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부 기자는 매일 즐겁냐?"는 질문에 대한 담백한 답변
새벽 6시,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다. 일어나 대충 얼굴을 씻고, 탄산수라도 한 잔 마시며 정신을 차린다. 곧장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꺼내 들고 간밤에 사건사고가 일어난 것은 없는지 살핀다. 자정 이후 큰 사건이 터지는 경우는 아주 드물기에, 별다른 논란 없이 그저 모니터 기사들로 포털사이트 메인이 도배되어 있는 걸 확인한다. 여유가 있는 가끔은 메인 기사들을 보면서 각 매체별로 새벽까지 고생한 선후배 동료 기자들의 이름을 확인한다.
'OO가 요즘 고생하고 있구나.'
서두를 시간이다. 어제 동원된 영화 관객수, 어제자 방송 시청률, 현 시간 음원 사이트 스코어 등을 체크한다. 같은 수치를 가지고 조금이라도 더 돋보이는 타이틀을 뽑기 위해 짧고 굵게 머리를 굴린다. 시간이 넉넉지 않다. 오전 8시가 넘어가면 더 바빠진다. 업계 곳곳에서 밀려오는 보도자료 홍수 속에서 나름의 우선순위를 매기며 중요한 것을 골라낸다. 사진과 글 형식이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 가장 빨리, 하지만 그 와중에 또 제목에 대한 고심을 덧대어 기사를 포털로 송출한다. 혹시 타 매체의 단독기사가 나오면 이를 가능한 한 빨리 팔로우한다. 조금이라도 추가 내용 취재를 위해 아직 일어나지 않았거나 출근 전의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안부 물을 겨를도 없이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추가 내용을 독촉하거나 부탁하거나 구걸한다.
"매번 고마워요. 다음에 꼭 밥 한 끼 해요!"
오전 9시 정도가 되어 한 차례 호흡을 가눌 타이밍이 되면 자사 매체의 포털 연예 메인 점유율에 따라서 분위기가 완전히 갈린다. 그 결과에 따라 점심시간까지 또 여유 없이 내달려야 할 때가 부지기수. 동시에 회의가 진행되어, 당일 일정, 당직 등을 최종 체크한다. 이미 전날 개인 시간을 짜내어 써놓은 것을 출고하는 게 아니라면 기획기사나 인터뷰 기사를 차분히 다듬고 작성해 내보낼 시간은 없다. 냅다 전속력으로 내달린다. 쓰고 쓰고 또 쓴다. 약속을 위한 이동을 하면서도 포털 메인을 살핀다. 혹시라도 밥 먹기 직전 터지는 단독들을 체크한다. 점심을 먹으며 하는 미팅에 노트북은 당연히 필수다. 언제든 빼내어 일을 해야 할 순간들이 우리를 덮치기 위해 수시로 대기하는 중이다.
"왜요? 또 뭐가 터졌어요?"
밥을 먹으며 관계자에게 무언가 취재거리가 없나 눈치를 살핀다. 밥 먹고 나서 아무런 기사를 얻지 못하면, 혼이 나기도 한다. 안쓰러워하며 자사 혹은 타사의 정보들을 은연중에 흘린다. 점심 미팅이지만, 순수하게 밥'만' 먹기 위한 것은 아니다. 차를 마실 여유가 생기면 좋지만, 큰 기사거리를 얻지 못했다면 인사는 나누고 회사 혹은 취재 장소로 직행한다. 그러는 동안에 혹시라도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의 타매체 단독이 나오지 않기를 빌어본다. 이동 중에 노트북을 빼드는 일만 없기를. 스스로 내놓은 단독으로 시간적 여유를 만들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게 뒤집혀 재수습이라는 숙제가 따라붙기도 한다.
'제발, 아무것도 일어나지 말아라.'
현장에서는 실시간으로 누가 먼저 메인에 기사를 거느냐를 가늠하며 그저 노트북 화면에 머리를 박고 손가락만 대차게 두드린다. 예전엔 무대에 나온 사람도 보고, 진지하게 질문을 하기도 했지만, 실시간 포털이 열린 순간부터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 추가적인 행동이 나오는 순간 속도 경쟁에서 뒤처진다. 백여 개의 매체에서 그 몇 배수의 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포털이라는 공간에 무수히 쏟아진다. 메인에 걸리는 사람은 결국 극소수다. 하지만 반드시, 꼭 걸어야 한다.
"OO, 너 거기에 안 갔냐?"
데스크의 연락이다. 송출한 기사가 10개든 100개든, 메인에 안 걸리면 내 기사는 -안이든 밖이든- 안 나간 취급을 받게 된다. 보이지 않는 기사는 기사가 아니다. 공들여 쓴 기사가 좋은 게 아니라, 메인에 걸리는 좋은 기사가 되는 세상이다. 최근의 인터뷰도 별반 차이가 없다. 그저 기계적으로 문답이 오가고, 포털 메인을 위한 전투적 기사 송출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말을 곱씹을 시간은 없다. 인터뷰어도 인터뷰이도, 이미 잘 안다. 오후 일정 1-2개를 소화하면 퇴근과 함께 저녁 술자리가 진행된다. 술자리에서는 다음날 오전에 사용할 기사거리를 필사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혹시라도 술에 취해서 기억이 끊기기 전에 휴대폰에 기록들을 최대한 남겨놓는다. 상대가 알아주고 안쓰러워해 주면 서럽고 또 감사하다.
"기삿거리 나왔으니깐 이제 편히 마셔요."
재택근무로 TV 모니터에 투입되는 이들도 늘었다. 지상파에서 종편과 케이블, 심지어 온라인 라이브까지 나누어 모니터를 하는 곳도 있다. 실시간 모니터를 해본 사람은 안다. 1분 정도라도 생각할 겨를이 생겨나면, '내가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슬픈 상념이 덮치기도 하지만, 그럴 시간은 좀처럼 나질 않는다. 2~3개 방송을 다 보고 종합 기사까지 내어도 오전 송출용 기사를 다시 만들어 낸다. 그날 메인을 잡지 못한 상태라면 다음날 아침 메인을 잡기 위해 어떻게든 무언가를 짜내야 한다. 심야 예능 프로그램의 러닝타임이 길어지면서 우리가 잠드는 시간은 더 늦어졌다. 조용한 새벽이 오면 비로소 손을 턴다. 벌써 내일이다. 아침에 다다르면 다시 복붙한 일상들이 반복된다.
"연예부 기자라니, 정말 좋겠어요!
날마다 즐거울 것 같아요."
사람들이 (가끔) 부러워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그리고 말하고 싶지 않은 연예부 기자의 아주 보통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