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문학
백문기 사무장
2022년 12월 13일 오전 8:284 읽음
♣ < 회의론 >
어느 누구도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것조차 확실하지 않다.
우리는 진실이라고 믿는 것에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의문을 제기할 수 있고, 의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선의 선택은 열린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확신하지 말라. 그러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회의론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었다.
♣ < 그는 ‘노예’였다 >
가장 잘 알려진 후기 스토아 철학자인 에픽테토스는 원래 노예였다.
그는 많은 학대를 견뎌냈고 고통과 배고픔을 알았다.
가혹한 매질을 당해 절뚝거리며 걸었다.
몸은 비록 노예가 되어 있어도
마음은 여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는 자신의 경험에 의거한 선언이었다.
그저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었다.
그의 가르침은 고통과 고난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관련한 실천적인 충고를 포함했다.
♣ <시민불복종과 테러리스트>
시민 불복종은 부당한 법이나 정부 정책에 대해 주의를 끌기 위한 의도적인 비폭력 위법행위의 전통이다. 이런 시민 불복종 전통 안에서 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개인적 영달을 위해 법을 어기지 않는다. 이들은 부당한 법이나 도덕적으로 반대할 만한 정부정책에 대해 주의를 끌기 위해 그리고 그들의 대의를 최대한으로 공론화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 따라서 이런 운동은 가급적 신문 기자, 사진기자, 텔레비전 카메라 등 언론 매체를 상대로 공개적으로 행해진다. 예를 들어 한 미국인이 단지 싸우는 것이 두렵고 죽고 싶지 않기 때문에 징집카드를 집어 던지고 숨어 버렸다면, 그는 시민 불복종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자기 보존의 행위이다.
만일 그가 개인의 안전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도덕적 근거에서 그렇게 했다 하더라고, 그가 이것을 어떻게든 공론화시키려 하기보다는 사적으로 행했다면, 이것 또한 시민 불복종 행위라고 볼 수 없다. 반면에 어떤 징집된 사람이 공중 앞에서 자신의 징집 명령서를 불태우고, 텔리비전 카메라 앞에서 왜 그는 미국의 베트남 개입이 비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성명서를 읽는다면, 그는 시민 불복종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 불복종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특정한 법이나 정부 정책의 변경일 뿐, 법규의 완전한 파괴는 아니다. 시민 불복종의 전통에 따르는 사람들은 대개 폭력을 피한다. 폭력은 보복을 부르며 갈등을 심화시켜 그들의 대의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위법에 대한 그들의 정당화는 도덕적 근거 위에 있으며, 대부분의 도덕적 원리들은 당신이 공격을 받고 자신을 지켜야 할 불가피한 경우와 같이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타인을 해치는 것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테러리스트들이나 자유의 투사들은(어떤 명칭을 사용하느냐는 당신이 그들의 대의에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폭력을 사용한다. 시민 불복종 행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처럼 이들도 현재 사태를 변화시키기 원하며, 사적인 이득이 아니라 자신들이 생각하는 일반적 선을 위해 그렇게 한다. 이 두 부류가 갈라지는 지점은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 <중세의 철학자과 기독교>
신의 존재를 믿는 종교에 대한 철학자들의 논증 또한 철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5세기부터 15세기에 해당하는 서양의 중세 시대에는 철학과 종교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중세 철학자들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사상을 배웠다. 하지만 그들의 사상을 수정해서 자신들의 종교에 적용했다. 이런 철학자들 대다수는 기독교도였다. 신의 존재 증명은 철학자들이 끊임없는 과제였다. 선하고 전지전능한 신이 어떻게 고통을 허용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변호하려 한 아우구스티누스, 신에 대한 믿음에 중점을 두고 종교적인 삶의 방식에 전념한 안셀무스와 아퀴나스, 신의 존재를 논리로 증명할 수 있다고 믿은 데카르트, 신에 대한 믿음을 마음과 신앙의 문제로 본 파스칼, 종교 신자들이 사용한 설계논증을 원인과 결과로 반박한 흄, 그리고 신의 죽음을 의도적으로 이용한 니체와 종교에 대해 거침없고 도발적이었던 러셀 등 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시도는 철학의 역사에서 또 하나의 큰 줄기를 이루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 무신론과 다윈주의자
현대 미국의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진화론을 두고 ‘이제껏 사람이 가졌던 단 하나의 최고 견해’라고 했다. 진화론은 인간과 그 주변의 동식물이 어떻게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고, 어떻게 여전히 변화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진화론의 등장으로 나타난 결과 중 하나는 신이 없다고 믿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쉬워졌다는 점이다. 동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 1859년 이전에는 무신론자라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고 썼다. 물론 1859년 이전에도 무신론자는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훨씬 더 많았다. 진화가 사실이라고 믿기 위해 무신론자가 될 필요는 없다. 많은 종교 신자들이 다윈주의자이다. 하지만 다윈주의자이면서 동시에 신이 모든 종을 오늘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창조했다고 믿을 수는 없다.
