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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생 Aug 15. 2022

8. 머리 vs 엉덩이, 과연 승자는?

엉덩이 무거운 헛똑똑이의 다짐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라고 했다. 머리로 생각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생각만 많고 좀처럼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 나는 이 말의 뜻풀이를 듣고 나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아이디어에 비해 실행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머릿속으로는 늘 신선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케케묵은 두뇌에 쌓인 먼지를 털어줄 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찾아 헤매지만 막상 떠올린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책읽기를 좋아해서 일년에 몇십 권씩 읽지만 책에서 배운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하지는 않는다. 매번 동기부여만 잔뜩 받고 그걸로 끝이다. 제아무리 멱살잡고 끌어주는 동기부여 서적이라고 해도 내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이게 하지는 못한다. 덕분에 내 몸은 부지런한 두뇌와 게으른 엉덩이 사이에서 매번 혼란을 겪는다.



문제는 거의 매번 엉덩이가 이기고 만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의욕 과다 상태가 된 부지런한 두뇌는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서 뭐라도 해!'라는 기운찬 명령어를 입력하지만 게으른 엉덩이는 들은 척도 안 한다. 이놈은 그저 하던 대로 의자 또는 침대에 푹 퍼져서 뭉갤 궁리뿐이다. 제아무리 두뇌가 지금 일어나서 실행에 나서면 너는 부자가 될 수 있어, 살을 뺄 수 있어, 행복해질 수 있어! 하며 달콤한 말로 구슬러도 씨알도 안 먹힌다. 엉덩이가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24시간 핑핑 돌아가는 두뇌를 일중독자라고 비웃으며 더 격렬하고 적극적으로 퍼져있는 것뿐이다. 아무리 내 몸이지만 정말 얄밉다.



조금 한심한 사실을 말해보자면, 나는 지금까지 한 권만 읽어도 인생이 바뀐다는 유명한 자기계발서를 수없이 많이 읽었다. 부자가 되게 만들어 준다는 경제 서적과 재테크 서적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내가 읽은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서적을 일렬로 늘어세우면 마치 만리장성처럼 달에서도 보일 지도 모른다. (여기서 토막 상식! 만리장성은 달에서도 보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만리장성은 길이는 엄청나게 길지만 달에서 보일 정도로 너비가 충분히 넓지 않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단백질 보충제와 비타민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영양제를 과할 정도로 챙겨먹으면서 정작 운동은 안 하는 상태이며, 성능 좋은 필기구를 잔뜩 구비해 책상에 늘어놓았으면서 정작 공부는 안 하는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타고난 실행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마냥 기죽어있을 수만은 없는 법. 나는 오늘부로 엉덩이가 무거운 과거의 나와 이별하고 새털 같은 엉덩이를 가진 사람으로 거듭나려 한다. 책을 읽는 것도,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도 좋지만 적어도 그 지식과 아이디어가 허공에만 머물러있지 않도록 발로 뛰어 실천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아이디어를 물성(物性)을 가진 실체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열 개의 아이디어를 떠올렸으면 그 중에 적어도 세 개는 실행으로 옮기는 용기와 과감함을 갖추기 위해 매일매일 훈련할 것이다. 그것이 머리와 엉덩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나라는 존재에게 평안을 가져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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