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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끝을 가봐야 안다

내가 선택한 길

by 마음을 잇는 오쌤


“너 이 성적으로는 대학 못 가.

미달된 전문대 정도면 몰라도.”


학원 강사 선생님의 말이었다.

내신은 1등급이었지만, 수능은 엉망이었다.

미술 전형도 실기 말고는 보여줄 게 없었다.


그 말은 곧

“포기해라”는 뜻이었다.


나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순간, 눈앞이 하얘졌다.


‘역시 난 안 되는 사람인가?’








하지만 그날 밤, 나는 원서를 썼다.

4군데. 망설임 없이. 내가 가고자 하는 학교에 원서를 넣었다.


수능 끝나고는 예상되는 점수 때문에 정신을 놓고 살았다.

이제 남은 건 실기뿐이 없었다.

학원, 집, 학원, 집…

밥 먹는 시간 빼고는 뭔가 계속하고 있었다.


뭔가 꽉 채운 시간이었다.

실기 날이 다가왔다.









첫 번째 학교 , 4시간 실기 시험,

시간은 부족했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왔다.


두 번째 학교, 3시간 30분 실기 시험,

첫 번째 시험보다 30분이 부족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시험 시작과 동시에 미친 듯이 그림을 쳐내려 갔다. 모든 걸 퍼부었다.

어느 순간 내가 CCM 찬송가를 흥얼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림이 완성까지 2시간 30분 이건 미친 속도였다.

시험은 1시간 남았었다. 남은 시간 동안 미비한 부분을 디테일하게 점검했다.

시험이 끝나고 연필을 내려놓은 순간 마음속이 뜨거워졌다.


이 그림은 합격이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감사합니다. 하나님”


너무 기뻤다. 시험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지만…

이 이상 어떻게 더 잘 그릴 수 있다는 말인가…

확신이 섰다.







그래도 나는 수능 점수가 있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그동안 열심히 즐겁게 기분 좋게는 그림을 그렸지만

그 과정이 틀렸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컸었다.


그런데… 신이 도와준 걸까?? 붙었다.

그것도, 네 군데 전부.




멍했다.

정말 내 이름이 맞나?

메일을 확인하고, 편지를 다시 열고, 몇 번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합격 학교 교수님의 연락도 받았다. 합격했는데 왜 입학 신청을 안 하는 건지… 문의 전화였다.


학원 강사가 말했던 건, 아마도 ‘보통의 경우’였을 거다.

그 기준에서라면, 나는 분명 ‘될 리 없는’ 학생이었겠지.


하지만 나는, 끝까지 가봤다.

그래서 반전을 만났다.








결국 나는 등록금이 가장 저렴한 학교를 택했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꿈이 많았기에.

나는 가장 싼 자리에서, 가장 비싼 각오로 시작했다.


그날 이후, 나는 안다.

누가 뭐라 해도,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걸.


꿈은, 포기한 사람에게는 오지 않는다.

꿈은, 지루하고 힘든 일을 버티고 끝까지 방법을 찾는 사람에게만

조용히, 아주, 천천히 다가온다.


그런데 나는 그때까지도 몰랐다.

대학에서 나를 기다리는 첫 별명이 ‘빵 만드는 디자이너’가 될 줄은.


(다음 편 : 7화 대학 "빵 만드는 디자이너")

글/그림 : 오쌤


※ 이 글은 일기를 바탕으로, 제가 겪은 실제 경험과 기억을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묘사된 상황에는 개인적인 시선과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또 다른 이야기일 수 있음을 이해하며, 이 글이 상처가 아닌, 공감으로 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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