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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pypy Dec 13. 2020

[Jul 15, 2020] Jeju Story III

세 번째: 바다 야누스

바다가 가지는 양면성에

오늘도 나는 두려움과 설렘을 함께 느낀다. 여행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번 여행은 힐링이라기보다는 모험에 더 가까운 여행이랄까? 그렇기엔 좀 정신적 압박이 더 심한 것 같다. 잘하고 싶은 욕구 탓인 건지, 폐 끼치고 싶지 않은 욕구 탓인 건지 구분이 명확하진 않지만 불편하고 힘든 건 분명하다. 스탬프에 도장 찍듯 이제 남은 3번! 이 3번을 성공하지 못하면 패배자가 된다고 생각했기에 마음 단단히 먹고 후드도 좀 더 큰 걸로 교체해서 새 마음으로 접근했다. 입수는 했지만 여전히 호흡조절이 쉽지 않았다. 물고기도 보고 재미도 느꼈지만 여전히 심리적 압박감은 가시지가 않는다.

하늘은 점점 개고 어제와 달리 오늘은 3번 모두 식사 전에 진행하기로 했다. 2번째 다이빙은 입수도 쉽게 진행되었고 중성부력도 꽤나 잘되었다. 잘 따라가기도 했고 물고기도 보았고 재미도 느꼈다. 오로지 가이드만 따라서 가다 보니 집중력이 있어서였을까? 그렇게 다이빙하고 나서 3번째! 마지막이라고 더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2번째보다 잘하려고 용써서 그랬던 건가? 마스크 졸림으로 안압이 심해져 쉽게 입수를 못했지만 또 어찌어찌 입수에 성공하고서 앞을 쫓아갔지만 내 몸하나 못 가누어서 예쁘게 사진도 못 찍혔다. 아쉽기도 하지만 어쩔 수 있나 모. 다이빙할 때는 꼭! 무서워하지 말 것 미안해하지 말 것 즐길 것! 내 마음에 따라 바다가 달리 보이는 것 같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서움이 앞선다면 또 무엇이 날 기다릴까 기대하면 설레는 것이지. 쉽지 않은 국내 다이빙을 마치고서 우리는 맛집 "안거리 밖거리" 돔 구이 먹으러 왔다. 돔 구이도 맛있고 밥도 맛있고 나와 함께 해준 동료도 고마운 여러 생각이 들었던 점심시간! 반찬도 푸짐해서 뭐하나 빠지지 않는 그런 밥집이었다.

식사 후, 제주도에 생긴 테라로사에 갔다. 커피 맛집인 건 누구나 아는 그곳! 커피도 마시고 멋진 사진도 챙겼다. 3번 다이빙 후에 밀려오는 후회감과 후련함에 커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맛인지 생각이 되지 않는다. 함께 떠들고 함께 사진 찍고 함께 웃는 이 시간들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생긴 동료애 때문이겠지?

갑자기 결성된 나이트 다이빙에 잠시 혹했지만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 판단되었다. 하지만 구경도 하고 싶고 밤바다도 느끼고 싶어서 따라가기로 했다.

어둠이 밀려오는 바다는 정말 깜깜한 게 칠흑 같았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어제오늘 다이빙들이 복기되었다. 근데 왜 모자라고 부족했던 것만 생각날까. 잘한 거 바탕으로 잘해야 하는데 왜 늘 부족한 게 생각나는 건지. 나도 참 바다 같다. 엄청 긍정적이다가도 엄청 부정적인 그런 나 자신. 깊은 감정을 안고 있는 내 모습이 깊은 바다같으다. 나이트 다이빙 후, 더 클리프에 가서 마지막 유흥을 즐겼다. 야외에서 앉아 놀기도 좋고 이것저것 즐길거리도 많고 피자가 의외로 맛있었다.

함께한 시간들이 힘들어서였던가, 금방 가까워졌다. 미안한 마음과 함께 고마운 마음도 커졌다. 여행은 이런 거지. 낯선 사람도 금방 가깝게 만들어주는 그런 것. 마냥 좋은 것만 느끼게 하지 않는 마음 따스한 여행.


체크포인트: 나도 바다 같다

안거리밖거리: 제주도 집밥. 돔 구이.

테라로사: 커피 맛집인 건 알지?

더 클리프: 핫플!! 땅땅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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