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혁명
GPT-5와 범용 검증기의 진화
– 인공지능 성능 도약의 숨은 혁신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1. GPT-5의 등장과 고난의 서사
2025년, 인공지능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질 준비를 하고 있다. 바로 OpenAI가 출시를 예고한 차세대 모델 GPT-5이다. 하지만 이 모델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GPT-3에서 GPT-4로의 비약적 발전에 비해, GPT-5는 내부적으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험 결과들로 인해 수차례 좌절과 도전을 반복해야 했다.
초기의 GPT-5 프로젝트는 ‘오라이온(Orion)’이라는 코드명 아래 두 차례의 사전학습을 거쳤지만, 스케일링 법칙에 의존한 훈련은 결국 성능 한계를 드러냈고, 결과적으로 "GPT-4.5"라는 이름으로 잠시 등장한 후 폐기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오픈AI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o1, o3, o4-미니 등 추론 중심의 다양한 시리즈 모델들을 시험적으로 개발하며 **‘추론 능력’**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능 기준을 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GPT-4의 환각 현상을 줄이지 못하고, 때로는 오히려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며 기술적 벽에 직면했다.
2. 범용 검증기의 발견 – ‘검토하는 AI’의 시대
바로 이때, 오픈AI는 하나의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범용 검증기(Universal Verifier)”**다. 기존의 LLM은 인간 피드백 기반의 강화학습(RLHF)을 통해 성능을 조정했지만, GPT-5의 핵심 기술로 부상한 이 범용 검증기는 강화학습의 검증 과정 자체를 AI로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구체적으로, 이 검증기는 LLM이 생성한 응답을 또 다른 LLM이 다각적으로 평가하고 외부 정보를 조사하며, 스스로 품질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다시 말해, 모델이 답한 내용을 또 다른 AI가 검토해 ‘정답에 가까운가’를 판별하는 일종의 메타인지 구조를 갖춘 셈이다.
이 기술은 단순한 채팅봇 기능을 넘어, 복잡한 문제 해결과 정답 검증, 전문가 수준의 판단까지 가능하게 만들며, 특히 인간의 피드백 없이도 반복적으로 자기 자신을 교정하고 진화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곧 인공지능의 자가 학습 체계로 해석될 수 있으며, GPT-5를 통해 최초로 실질적 성능 향상을 견인한 주역이 되었다.
3.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드러난 가능성
범용 검증기의 성능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라는 전혀 다른 장에서 입증되었다. OpenAI는 2025년 7월 19일 열린 IMO에서 자사 AI 모델로 금메달에 해당하는 성적을 거두었고, 이에 대해 샘 알트먼 CEO는 "이 모델은 수학 전문 AI가 아닌 범용 AI임에도 불구하고 인간 천재들 사이에서 뛰어난 결과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수학은 기존의 자연어 처리나 이미지 생성과는 달리 정확성과 논리 추론, 증명 구조가 요구되는 분야다. GPT-5는 단순히 공식을 암기하거나 기계적으로 답을 도출한 것이 아니라, 다단계 논리 전개와 수학적 사유를 통해 스스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이다. 이는 범용 검증기 덕분에 답안이 반복적으로 교정되고, 더 나은 풀이를 학습한 결과로 해석된다.
4. GPT-5가 보여주는 실제 성능 향상
디 인포메이션의 보도에 따르면, GPT-5는 일부 초기 테스터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성능 향상을 보여주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성능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평가되었다
• 창의적 글쓰기: 논리적인 구성과 감성적 언어를 조합해 자연스럽고 완성도 높은 글을 생성.
• 과학적 문제 해결: 가설을 세우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적 접근 방식을 설명 가능.
• 웹 브라우저 사용: 명령을 바탕으로 자동으로 정보를 찾아 목적을 수행하는 능력 개선.
• 코딩 능력: 함수 최적화, 디버깅, 주석 달기, 새로운 알고리즘 생성 등 다양한 프로그래밍 작업에서 우수한 결과 도출.
이러한 개선은 단순한 파라미터 수나 스케일의 증가가 아닌, 모델의 질적 구조 개선, 즉 검증과 자기조정 능력 향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AI 에이전트 기능과 통합될 경우, 단순한 대화형 인공지능을 넘어 인간의 업무를 지원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자동화된 추론 파트너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시사됐다.
5. AGI로 가는 발걸음은 아직
– 그러나 경쟁 우위 확보
샘 알트먼 CEO는 GPT-5에 대해 “거의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똑똑하다”라고 언급하며 그 진보성을 자랑했지만, 동시에 아직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문턱은 넘지 못했다고 내부에서는 인정하고 있다.
AGI는 모든 인간 활동을 대체하거나 보조할 수 있는 진정한 범용 지능을 의미하지만, GPT-5는 여전히 특정 분야에선 놀라운 능력을 보이는 반면, 복잡한 맥락 이해나 가치 판단, 자율성 면에서는 한계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존재하는 다른 LLM들과 비교하면 GPT-5는 코딩, 수학, 웹 활용, 응답 신뢰도 등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진 차세대 모델로 평가된다.
또한, 내부에서는 추론 중심 o시리즈와 범용형 GPT 브랜드를 통합하는 전략으로 혼란을 줄이고, 성능의 전면적 향상을 강조한 GPT-5의 명명 자체가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플래그십 모델로서 GPT 브랜드가 여전히 인공지능 경쟁의 중심에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결론
GPT-5는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는가?
GPT-5는 단순히 기존 모델의 파라미터를 키운 결과물이 아니다. 강화학습의 자동화, 범용 검증기를 통한 품질 검증, 특정 능력에 집중된 모델 구조의 재설계를 통해, 한 차원 높은 AI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수학올림피아드에서의 실전 성과는 GPT-5가 단순 언어 생성기를 넘어, 논리적 추론기와 문제 해결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는 징후다.
향후 GPT-5의 정식 출시는 AI 생태계 전반에 강력한 파장을 미칠 것이다. AGI라는 궁극적 목표는 아직 요원하지만, GPT-5는 그 문턱을 향해 가장 근접한 모델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범용 검증기를 품은 GPT-5는 이제 인간처럼 ‘말할 수 있는 존재’를 넘어서, ‘검토하고 반성하며 학습하는 존재’로 진화 중이다. 이 흐름은 분명히 인공지능의 다음 단계를 여는 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