그 앞에는 다른 수식어(북미… 라던지)를 붙이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챔피언이 되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겸손은 중요한 덕목이다. 억지로 만들어 낼 수도, 내키지 않는데 그런 척해서도 안 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겸손한 자세를 위해 노력할 때 우리가 보는 모든 경쟁의 자리들이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며 상대방을 인정하고 높이는 마음이다. 상대에 대한 인정과 존중에서 나오는 최선의 경쟁심으로 얻어낸 결과의 우승이라면 스스로 최고라고 지칭하지 않더라도 보는 이와 경쟁자들로부터 월드챔피언의 칭호를 기꺼이 얻어낼 수 있을 텐데, 스스로 붙여놓은 타이틀에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한다고 부들부들하는 모습을 보니 월드챔피언의 위용이 정말로 흔들리고 있는 느낌이다.


‘직접’ 영광스런 자기 은퇴식을 준비하고 있는 King 르브론 제임스


NBA 위상은 국제대회 결과와 상관없이 굳건하다. 스스로 월드챔피언임을 굳이 광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하면 그냥 그러든지 말든지 무슨 신경 쓸 일인가 싶으면서도, 그 리그에 뛰는 스타 선수들의 기본적인 자기 높임의 인식이 리그의 그것과 맞닿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전 세계가 NBA를 보고 있다. 당장 본인이 잠시 머물고 있는, 세계 농구무대에서 이름조차 보기 힘든 이 나라에도 농구를 배우는 어린아이가 있고 그들은 NBA선수들의 이름을 외치며 슛을 던진다. 운동선수의 경기장 안팎의 일거수일투족이 집중되는 시대이다. 아이돌이 무대에서 자신의 메인 퍼포먼스 타임이 아니어도 직캠 때문에 표정관리와 동작에 각을 풀 수 없는 시대이다. 일파만파라는 표현을 어느 때 보다도 쉽게 접하는 때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각자가 상대를 대하는 태도에 조금의 겸손을 더할 때 그 파급효과가 어떨지 생각해 본다. 해수면 온도가 1-2도만 변해도 온 세상에 기상이변이 속출하는데 전 세계가 운명 공동체로 점점 더 묶여가는 만큼 개개인의 인식변화가 시간을 통과하면서 가져다줄 긍정적 변화도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NBA가 지금처럼 글로벌한 리그가 되기 훨씬 이전의 우승팀에도 붙어있는 월드챔피언


NBA가 세계 최고의 리그임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파이널이 끝날 때 스스로를 월드챔피언이라고 자부하는 것 말고 그보다 더 좋은, 전 세계인들에게 전할만한 메시지가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누가복음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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