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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민 Jul 20. 2022

'마녀2',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맛

피칠갑한 소녀들의 아름답고 잔혹한 미장센

 영화 '마녀'의 매력은 의외성이었다. 배우 김다미를 앞세운 첫 번째 '마녀'는 내용과 전개, 장르 등 모든 면에서 '이게 이렇게 된다고?' 하는 감정이 예상 못한 곳곳에서 피어올랐다. 그 과정에서 개운하지 않게 엉킨 실타래를 풀고자 후속편을 기대하게 만든 것은 박훈정 감독이 짐짓 의도한 큰 그림이 분명했다. 박 감독은 애초에 이것을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로 만들길 꿈꾸고 첫 발을 내디뎠으니깐.


두 번째 '마녀'인 '마녀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는 전편에서 사용해버린 의외성을 억지스럽게 복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놓고 '마녀 유니버스' 구축과 확장에 이를 할애했다. 머뭇거리던 전작과 달리 대놓고 전면에 나서 "다음에 또 있다!"라고 외치는 모양새라고 할까. 덕분에 단편적인 작품으로 떼놓고 보면 스토리적으로 다소 밍밍하다는 반응이 있을 수 있지만, 1편과 3편을 잇는 가교 역할로 보면 제 본분을 200% 해냈다고 판단된다. 다행히 우리는 이러한 구성을 MCU(Marvel Cinematic Universe)나 'X맨 유니버스'로 학습해 꽤나 익숙하다.


초토화된 비밀연구소에서 홀로 살아남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소녀'(신시아)가 '경희'(박은빈)와 '대길'(성유빈)을 만나 연을 맺는 초반의 느릿하고 잔잔한 목가적 분위기가 문득 시계를 들여다보게 만들 수 있지만, 나름 버틸만하다. 이를 보상이라도 하듯 중후반에 들어서면 흡사 SF 무협 판타지 장르를 연상케 할 만큼, 묵직하고 스피디한 액션이 스크린을 촘촘하게 수놓게 되니깐. 작정하고 때려 박은 '몰빵형 분배'에 관객의 호흡이 몹시 가빠질 정도다.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는 것이 놀라울 만큼 방대한 양의 피가 화면에 흥건하다. 유사 장르에서 정형화되지 않은, 그리고 시대를 아우르는 동서양 무기의 향연이 피칠갑된 소녀들과 한데 어우러지며 잔혹한 미장센을 정교하게 완성한다. 광활하게 펼쳐진 제주도 목장에서 피아식별이 필요할 만큼 다채로운 무리가 뒤엉켜 격돌하는 액션 시퀀스는 가히 진풍경이다. 옆좌석에서 팝콘을 씹는 소리나, 앞 좌석의 휴대폰 불빛이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몰입도가 최고조로 올라가는 구간이다. 휘몰아치는 전투의 굉음을 삼키는 불꽃놀이 소리가, 꽤 긴 시간 귓가에 머무른다.


한국 영화의 기술력이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진일보했는데, 그 기능성이 이렇듯 적절하게 활용돼 '마녀2'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데 여러모로 일조했다. 전작과 다른 의미로 '이런 것도 돼?'라는 생각이 구간구간 생성되고, 아직 나오지도 않은 3편에서 그 이상을 바라는 욕망의 씨앗들이 머릿속에서 싹을 틔웠다.


'1408:1의 경쟁률'을 뚫고 두 번째 마녀로 뽑혔다는 배우 신시아는 차오른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만큼 제 몫을 해냈다. 그와 더불어 소녀를 쫓는 본사 요원 '조현'(서은수), 소녀를 노리는 조직 보스 '용두'(진구), 의문의 세력 토우 4인방, 그리고 비밀연구소 아크 책임자 '장'(이종석) 등의 캐릭터가 적재적소에 배치돼 작품을 풍성하게 이끈다. 마녀 프로젝트의 창시자 '백총괄'(조민수)과 첫 번째 마녀 '자윤'(김다미)은 분량과 무관하게 그 존재 자체로 항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마녀 유니버스'의 키맨이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절단한 형태의 1, 2편이 아니라는 점이 어떤 면에서 매력 요소가 되지만, 자칫 프랜차이즈 영화의 강점이 될 수 있는 동일한 형질이 부여하는 안정감이 결여될 가능성도 짙다. '마녀 유니버스'는, 그런 연유로 익숙하면서 신선한 맛이 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던 '마녀2'가 더 확장된 세계관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길 바라며, 머지않은 시점에 '마녀3'로 다시금 돌아올 순간을 일찌감치 기대해 본다. 흩뿌려진 복선들이 망실되지 않길 바라며, 뻔하지 않을 것을 들고 올 박훈정 감독표 '마녀3'를 맞이할 준비는 이미 다 되어 있으니깐.



2022년 6월 9일자 웹매거진 아이즈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해당 온라인 기사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s://www.ize.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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