♣ <프로이트의 상징 (Freudian symbols)>
뱀이나 우산 또는 칼이 나오는 꿈은 대개 성적인 꿈이 변장한 것이다.
뱀, 우산, 칼은 남성의 성기를 의미하는 전형적인 ‘프로이트의 상징(Freudian symbols)’ 이다.
마찬가지로 꿈에서 지갑이나 동굴 이미지는 여성의 음부를 나타낸다.
- 나이절 워버턴의 <철학자와 철학하다> 중에서 -
■ 책 소개
궁극의 진리를 갈망한 철학자를 한눈에 읽는다!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의 본질을 파헤치는 앎의 여정 ‘어떻게 살 것인가’, ‘신은 존재하는가’, ‘실재하는 세계의 본질은 무엇인가’ 등과 같은 질문은 소크라테스가 살았던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철학자들이 끊임없이 탐구해온 주제이다.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어떤 대상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사유하고, 진리를 찾기 위해 서로 치열하게 논쟁하는 철학자들…… 수많은 주제의 본질을 밝혀내기 위한 과정은 결코 끝이 있을 수 없음에도 그들의 열정과 용기 덕분에 우리는 앎의 세계와 인간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좀 더 정연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가늠자를 갖게 되었다. 이 책은 짤막하면서도 알기 쉬운 사례를 들어 철학적 개념을 설명하고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 작가정보
저자(글) 나이절 워버턴 (Nigel Warburton)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영국의 유명 여러 철학 입문서를 쓴 철학자 및 베스트셀러 작가. 브리스틀대학교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대학교 다윈칼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리 시대 최고의 대중 철학자’ 중 한 명인 그는 노팅엄대학교에서 강의했고, 원격 교육을 제공하는 공립 개방대학(The Open University)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2007년부터 철학자 데이비드 에드먼즈와 진행한 인기 팟캐스트 <철학 한입>은 인터넷 시대에 철학이 대중과 만나는 방식에 관한 새로운 모범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다. 매주 흥미로운 철학적 주제를 정한 뒤 해당 분야의 저명한 철학자들 초대해 대화를 나눔으로써 많은 청취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도 정기적으로 철학과 예술에 관한 강좌를 열어 대중을 만나고 있으며,《가디언》,《프로스펙트》에도 칼럼을 기고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저술과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철학 한입 Philosophy Bites》,《철학의 주요 문제에 대한 논쟁 Philosophy: The Basics》,《모든 것에 대해 생각하기 (Thinking from A to Z)》,《철학의 역사: 소크라테스부터 피터 싱어까지 A Little History of Philosophy》,《언론의 자유 : 아주 짧은 입문 (Free Speech: A Very Short Introduction)》,《정치철학 읽기 Reading Political Philosophy: Machiavelli to Mill》(공저) 등이 있다.
