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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싸맨 Jan 18. 2021

“밤 10시까지 딱 한 시간만 더 주세요."

SNS를 달구고 있는 어느 릴레이에 대하여.

“10시까지 딱 한 시간만 더 주세요." 


시험을 보는 수험생의 요청이 아닙니다.

16일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발표 이후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외식업계 및 식당 자영업자 사장님들의 '한 시간만 더' 릴레이 속 간청입니다.



#아버지는강합니다
#어머니는강합니다
#버텨낼겁니다.


왜 그분들은 부모로서의 의지를 해시태그를 통해 다져가면서까지 한 시간만 더 늘려 달라고 하는 것일까요.





21시나 22시나 어차피 마무리하는 시간 아닌가요?


대중의 관점에서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그 1시간 동안 밥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필자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완전하게 그분들의 어려움을 공감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작년까지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실무를 쌓아왔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느끼는 그분들의 절박함과 소비자 사이에서 균형을 조금은 맞출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동아일보 Pick (2021. 01. 17)


'2주간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필요하다면 방역 조치의 추가 조정도 검토하겠다'는 17일 국무총리 발표가 있었습니다.

과연 '한 시간만 더'가 현장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나 영업 제한 조치에 비하면 의아함까지 생겨 보이는 '단 한 시간'.

벼랑 끝에선 그분들의 외침과 소비자 입장에서 1시간의 의미를 중간 입장에서 정리해보았습니다.



※ 본 내용은 어떤 청탁이나 의뢰 없이 순수한 개인적·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음을 미리 밝힙니다.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1. '스프레드(Spread)'가 가능해집니다.


교통수단이 마스크 착용 준수와 방역 기준을 높게 유지하면서 운영하는 이유.  
마트에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적용하되 집합 금지는 하지 않는 이유.


입고 먹고살아야 하는 '의식주'를 위한 가치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먹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식점이 단순히 '먹으며 술 마시며 즐기기 위한 외식'을 위한 공간은 아니지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저녁식사를 한 이후의 시간 대인 '밤 9시 기준'은 공감이 됩니다.



하지만 수 없이 이야기되어온 '누적된 국민의 피로감'.

그리고 다른 관점의 동기부여와 삶을 위한 시간으로 바라본다면 '한 시간 더'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녁 6시가 된다고 음식점으로 순간 이동하지 않습니다.

잔업, 이동 등을 고려하면 회사 반경이든 집의 반경이든 실질 외식 시간은 그만큼 짧아집니다.


짧아진 만큼 매장에 따라 출퇴근길 지하철과 같은 트래픽이 몰리기도 합니다.

반대로, 아예 집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래나 저래나 잠재적 감염 위험이나 식당 자영업자 매출 어려움의 우려는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2차, 3차 수요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1년 가까이 되어가는 방역.

이제는 생활 속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19가 왜 위험한지 1년 전보다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1년, 이 시기를 이겨내자는 놀라운 국민성이 큰 힘의 원천이 되어왔습니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며 안전 수칙을 준수합니다. 


자영업자 사장님들도 희망고문인 것 같으면서 '이번만은..' 하면서 정책을 따르며 손님들을 맞이하는 이유입니다.



2차, 3차 수요가 생기고 술을 많이 마시는 인원이 많아지면 그 틈에 방역 허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맞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밤 9시 이전의 시간대의 전체적 수요, 파이 자체의 차이부터가 큽니다.


이제 외식을 하는 사람들 중에 빨리 식사하고 빨리 귀가하려는 문화도 많이 정착되었습니다.



물론 '옳고 그름'의 판단은 몇 년 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관점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한 가치 측면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한 시간 더' 탄력적으로 과감히 결정된 정책 변화는 자영업자분들에게 '버티는 동아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업그레이드하면 됩니다.

2차, 3차?

21시까지라 해도 처음부터 2차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빨리 먹고 빨리 이동해서 21시에 모두 끝냅니다.

차라리 그 대안적 조치를 준비하면서 큰 명분을 줄 수 있다면 어떨까요?


● 매장들에는 업그레이드된 지침과 안내문을 만들어 배포해도 좋습니다.


● 한 발 더 나아가서 빅 데이터를 통해 해당 시간의 매출이 많이 발생하는 매장들이 모인 지역들에 SNS Sponsored AD를 해서 경각심 캠페인을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 공익 광고에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습니다.

재확산이 우려되는 결정적 이유, 지금까지 재확산의 시발점이 되었던 순간들을 국가적 차원에서 수많은 우수 광고 회사를 활용하여 훌륭한 광고 캠페인으로 만들면 어떨까요? 

그리고 연령대나 지역별에 맞게 타깃 광고를 하면 어떨까요?


해보지 않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겠죠. 

하지만 외국에 소개될 훌륭한 K-방역의 콘텐츠로 남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2. 주점업 자영업자 사장님들에게 골든타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총 709,014개의 음식점 및 주점업 사업체 중 음식점업의 비중이 71%인 506,407개점입니다.

(2018년 기준. 출처 : 한국 외식산업 통계연감 2020)


의식주 3 대장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당연할 수 있는 비중.

