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한국으로 들어왔지만, 친한 동생이 태국 치앙마이에 살 때는 치앙마이의 저렴한 물가 덕분에 나도 꽤 긴 시간을 그곳에서 느긋하게 보낼 수 있었다. 치앙마이라는 도시가 크게 즐길거리가 있거나 볼거리가 다양한 도시가 아니어서 특별하다 말할 것 없는 나른한 일상 중에 치앙마이를 떠나 태국 북부 쪽으로 함께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동생은 태국에 살면서도 아직 못 가봤지만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는데 푸치파라고 하였다. 치앙라이에서 차로 두 시가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푸치파는 일출과 운무가 장관인 곳으로 그 이름의 뜻은 하늘을 가리키는 산이라고 한다. 치앙마이에서 치앙라이로 이동후 치앙라이에서 이틀을 보낸 뒤 푸치파로 향했다. 이름처럼 하늘로 가는 길이 쉬울 리가 있겠는가. 지대가 높아지자 나빠진 날씨를 뚫고 좁고 엄청난 경사의 도로를 운전하는 동생의 긴장감이 느껴지면서도 창밖으로 보이는 초록빛 풍경은 온통 아름답기만 했다. 어렵게 푸치파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출입이 통제되어 있었다. 비수기여서인지 공사 중인 건지 날씨 탓인지 정확한 설명도 없이. 미리 숙박을 예약했다면 어쩌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실망은 잠시, 우리는 그날 밤을 묵을 다른 목적지를 결정해야 했다. 우리가 있는 태국 북부는 미얀마, 라오스의 국경이 만나는 골든 트라이앵글 근처로 우리는 그중 라오스로 가는 육로 관문 역할을 하는 치앙 콩과 가까운 지역에 있었다. 라오스로 갈 계획은 아니지만 치앙 콩에 들러서 메콩강 건너의 라오스를 바라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여 치앙 콩으로 방향을 잡았다.
가는 동안 예약해서 찾아간, 마을을 한참 지나 외진 곳에 있던 숙소의 뷰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메콩강을 눈앞에 두고 강 건너 라오스가 보이는 산속. 가족들이 그곳에 살면서 운영하는 곳인듯한 이 숙소의 작은 문제는 식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저렴한 와인 한 병. 그런데 다행히도 이분들이 마을에서 음식을 테이크 아웃 해다 주겠다며 메뉴판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야외 테이블에 잘 어울리는 낭만적인 붉은 체크 테이블보를 세팅해 주며 와인잔을 내오셨다. 나는 말할 것도 없고 태국에 살아도 태국 글자 앞에서는 까막눈인 동생과 우리가 힘을 모아 주문한 음식은 비교적 성공적이었고 초저녁에 시작된 저녁 식사는 해가 저물고 밤이 깊어가도록 계속되었다. 그날 아침까지만 해도 그곳에 있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에서 배려가 담긴 식사와 기분 좋은 와인 한잔 그리고 깊어가는 이야기와 더 깊어가는 추억 만들기. 여행을 하면서도 다음 여행을 꿈꾸다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 좋아하던 것들에 대해, 지나온 삶에 대해 진지한 대화가 오가는 동안 아마도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었으리라.
그러다가 우리는 노래를 불렀다. '여전히 아름다운지'라는 곡을. 우리의 오늘은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시간이 흐른 어느 날에는 그리움이라는 색까지 더해져 얼마나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이 될까라는 마음이었으려나... 분위기에 취하고 한 잔 술에 취해 부른 다시 보기 민망한 동영상이 증거처럼 남아있지만, 김연우 님의 목소리로 그날의 그 곡을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