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젬마의 질주, 오픈소스 AI 생태계의 진화와 한계”

“젬마의 질주, 오픈소스 AI 생태계의 진화와 한계”

– 구글과 메타의 기술 경쟁이 던지는 의미



글로벌연합대학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버지니아대학교 이현우 교수



1. 오픈소스의 얼굴을 한 AI, 젬마의 탄생과 질주


2024년 2월, 구글은 메타의 라마(LLaMA)에 맞서기 위해 ‘젬마(Gemma)’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 시리즈는 출시 후 불과 1년이 되지 않아 누적 다운로드 1억 5천만 건을 돌파하며, 세계 AI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Hugging Face를 중심으로 젬마를 기반으로 제작된 파생 모델이 7만 개를 넘어서며, 그 확장성과 개방성에 대한 기대감을 입증했다.


젬마는 단순한 언어 모델이 아니다. 최신 버전은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를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 기능까지 탑재했으며, 10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는 글로벌 스펙을 자랑한다. 나아가 의료, 생명과학, 약물 개발 등 특정 산업군에 맞춘 전용 버전도 출시되며 “범용 + 산업특화형”이라는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공개를 넘어선 전략적 AI 확산의 시도라 할 수 있다.


2. 다운로드 수의 이면: 라마와의 비교, 그리고 경쟁의 본질


젬마의 1억 5천만 다운로드는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비교 대상인 메타의 라마는 이미 12억 다운로드를 넘겼다. 이는 젬마가 아직도 오픈소스 AI의 패권 경쟁에서 '도전자'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라마는 1년 앞서 출시된 선점 효과도 있지만, Hugging Face 및 커뮤니티 내에서 구축된 강력한 생태계 덕분에 여전히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다운로드 수 이상의 관점에서 젬마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구글은 젬마를 단순한 코드베이스가 아니라, 산업별 문제 해결을 위한 실용적인 툴킷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멀티모달 대응, 다국어 지원, 산업별 버전은 모두 실사용을 염두에 둔 구조다. 즉, 젬마는 AI의 ‘확장성과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고, 라마는 ‘빠르고 폭넓은 적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이 향후 두 모델의 차별화 지점이 될 것이다.



3. 오픈소스인가, 상업화인가? 젬마가 직면한 윤리적 질문


젬마와 라마 모두 ‘오픈소스’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사실상 상업적 이용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일례로 젬마는 구글의 명확한 라이선스 아래, 특정 사용 범위에 제한을 두고 있으며, 메타 역시 라마 모델의 상업적 이용에 대해 별도 허가가 필요한 조건을 두고 있다.


이는 AI 오픈소스 모델이 직면한 핵심적 윤리 문제다. 겉으로는 개방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사의 통제 하에만 유통 가능한 ‘조건부 공개’라는 점에서, 오픈소스의 진정한 철학과는 거리가 있다. 기술은 나누되 이익은 독점하려는 태도는 커뮤니티의 불신을 자초할 수 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게 이러한 제한은 진입장벽이 된다. 연구개발에 쓰기 위해선 문제가 없지만, 실제로 상업화하려는 순간 라이선스 리스크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오픈’의 탈을 쓴 ‘부분 독점’ 구조는 향후 AI 생태계의 성숙에 장애가 될 수 있다.



4. Hugging Face 중심의 생태계와 젬마의 가능성


젬마의 흥미로운 지점은 Hugging Face를 중심으로 다양한 파생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사용이 아닌, 재해석과 재창조를 허용하는 ‘확장 가능한 AI’라는 증거다. Hugging Face의 에코시스템은 전 세계 수십만 개발자들이 코드와 가이드를 공유하고, 각자의 환경에 맞게 모델을 수정·배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열린 플랫폼이다.


이런 맥락에서 젬마가 Hugging Face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매우 현명한 선택이다. 구글은 내부 AI 프레임워크를 고도화하는 데 강점을 가졌지만, 커뮤니티 기반 오픈소스 확장력에서는 메타보다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Hugging Face는 이 격차를 메울 수 있는 플랫폼이며, 구글 역시 그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젬마의 미래는 단순히 기술의 성능을 넘어, 얼마나 많은 개발자와 기업, 연구기관이 이 생태계 안으로 들어오는가에 달려 있다.



5. 결론: 젬마는 AI 민주화의 촉매가 될 수 있을까?


젬마의 등장은 AI 민주화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라마가 쌓아올린 생태계와 유사하게, 젬마 역시 수많은 사용자의 수정과 확장을 통해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AI 민주화라는 이상을 실현하려면, ‘조건부 개방’이라는 벽을 허물고, 진정한 오픈소스 정신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젬마는 기술적 측면에서는 라마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고, 특정 산업 맞춤형 AI로서의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커뮤니티 신뢰와 라이선스 유연성이라는 두 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젬마는 그저 또 하나의 ‘빅테크 장난감’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AI의 시대, 젬마와 라마의 경쟁은 단순한 기술 대결이 아니라 ‘개방성 vs 통제’, ‘공유 vs 독점’이라는 철학의 전장이다. 젬마가 진정한 민주화를 위한 길을 걸을 수 있을지, 우리는 그 진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에이펙셀(주)천연나노기술 글로벌연합대 정창덕총장 협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