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걷기는 대포항에서 시작. 동해의 바닷가는 이토록 거대한 바다가 코앞에 있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바다 냄새가 옅다. 이곳만은 예외인지 대포항에 내리자마자 코를 찌르는 생선 비린내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대체 이 동네 어린이들은 어떻게 이렇게 언덕으로 등교를 하는지 의아해지는 대포초등학교를 지나 큰길을 쭉 따라 걸어간다. 청대산을 지나 울산바위를 지나는 길이다. 바다는 없지만, 길가에서 오늘도 각양각색의 귀엽고, 아름답고, 재미난 순간을 포착한다.
1. 속초에는 대나무가 많다. 오죽도 많다. 강릉의 영향인가..?
2. 길가에서 겉옷 하나를 발견했다. 1키로쯤 더 가서 장갑을 발견했고, 또 1 키로미터정도 더 가서 무려 바지를 발견했다. 길가에 겉옷이나 장갑은 떨어뜨릴 수 있을 것 같고 차에서 흘릴수도 있을 것 같지만 바지라니. 바지는 도대체 어떻게 길로 나오게 되었을까?
3. 아침에는 길에 사람이 많이 없는데, 무리지어 있는 사람들이 있어 무슨일인가 싶었다. 신호등 앞이어서 인 줄 알았으니 알고보니 어린이집 차를 기다리는 학부모와 아이들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아빠들은 아빠들끼리, 엄마들은 엄마들끼리 모여있다는 점이었는데 아빠와 있는 아이들은 아빠와 자세가 같았고, 엄마와 있는 아이들은 엄마와 자세가 같았다. 차가 다가오니 너나할것없이 가운데로 모여들었다.
4. 길가의 눈이 아직 녹지 않아 인도가 막혀있기 까지 하다. 이미 눈은 얼어 거대한 얼음들이 되어버렸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떻게 지나가나 궁금해진다. 눈이 온지 몇 주가 지났는데 어린아이 키 만큼 눈이 오곤 했다던데, 속초 사람들의 눈부심(!)에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
5. 얼음산을 오르는 쉐르파의 기분으로 끙차 작은 언덕들을 넘는데 눈길이 느껴졌다. 옆을 보니 주유소집 두 마리 개가 오똑하니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뒷쪽에 있던 백구는 인기척이 들리자 빼꼼히 나와 쳐다보더니만 신이 나는지 펄쩍펄쩍 뛰었다. 목줄에 매여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인 개들을 보면 마음이 콱 막힌 기분이 든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과, 바라는 것들 사이의 마음과 입장들이 참 어렵다.
6. 길에서 마주친 아주머니 한 분이 통화를 하며 눈시울이 붉어져있었다. 슬픈 연락을 받았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할머니가 떠올랐다. 요즘에 자주 할머니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