하지만 잘 바라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전체 17%를 차지하고 있는 약 12만여의 매장들이 생맥주 전문점을 포함한 주점업입니다.


점심 영업과 저녁 식사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음식점업과 달리 영업시간 자체가 저녁부터 맞춰져 있는 소위 '술집'이 사각지대에서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나 월세가 높거나 고용 창출을 많이 하는 매장(5인 이상 사업장은 +@), 직영 매장이 많은 회사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배를 채우는 것이 음식점의 가장 큰 본질입니다.

하지만 술집은 그렇지 않죠. 


만남이나 이야기 등 식사와는 결이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안주로 배를 채울 수 있고 '원스탑 문화'로 저녁 식사를 겸할 수 있다고 외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소한적인 방문 목적이나 영업 행태가 다른 음식점업과 주점업의 기준을 불리하지 않고 '일괄 밤 9시까지 영업'을 유지하는 것은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술집의 안주나 인기 메뉴를 특화해서 배달에 집중하게 할 수 있다 해도 상권이나 아이템 특성에 따른 변수가 많습니다. 

공통적 대응 지침을 찾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렇기에 1시간 연장은 술집에 조그만 숨통을 트여주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밤낮 바꿔가며 노력하는 '술집' 자영업 사장님들의 특성을 고려한 분리된 정책이 검토된다면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3. 보이지 않는 식당 속의 일과에도 도움을 줍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의 영업시간은 밤 10시까지였습니다.


음식점 직원 구인공고나 포털 사이트 매장 정보들을 검색해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요.

(물론 지금 구인 공고를 보면 정책을 고려한 시간대의 공고가 많이 보입니다)


단순히 마지막 손님이 다 먹고 일어나는 시간이 영업 종료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은행에서 직원분들이 창구 마감 이후 마감과 정산 등 다른 본연의 업무를 위해 셔터를 내리고 더 바쁜 것과 유사한 부분입니다.


주방: 기물 정리와 식재료 정리, 설거지, 바닥 청소,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등
홀: 테이블 정리, 바닥 쓸기, 바닥 닦기, 기물 정리, POS 마감, 식자재 발주 등
(고깃집일 경우 마감 과정이 더 복잡해짐)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수저통과 냅킨통은 다음 날 아침에 채운다고 해도, 이러한 일들을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제한된 시간에 해야 합니다. 그래야 퇴근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다음 날 아침에 와서 하면 되지 않나? ▶ 업무를 떠나 먹는 음식을 다루기 때문에 청결과 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냄새도 매장에 남게 되고요)

※ 업종별 특성이나 매장 규모, 직원 수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현행 21시까지의 영업 정책은 늦은 저녁이라 생각할 수 있는 밤 8시에 식당에 가도 서로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제 막 메뉴를 먹으려고 하는 밤 8시 반이 되면 직원분이 '라스트 오더(마지막 주문)'을 조심스럽게 물어올 수 있습니다.


손님의 입장에서 9시까지 주문 편하게 다 할거 하도록 해도 매장은 걱정입니다.

그만큼 하루 마감 시간이 늘어납니다.

벼랑 끝에 있는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이 인건비는 물론 매출 대비 업무 부담, 체력 저하 등 여러 가지로 번지게 될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영업 마감 시간이 '한 시간 더'가 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 19에 대한 방역과 극복.

이것이 가장 큰 본질임은 분명합니다.



완화 조치에 대해 다행이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다중이용시설 내 집단감염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확산의 우려를 표하는 반응 또한 많습니다.



무엇이든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한 시간 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입장을 가진 자영업자 사장님들에게는 불충분하거나 불만 요소가 될 수도 있겠지요.

대표적 예로 음식점을 든 것임에도 다른 업종 사장님들에게는 형평성을 떠올리게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글을 썼다고 해서 '한 시간 더'가 무조건 100% 맞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입장의 차이도 존재합니다.


100명의 의견을 듣고 하나의 정책을 수립하는 입장과

현장에 있는 각각 100명의 자영업자 사장님들의 생각이 모두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맞다/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로 생각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지금의 거리두기 정책은 더 강력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 정치적 목적을 위한 의미로 불리는 '정책'.

규정으로 정한다는 의미의 '규칙'처럼 지켜져야 합니다.


그래야 방역의 힘이 더욱 굳건해집니다.

이를 지키기 위한 마음 또한 강해집니다.



그러려면 정책을 명사로 정의하면 안 됩니다.

정부 발표대로 조금씩 계속 변화하고 개선하는 동사로 정의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가며, 치료제와 백신이 생활 속 참여 방역을 든든히 뒷받침해갈 때까지.

수많은 직간접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그분들 자영업, 특히 의식주의 핵심 축인 '食'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입체적인 관점과 시각에서 방역 조치의 추가 조정이 검토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벼랑 끝에 선 민생의 절박함, 자영업자/소상공인 사장님.
계속된 거리두기로 지쳐 계신 많은 국민 여러분 모두.


'한 시간 더' 연장을 통해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다면.

희망의 봄을 맞이하기까지 버틸 수 있는 효자손이 될 수 있다면.


그 조치 단계 조정 검토에 대한 노력의 명분은 충분하지 않을까요?



모두 조금만 더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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