■ 번역 정미화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댈러웨이 부인> (공역), <탄탄한 논리력?>, <엘라처럼>, <불량아빠 육아일기>, <타인의 행복>, <장면과 구성>, <갈등과 서스펜스>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철학이 하는 일
어떤 철학도들은 철학에 대해 엉뚱하게 높은 기대를 가진다. 그들은 철학이 인간의 처지에 관한 완벽하고 상세한 그림을 제공해주리라 기대한다. 그들은 철학이 삶의 의미를 드러내 주고, 우리의 복잡한 실존의 모든 단면을 설명해 주리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비록 철학 공부가 우리 삶에 관한 근본 문제를 조명해 줄 수는 있을지라도, 그것이 완벽한 그림과 같은 것을(설령 그런 것이 진정 가능하다 하더라도) 제공해 주지는 못한다.
철학 공부가 예술, 문학, 역사, 심리학, 인류학, 사회학, 정치학 및 과학 공부의 대안은 되지 못한다. 이들 서로 다른 분야들은 인간 삶의 서로 다른 측면에 집중하며 서로 다른 종류의 통찰을 낳는다. 삶의 어떤 측면은 철학적 분석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이런 것들은 아마도 다른 어떤 종류의 분석 역시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철하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을 추구하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오늘날 대다수 사람들은 행복을 추구하라는 말을 들으면 삶을 즐길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할 것이다. 아마도 행복은 이색적인 휴가를 보내거나 음악 축제 또는 파티에 가거나 친구들과 노는 것을 포함할 것이다. 편한 자세로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미술관에 가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멋진 인생을 구성하는 요소일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아리스토텔레스는 분명 이런 식으로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최고의 삶의 방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보기에 그것만으로는 좋은 삶이 아니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사용한 그리스어는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 영어 발음상 ‘신음 소리를 내는 인간들, 너희는 죽는다 you-die-moania’로 풀이할 수도 있지만, 그 의미는 정반대이다)였다. 이 단어는 때때로 ‘행복’보다는 ‘번영’이나 ‘성공’으로 번역된다. 망고 맛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좋아하는 팀이 경기에서 이기는 것을 보면서 얻을 수 있는 기분 좋은 느낌 그 이상이다. 에우다이모니아는 덧없는 기쁨의 순간이나 어떤 기분이 아니라 그보다 더 객관적인 것이다. 우리는 행복이란 ‘느끼는 것’이고 그 이상은 아니라는 생각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것을 이해하기가 아주 어렵다. _‘2 진정한 행복 _아리스토텔레스’에서
데카르트가 취한 다음 행보는 철학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인용문 중 하나로 이어졌다. 비록 그 의미를 이해하기보다는 그냥 알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을 테지만 말이다. 데카르트는 악마가 존재하고 그를 속이고 있다고 해도 악마가 속이고 있는 어떤 것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생각을 하고 있는 한 데카르트 자신은 존재해야만 한다. 악마는 데카르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에게 그 자신이 존재한다고 믿게 만들 수 없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데카르트의 결론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틴어로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였다. 나는 생각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스스로 한번 생각해보라. 당신이 어떤 생각이나 감각을 가지고 있는 한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심하기는 불가능하다.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당신에게 육체가 있는지, 혹은 보고 만질 수 있는 육체가 있는지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일종의 생각하는 존재로서 실존한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다. 그런 생각은 자기부정이 될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순간 의심 행위는 당신이 생각하는 존재로서 실존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_‘11 우리는 꿈을 꾸고 있었을까? _르네 데카르트’에서
역사 전체를 돌돌 말려 있는 기다란 종잇조각이라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종이가 완전히 펼쳐지기 전까지는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또한 종이가 끝까지 펼쳐지기 전에는 종이의 맨 마지막 부분에 무엇이 쓰여 있는지 알 수 없다. 종이가 펼쳐지는 방식의 밑바탕에는 하나의 구조가 존재한다. 헤겔이 보기에 실재는 자기 자신을 이해한다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역사는 무작위적이지 않으며, 어딘가로 가고 있다. 역사를 되돌아볼 때 우리는 역사가 이처럼 펼쳐져야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 들을 때는 이상하게 들리는 견해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 대부분이 헤겔의 견해에 공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헨리 포드(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의 창립자-옮긴이)가 ‘역사는 지긋지긋한 일의 연속일 뿐이다’라고 역사를 평한 방식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역사는 전체적인 계획 없이 일어나는 일들의 연속이다. 우리는 역사를 연구하고 사건의 개연성 있는 원인을 밝혀내고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헤겔이 생각했던 방식대로 역사에 필연적인 양식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다고 역사가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더구나 역사가 점차 자기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는 의미도 결코 아니다. _‘22 미네르바의 부엉이 _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에서
