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로 동유럽을 여행하는 경우라도 도시 간의 이동이 아니라면 구시가지는 도보로 여행을 해야 한다. 체코 프라하 구시가지를 며칠 걸으며 도시가 익숙해졌을 즘 비셰흐라드에서의 일몰을 보기로 했다. 비셰흐라드는 프라하 구시가지로부터 3km 정도 떨어져 있는 한적한 분위기로 유명 예술가들의 무덤이 있기도 한 곳이며 그 이름의 의미는 '높은 성'을 뜻한다. 이름처럼 당연히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으므로 프라하 시내와 블타바 강을 내려다볼 수 있고 일몰 시간에 가면 더없이 아름다운 곳이다.
우리는 여행 중에 일몰을 빠뜨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그날 프라하 구시가를 이미 오래 걷고 난 후였기 때문에 더 이상 걷기는 무리이므로 우리는 우버 택시를 불렀다. 복잡한 구시가지 골목으로 우버가 오려나 싶었는데 오겠다는 메시지를 받고 기다렸으나 우려했던 대로 예약된 우버는 오지 않았고, 운 좋게 다른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친절하게도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신시가지 건물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고 우리는 원더풀을 외쳤다.
드디어 비셰흐라드 정문 앞에 도착했을 때 택시요금은 우리를 당황시켰다. 처음 우버로 예약했던 금액은 200 코루나(약 1만 원), 그런데 이 친절한 기사님 1000 코루나(약 5만 원)를 미터기에 찍는 것이 아닌가. 나름 우리가 여행 베테랑인데 이 무슨 경우인지 이렇게 당할 수는 없다며, 경찰서로 가자 했더니 순순히 가잔다. 우리가 탄 택시는 스페셜 개인택시라나 뭐라나... 경찰서를 오가며 우리 여행 기분을 망쳐야 하나, 무엇보다 일몰 시간을 놓치게 되는 것이니 고민 끝에 우리는 일몰을 선택했다.
지금까지의 꽤 많은 여행 중 가장 호구스러운 결정이었으나,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아니 사진으로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석양이 내려앉는 마법의 시간에 프라하 그리고 블타바 강을 바라다보는 일, 아름다운 것들을 보며 이유 없이 흐르던 눈물과 일렁이는 감동의 물결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기에 결코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직도 그 이야기를 하면 분개하기는 한다. '스페셜 개인택시는 무슨 사기당한 거지'라며.
돌아갈 때 우리는 한 시간 이상을 걸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그래도 내려가는 길이었으니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