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투스 노르베기쿠스'라는 학명을 가진 시궁쥐의 어떤 종들은 자기들의 왕을 선출하는 독특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왕의 선출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하루 낮 동안 젊은 수컷들이 모두 모여서 날카로운 앞니를 가지고 서로 결투를 벌인다. 약한 자들은 차례 차례 떨어져 나가고, 마지막에는 결승전을 치를 두 마리 수컷만 남게 된다. 그 수컷들은 무리 중에서 가장 민첩하고 전투에 능한 자들이다. 그 둘 중에서 승리하는 자가 왕으로 선출된다. 승리한 그 쥐가 명백히 그 무리에서 가장 훌륭한 쥐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쥐들은 그 쥐 앞에 나아가 복종의 뜻으로 머리를 숙이고 귀를 뒤로 젖히거나 꽁무니를 보여준다. 왕이 된 쥐는 그들의 주둥이를 깨문다. 지배자로서 그들의 복종을 받아 들인다는 뜻이다. 신하가 된 쥐들은 왕에게 가장 맛있는 먹이를 바치고, 한껏 달아올라 암내를 물씬 풍기는 암컷들을 선사하고, 왕이 자기의 승리를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가장 깊숙한 쥐구멍을 마련해준다.
그런데 왕이 쾌락에 지쳐 잠이 들면 곧바로 아주 기이한 의식이 행해진다. 왕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젊은 수컷들 가운데 두세 마리가 왕을 죽이고 내장을 꺼낸다. 그런 다음, 그 쥐들은 다리와 발톱을 이용해서 왕의 머리통을 쪼갠다. 그러고는 머릿골을 꺼내 그 무리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조금씩 나누어준다. 그 쥐들은 어쩌면 그 머릿골을 먹음으로써 자기들이 왕으로 삼았던 가장 훌륭한 쥐의 특질을 모두가 조금씩 나눠 가지게 되리라고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도 그와 비슷한 일이 왕왕 일어난다. 사람들은 자기들의 왕을 뽑는 일을 좋아하며, 그 왕을 능지처참하면서 더 많은 기쁨을 얻는다. 그러니 누가 다음에 모임이나 공동체에서 당신에게 왕관을 바치겠다고 솔깃한 제안을 하거든 그 저의를 의심하라. 그것은 어쩌면 쥐들의 왕이 되라는 제안일지도 모른다.
다음에 누가 당신에게 높은 자리나 대통령 자리를 바치겠다고 솔깃한 제안을 하거든… 하류 폭탄들의 끝없는 요구 분출의 갈등을 조정할 능력은커녕 남을 이롭게 할 마음은 한 올도 없이 천방지축으로 행동에 나서기 전에 필히 <왕의 죽음>을 읽고 심사숙고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