프로이트에게 꿈은 ‘무의식으로 가는 지름길’, 즉 숨겨진 생각을 알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였다. 우리가 꿈속에서 보고 경험하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다. 거기에는 표면적인 내용, 즉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꿈의 실제 의미는 잠재적인 내용이다. 바로 정신분석학자들이 이해하려고 하는 내용이다. 우리가 꿈속에서 마주치는 것은 상징이다. 이 상징은 우리의 무의식적인 마음속에 숨어 있는 소망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뱀이나 우산 또는 칼이 나오는 꿈은 대개 성적인 꿈이 변장한 것이다. 뱀, 우산, 칼은 남성의 성기를 의미하는 전형적인 ‘프로이트의 상징(Freudian symbols)’이다. 마찬가지로 꿈에서 지갑이나 동굴 이미지는 여성의 음부를 나타낸다. 만약 이런 발상이 충격적이고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면 아마 프로이트는 당신의 마음이 자기 내면에 그런 성적인 생각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_‘30 변장한 생각들 _지그문트 프로이트’에서
아주 오래전 소크라테스와 마찬가지로 싱어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공개적인 발언을 할 때 위험을 감수한다. 그의 일부 강의를 두고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고, 그 자신이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어는 철학의 가장 훌륭한 전통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끊임없이 기존의 전제들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의 철학은 그가 사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때 싱어는 항상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고 공개 토론을 할 각오를 한다. _‘40 현대의 등에 _피터 싱어’에서
■ 출판사 서평
인간의 삶과 죽음, 신, 그리고 세계의 본질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논쟁하고 추론하고 묻다!
인류 문화와 사상의 바탕이 된 질문과 논증, 그리고 주요 철학자들의 치열한 사유와 통찰!
이 책은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서구 사상을 이끌어온 주요 사상가들의 견해를 40개 챕터로 나누어 살펴보면서, 지난 시간 동안 인류가 탐구한 방대한 영역의 정곡이 되는 주제를 다양한 사례 속에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사실 철학의 세계는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뿐더러 파고들수록 그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난해하기에 이제 막 철학에 관심을 갖거나 공부하려는 이들이 그 문을 두드리기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철학의 유용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이해한다고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나 할까? 현실 세계에서 철학은 어떤 가치를 갖고 있을까? 일생 동안 하나의 주제에 몰두하다가 죽음을 맞는 철학자의 삶은 얼마나 의미 있을까?
이 책은 철학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한, 이러한 실제적이고 기초적인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예로 들어 독자와 편안하게 대화하듯이 서술하고 있다. 이전까지 여러 권의 철학 입문서를 썼고 ‘우리 시대 최고의 대중 철학자’로 인정받는 저자의 통찰과 표현 방식은 각각의 철학자가 주장하고 논증하고 사유한 것들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서양철학의 출발점으로 삼는 소크라테스에게, 서양철학의 전통에서 중시하는 지혜는 수많은 사실을 아는 것이나 어떤 일을 하는 법을 아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의 한계 등 우리 존재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한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현대의 철학자들도 여전히 어려운 질문을 하고, 이유와 근거를 살펴보고, 실재의 본질이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우리 자신에게 물을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느 분야의 역사든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흐름을 읽는 눈(지혜)이다. 이 책도 그러한 흐름을 연결고리 삼아 시대를 통찰해내고 있다. 초기의 철학은 세계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석해왔지만 오늘날 철학에서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실천적 방법을 찾는 것이다. 물론 이전의 이론적인 논증과, 수많은 사상가들이 남긴 철학적 유산 덕분이다. 누군가의 권위나 주장에 무작정 의지하거나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철학의 정신에 반한다. 철학은 논쟁과 잘못을 범할 가능성, 하나의 견해에 대한 도전과 대안의 모색을 기반으로 발전한다. 기꺼이 비판하고 의심하고 회의하는 자세를 취했기에 사유하고 논증하는 철학의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선하고 전능한 신이 인간과 세계를 설계했다면, 왜 악을 만들었을까?
