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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Jul 25. 2020

나를 나답게 하는 것.

생각해봅니다.




과연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이란 무엇인가.






엄마와의 말싸움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남들과는 조금 다른 루트를 달리고 있지만, 어느 순간 남들과 ‘조금’ 다르다고 느끼는 부분이 더 이상 나 혼자만의 루트가 아니라고 깨닫게 되면서부터, 사실 엄청나게 안심하고 있다. 요즘은 해외로 이주해 사는 대한민국 국민이 참으로 많고, 연세가 일흔 가까이 되신 비혼 할머니의 인터뷰도 유튜브에서 볼 수 있으며, 아이 없이 딩크족으로 사는 부부들 역시 적지 않다는 사실 등이 나를 안심시켜 주는데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하긴 했다. 난 항상 나만 이상하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곤 했는데(아닐 거라고 부정해도 어느 마음 한구석에서부터) 나와 비슷한 이들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부터는 이런 불안감이 사라졌다.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살지 않는 것,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지 않는 것, 아이를 가지지 않는 것 등등 사실 나의 이런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에 지대하게 영향을 끼친 것은 아주 무수하게 많다고 생각한다.  즉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나에게 영향을 준 리스트들, 나를 나답게 하는 리스트.


가족이라고 해도 맞지 않을 수 있고 가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꼭 같이 살 필요는 없다는 것. 안정적이라는 가정은 결혼이라는 제도가 있든 없든 당사자들이 이성애자 커플이든 동성애자 커플이든 서로를 사랑하고 책임감 있게 함께 공동생활을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든 10년 혹은 2-30년 후든 언제든지 가질 수 있다는 것. 경제적인 문제든 가치관의 문제든 아이를 가지고 안 가지고의 문제는 소중한 내 몸이 먼저 우선시된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는 것, 내가 먼저고 그다음이 아이라는 것. 희생은 내가 원해서 할 때 가치 있는 행동이라는 것.


화장을 하지 않고 회사에 가도 내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 인정받는 것. 스타킹 두께, 립스틱 색깔, 헤어스타일, 네일 등 나의 외적인 개인적 취향을 지적받지 않는 것. 남자와 데이트할 때 눈치 보지 않고 더치페이할 수 있는 것. 다리털 미는 걸 까먹어도 친구를 만날 수 있고, 얼굴에 여드름이 나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것. 내가 한 행동에 책임질 수 있다면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 ‘책임’은 참으로 무겁다. 누구나 말은 참 쉽게 내뱉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 역시 그렇다.




나를 보고 한 동료는 이렇게 말한다. ‘하이디는 참 독립적이고 용감하고, 여하튼 여러모로 대단한 것 같아.’ 여자 혼자서 그것도 해외에서 회사를 다니고 혼자 집을 구하고 이사 업체를 부를 줄 알고, 멋진 취미 생활을 가진 데다 결코 혼자만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면서 외롭다고 시답잖은 아무 남자나 만나 데이트하지 않는 내가 대단하다고 했다.


'음, 글세. 누구나 남들의 생활이 좋아 보이고 부러워 보이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는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 말은 결코 상대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그저 내 속으로만 되내었다. 우리는 모두 다 어리석기 때문에 내가 가진 것은 보이지 않고 남들이 가진 것만 본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괜한 말이 아니다. 우리 선조들의 혜안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떤 이들의 눈엔 대단해 보이는 나도 고민이 있고 힘이 들고 괴로운 시간이 있다. 그럴 때 내가 선택한 방법은 도망치지 않는 것이다. 왜냐면 그것이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책임은 내가 선택한 결과에 최선을 다하되 연연하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내가 선택했으므로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냥 자신을 믿는 수밖에. 그리고 그냥 행동하는 수밖에. 일이 잘 안 풀리면 안 풀리는 데로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면 또 어떻게든 그다음이 보이기도 한다. 나는 그런 경험을 제법 많이 해왔다. 가지고 온 돈이 다 떨어져 차비를 아끼기 위해 토론토 시내를 걸어서 출퇴근을 할 때도 그랬다.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보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결과는 결코 비극은 아닐 거라는 믿음이 내 마음속에 있었던 것이다.





나를 나답게 하는 것.

당신을 당신답게 하는 것.

생각해볼 만한 주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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