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지붕 위에 별을 세며
별 아래 지어진 집
그 시절, 우리 집에는 지붕도, 체면도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나에게 학교는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 감추기의 공간이었다.
늘 같은 옷, 늘 나온 코, 늘 숨기고 싶은 집.
“야, 넌 왜 맨날 그 옷이야?”
“걔는 불우이웃이잖아, 도와줘야 돼.”
그런 말들이 나를 아프게 만든다는 걸
그 애들은 몰랐을까, 아니면 알고도 했을까?
집이라고 부르기엔 조심스러운 곳.
못에 걸린 비닐 천장이 펄럭이면 비가 샜고,
지하수를 길러다 썼고, 화장실은 퍼세식— 그러니까… 음 재래식이었다.
세면대 대신 고무대야, 거울 대신 성에 낀 유리창.
누군가 나를 찾아온다고 하면, 난 그때마다 사라지고 싶었다.
아버지는 낮에는 노점상, 밤에는 포장마차를 하셨다.
비닐에 둘러싸인 숯불 냄새가 옷에 밸 때면,
나는 그 냄새마저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 불빛 아래서 아버지는 묵묵히 고기를 굽고,
남은 재료로 우리 가족의 저녁을 해결했다.
가난은 밥상이 아니라, 마음을 작게 만든다는 걸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가끔은 구청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여기 불법 건축입니다. 철거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말 그대로, 집을 찢고 뜯고 부쉈다.
그날 밤, 아버지는 말없이 못을 주워 들었다.
그리고 나도 함께했다.
망치가 빗나가 손에 맞으면 “아이쿠야” 하는 대신
아버지는 입술을 앙 다물었다.
나도 배웠다.
아플 땐 소리 지르지 않는 법을.
그래도 집이 무너지면, 별이 가까워졌다.
지붕이 없어진 어느 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나는 나란히 누워 부서진 지붕 위에 하늘을 봤다.
“지붕은 없어졌지만, 별이 우리 지붕이네.”
아버지의 그 말이, 그때는 참 이상했다.
나는 속으로 되물었다.
“별이 지붕이면, 비 가 오면 어떡하지?”
하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그 밤은 건조했고, 별은 참 많았고
우리 집은,
세상에서 가장 천장이 높은 집이 되었다.
(다음 편 : 2화 나는 찐따였고, 왕이기도 했다.)
글/그림 : 오쌤
※ 이 글은 일기를 바탕으로, 제가 겪은 실제 경험과 기억을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묘사된 상황에는 개인적인 시선과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또 다른 이야기일 수 있음을 이해하며, 이 글이 상처가 아닌, 공감으로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