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 클래식 제15장: 다시 밀려오는 마음

고요 속에 스며든 파동

by Helia

추천곡: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 Le Onde


어떤 감정은 가라앉는 법을 모른다. 잊었다고 생각한 마음이 다시 떠오를 때, 그것은 처음보다 조용하고 느리게 다가온다. 하지만 더 깊숙한 곳을 흔든다. 에이나우디의 ‘Le Onde’를 듣는 순간, 나는 그 조용한 파동을 느꼈다. 파도처럼 반복되며 밀려왔다가 사라지고, 또다시 밀려오는 감정. 그건 무너지는 슬픔이 아니라, 잊힌 감정을 조용히 다시 떠올리는 일이었다.

이 곡은 극적인 기승전결이 없다. 대신 아주 부드러운 반복 속에 감정을 싣는다. 처음엔 단조롭다고 느껴지지만, 들을수록 마음에 스며든다. 가슴 깊은 곳에서 작은 파문이 일고, 서서히 그 파문이 온 마음을 감싸는 듯한 기분. 그렇게 음악은 우리 안의 기억을 일깨운다. 처음엔 내가 음악을 듣는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음악이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날도 흐렸던 오후였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공기에는 습기가 가득했다.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가만히 밖을 바라봤다. 그리움이란, 꼭 사람에 대한 것만은 아니었다. 잃어버린 시절, 말하지 못한 마음,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애틋함. 이 곡은 그 모든 감정을 다시 부드럽게 끌어올렸다.

‘Le Onde’는 ‘파도들’이라는 뜻이다. 복수형이다. 감정은 한 번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 음악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사랑도, 이별도, 후회도, 다정함도, 한 번의 물결로 끝나지 않는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내 안을 반복해서 스쳐간다. 그 물결은 점점 작아지기도 하고, 때로는 새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감정이 나를 완성시켜 왔다는 사실이었다.

음악이 끝난 후에도 나는 그 파도 속에 머물러 있었다. 감정이란 꼭 털어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그런 마음들과 조용히 공존하는 것도, 삶의 한 방식일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잔잔한 파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걷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곡을 듣는 지금, 나는 슬프지 않다. 다만 조금 고요하다. 그 고요함이 내 안의 감정을 어루만진다. 그리움도, 외로움도, 잊고 있던 따뜻함도. 모두가 잔잔하게 파도처럼 되살아난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조용한 파도 한가운데, 나 자신과 마주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