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선수


이현우


포기할 수 없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15회전

날이면 날마다 칼을 갈았다

숨이 차오르면 달리는 차속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땀방울이 비 오듯 강물처럼 흐르고 고독한 뜀박질은

끝나지 않는다 매일매일 하는 줄넘기는 이제 심심한 일상 되어 나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천장에 매달려 바라보는 다블빽을 원수처럼 두들긴다

라이트, 레프트, 훅, 어퍼컷 흔들흔들 춤춘다

글러브 속에 나의 슬픔을 감추고

어떤 적들도 이길 수 있도록 나의 두려운 과거에 강한 돌덩이를 두드린다

지금까지 내가 겪은 모든 고통이 온몸에 밀려온다

아무리 뛰어도 빠지지 않는 체중과의 고통스러운 전쟁

밤마다 허기진 배를 움켜쥔 채 눈물을 삼키며 잠이 든다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사각 링에서 함성과 박수를 등에 지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남아야 만 한다

한 번의 경기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인생의 재판관, 두 사람을 부른다

처음부터 눈싸움은 먹이를 노리듯 맹수처럼 치열하다

너희들의 인생에서 반칙은 없다, 심판의 따끔한 한 마디

정신이 빠져나간 듯 제대로 들리지 않고 허공을 맴돈다

두 편으로 나누어진 수많은 시선들과 함성소리

드디어 시작하는 종소리에 박수가 터진다

용수철처럼 뛰어나가 도전장을 내민다

천둥이 친다, 번갯불 어디서 날아오는가

라이트와 레프트 불꽃이 튄다

몸에 힘을 빼고 나비같이 날아 벌처럼 쏘아야 한다

주먹이 얼어붙어 나오질 않는다 연습대로 되지 않는다

내가 때리지 못하면 내가 쓰러진다

어느 순간 주먹이 날아와 코피가 터진다

박수소리는 어디 가고 야유만 남는다

사각의 링 빙글빙글 쓰러진 나를 세우며

심판이 상대편 손을 보란 듯이 들어준다

나오지 않는 인사를 억지로 하며 비틀거리며

흔들리는 사각 링을 걷어차며 내려온다

오늘은 실수였지만 내일은 반드시 이기리라


글러브를 벗으며 다시 한번 주먹이 운다




*작가 후기

대통령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전설의 복서

파퀴아노와 브레들리 권투경기를 보며 인생은

권투경기가 아닐까? 생각하며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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