다윈의 진화론은 철학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철학의 역사에서 변곡점이 된 견해들과 끝나지 않을 논쟁들
이 책을 통해 유명 철학자 또는 특정 학파가 다룬 주제에 관해 깊이 알고 싶다면 크게 실망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철학 입문서로 충실하게 쓰였다. 사실 하나의 철학적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몇 권의 책으로도 모자란다. 19세기 독일 최고의 철학자로 불리는 헤겔의 저술은 그 누구도, 어쩌면 헤겔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했을 부분이 많다. 왜냐하면 칸트의 저술과 마찬가지로 아주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되는데다 종종 자신이 만들어낸 용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철학의 역사뿐 아니라 과학과 철학, 철학과 종교가 어떤 관계를 이어왔는지, 철학자들이 과학과 종교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많은 철학자들은 과학과 수학, 기하학 등에도 관심이 많았다. 언뜻 철학과 과학은 가설과 추론, 그리고 논증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엇비슷해 보일 수도 있다. 과학적 연구의 본질은 시험해볼 수 있다는 것, 즉 거짓임을 입증할 수 있는 관찰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특정한 사고방식이 거짓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과학은 발전한다. 과학자들은 잘못을 통해 배우며, 대담한 추측이나 짐작에서 출발하여 그 기반을 실험이나 관찰을 통해 무너뜨리려 한다. 하지만 과학은 창의적이고 흥미진진한 활동임에도 어떤 것이 참이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
한편 이 책에 왜 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인 다윈이 등장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다윈의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과 그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론들이 과학자들뿐 아니라 철학자들의 생각에도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의 사고실험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넓히기 딱딱하지 않은, 철학 읽기의 즐거움이 가득한 책
과학자들은 실제 실험을 이용하지만 철학자들은 자신의 논증을 합리화하기 위해 사고실험을 고안해낸다. 사고실험이란 특정한 문제에 대해 우리의 감정, 즉 철학자들이 ‘직관(intuitions)’이라고 부르는 것을 드러내도록 고안된 가상의 상황을 말한다. 이러한 사고실험은 우리가 문제의 핵심에 더 면밀히 집중하게 한다. 의심을 그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사악한 악마’의 사고실험(르네 데카르트)을 비롯해 인격의 동일성에 증명하기 위한 ‘왕자와 구두 수선공’ 사고실험(존 로크), 실용주의 진리론을 보여주기 위한 ‘다람쥐와 사냥꾼’ 사고실험(윌리엄 제임스), 이중 효과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한 ‘폭주하는 열차’ 사고실험(필리파 풋과 주디스 자비스 톰슨), 컴퓨터는 실제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중국어 방’ 사고실험(존 설) 등은 다양한 상황에서 우리가 사유하고 수용하는 방식을 구체화해줄 뿐만 아니라 관점을 바꾸면 또 다른 것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책은 각 챕터마다 개념을 알기 쉽게 이야기해주는 사례뿐만 아니라 철학자들의 짧은 일대기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출신 배경과 시대적 상황을 언급하고 인물의 특징적인 면을 잘 포착해내면서 챕터를 마무리할 때마다 다음에 나오는 철학자를 연계하고 있으며, 책의 앞부분에 ‘연대표로 보는 철학의 역사’를 수록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철학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자유와 정신에 대해 논쟁을 벌였던 고대의 사상가들로부터 우리 시대의 문제를 냉철하게 짚어내는 현대의 철학자까지, 주요 철학자들을 만나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