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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여기 Apr 22. 2020

여행자는 때로는 호구가 되기도 한다

비셰흐라드의 일몰


렌터카로 동유럽을 여행하는 경우라도 도시 간의 이동이 아니라면 구시가지는 도보로 여행을 해야 한다. 체코 프라하 구시가지를 며칠 걸으며 도시가 익숙해졌을 즘 비셰흐라드에서의 일몰을 보기로 했다. 비셰흐라드는 프라하 구시가지로부터 3km 정도 떨어져 있는 한적한 분위기로 유명 예술가들의 무덤이 있기도 한 곳이며 그 이름의 의미는 '높은 성'을 뜻한다. 이름처럼 당연히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으므로 프라하 시내와 블타바 강을 내려다볼 수 있고 일몰 시간에 가면 더없이 아름다운 곳이다.






우리는 여행 중에 일몰을 빠뜨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날 프라하 구시가를 이미 오래 걷고 난 후였기 때문에 더 이상 걷기는 무리이므로 우리는 우버 택시를 불렀다. 복잡한 구시가지 골목으로 우버가 오려나 싶었는데 오겠다는 메시지를 받고 기다렸으나 우려했던 대로 예약된 우버는 오지 않았고, 운 좋게 다른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친절하게도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신시가지 건물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고 우리는 원더풀을 외쳤다.



드디어 비셰흐라드 정문 앞에 도착했을 때 택시요금은 우리를 당황시켰다. 처음 우버로 예약했던 금액은 200 코루나(약 1만 원), 그런데 이 친절한 기사님 1000 코루나(약 5만 원)를 미터기에 찍는 것이 아닌가. 나름 우리가 여행 베테랑인데 이 무슨 경우인지 이렇게 당할 수는 없다며, 경찰서로 가자 했더니 순순히 가잔다.  우리가 탄 택시는 스페셜 개인택시라나 뭐라나... 경찰서를 오가며 우리 여행 기분을 망쳐야 하나, 무엇보다 일몰 시간을 놓치게 되는 것이니 고민 끝에 우리는 일몰을 선택했다.





지금까지의 꽤 많은 여행 중 가장 호구스러운 결정이었으나,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아니 사진으로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석양이 내려앉는 마법의 시간에 프라하 그리고 블타바 강을 바라다보는 일, 아름다운 것들을 보며 이유 없이 흐르던 눈물과 일렁이는 감동의 물결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기에  결코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직도 그 이야기를 하면 분개하기는 한다. '스페셜 개인택시는 무슨 사기당한 거지'라며.






돌아갈 때 우리는 한 시간 이상을 걸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그래도 내려가는 길이었으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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