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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pypy Dec 07. 2020

[Jun 19, 2020] Jeju Story II

첫 번째, 꾸깃꾸깃한 마음

하늘은 쾌청하고 맑은데,

내 마음은 온종일 꾸깃꾸깃하다. 사연 없는 사람 없다고, 내 삶에 치이고 내 일에 치이고 꼬깃꼬깃 접힌 내 사연들이 날 힘들게 하는 건가.


아침에 눈을 뜨면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의무적으로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셔틀버스 시간에 맞춰 뛰어간다. 아무도 없는 한산한 길을 나는 종종걸음으로 가곤 한다. 때로는 허겁지겁 때로는 고고하게 셔틀버스를 타고 1시간 남짓 가면 나의 일터. 커다란 빌딩 속으로 들어가면 퇴근까지 나오지 못하는 곳.


몇 시간을 회사 사람들과 얘기하고 일하고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고 나면 아주 잠시,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라고 모미터를 보고 읊조리곤 한다. 그런 나날들이 또 몇 개월이 된 것 같다. 여행을 갈 시간인가 싶기도 하고 여행 가서 뭐가 달라질까 싶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여행의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어디서 찾을까? 내 삶이 꾸깃꾸깃해서? 아니면 새로운 곳의 특별함이 궁금해서?


혼자 가는 여행은 외로울 것만 같아서 친구와 함께 비행기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둘 다 일이 많아서였을까? 계획은커녕 숙소를 잡은 것만 해도 다행인 정도? 크게 갈만한 곳에 맞춰서 숙소를 정했고 렌터카 업체 예약을 했다. 일단 가면 해결될 거야. 그것도 맞는 말이지. 옛날과 다르게 스마트폰 속에 온갖 정보가 있기에 사실 일단 가면 된다는 말도 맞는 말이다. 아주 잠시 꾸깃꾸깃한 내 마음이 풀렸다. 비행기표는 그대로 있고 내 마음도 그대로이고.


“제주도” 가서 이 마음을 좀 펴고 돌아올 수 있을까 싶다. 여행 가서 회사 생각하지 않고 제주도를 맘껏 즐길 수 있을까? 아직은 물음표만 가득한 여행 전야. 여행을 가기 전에 늘 그런 건가? 다들 어떤 마음일까? 여행 가기 전에 난 또 뭘 준비해야 할까? 이번 여행은 어떨까?


체크포인트: 트래블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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