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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Oct 16. 2023

교회 누나가 본 <스우파 2>

I'm gonna show you who the real king is.

'스트리트우먼파이터 2' 다시 돌아오다


2년 전 우리를 춤의 매력에 빠뜨렸던 스우파(스트리트우먼파이터)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온 톱클래스 댄서들이 치열한 배틀과 경연을 통해 화려한 무대를 만들며 대한민국을 다시 춤추게 하고 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도 화제성과 흥행성 모두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덕분에 춤과 댄서에 열광하며 소위 입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출연하는 댄서들은 연일 뉴스를 장식하며  패션과 경력, 외모까지 연일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나는 왜 스우파 2에 열광하는가?


이를 악물고 치열한 배틀을 이어가는 멋진 춤꾼들을 보고 있자니 춤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내적댄스에 둠칫거리며 프로그램에 과몰입되곤 한다. 회가 거듭될수록 출연진들의 개성과 서사가 더해지니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다. 본방사수는 물론 유튜브 영상까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AI 알고리즘 덕분에(?) 스우파 2 전문가가 될 지경이다.


대중문화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던 내가 왜 스우파 2에 열광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단순히 화려한 춤과 무대를 보는 즐거움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 끼를 가진 개성 넘치는 댄서들의 모습을 통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뿐만 도 아니다.


아마도 자기 일에 열정적인 댄서들의 모습 그리고 경쟁을 통해 하나하나 미션을 클릭해가며 쟁취해 나가는 짜릿한 보상을 개개인의 서사와 함께 잘 버무려진 종합선물세트 같은 프로그램이라서가 아닐까? 아무리 악마의 편집이다, 의도된 구도다라는 말이 많지만 중요한 건 시청자로서 내가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하느냐다.


출처: mnet.

교회 누나가 본 스우파 2


'스우파와 교회누나'. 얼핏 말도 안 되게 어울리지 않은 두 단어의 조합이다. 아무튼 현재 대한민국의 대표 교회 누나로서, 스우파라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보느냐 신선할 수도 조금 낯설 수도 있겠다. 한 사람의 가치관과 시선을 통해 사물을 해석하는 게 다를 수 있구나 정도로 이해하기 바란다.


- 나는 복음에 목숨걸만큼 열정을 보인적이 있는가?


I'm gonna show you who the queen is!

마네퀸 크루의 윤지가 상대팀에게 선전포고하며 기선제압하던 말이다. 프로그램에 임하는 댄서들의 자세를 가장 잘 나타낸 말이 아닌가 싶다.


각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날 선 대결이 있긴 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유니크한 무대를 만들어가는 8 크루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저렇게 열심히 하니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하는 마음으로 더 애정하는 크루가 생기기도 하고 말이다. 춤꾼들의 이런 치열한 노력이 자칫 과열인 것처럼 비칠 때도 있지만 멋진 무대와 팀을 위해 말 그대로 '목숨 걸고' 싸우는 댄서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감동 그 자체다.


그리고 자문해 봤다. 댄서들은 배틀 하나를 위해 저렇게 독기를 품고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어 싸우는데, 나는 크리스천으로서 영적전투에서 한 번이라도 목숨걸만큼 치열한 마음으로 살아갔던 적이 있었나 하고. 부끄럽지만 어느새부턴가 안일한 삶이 내 우상이 되며 나의 최선을 한쪽에 치워둔 채 신앙인의 삶을 살아간 듯하다.

'최고의 댄서, 최고의 크루'라는 타이틀을 위해 스우파 2 출연자들이 저렇게 밤낮없이 노력하는데, 나는 최고의 가치인 '복음'을 가진 자임에도 그 중요성을 망각한 채 절심함 없이 살았던 것 같다. 과연 나는 댄서들이 증명한 무대처럼 복음의 가치를 증명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나,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다.


I'm gonna show you who the real King is!

하나님만이 참 왕이심을 드러낼 수 있는 삶을 살길 원하며.



- 용납 못할 것도, 품지 못할 것도 없는 삶

상대를 지목해서 배틀하고, 설욕에 나서며 단 40초 만에 무대를 집어삼킬듯한 에너지를 춤으로 발산하는 것, 많은 사람들이 스우파 2를 사랑하는 이유일 것이다. 댄스 실력만큼 부각되는 것이 '상대방과의 팽팽한 기싸움'인 것은 놀랍지도 않다. 그런 기싸움에서 돋보인 출연자들은 캐릭터를 부여받고 인기몰이를 하기도 한다.


싸움구경이 제일 재밌다고는 하나 이제 우리도 조금 더 성숙해질 필요는 있다. 상대방의 장점은 인정하고 결과에 승복하며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 애티튜드가 필요하다 하겠다. 그래서 해외 크루인 잼리퍼블릭의 커스틴의 매너가 연일 칭찬을 받는 일이기도 할 테다.


그러나 교회누나인 나의 관점은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간다. 뼛속까지 배틀러인지라 패배가 못마땅할 수 있으나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라는 말은 교만한 태도가 아닐까. 그 모습은 흡사 20대 때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나도 한때는 그 댄서처럼 내 상식과 최선에 벗어난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세상의 기준이 불공평하거나 상대방이 잘못되었다고 굳게 믿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세상은 언제나 불공평하며 내 기준이 꼭 옳은 것도 아님을 심지어는 내가 그토록 바랬던 것이 진정 나에게 유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깨닫는 중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 일거다.


댄서들이 분에 못 이겨 배틀 결과를 용납할 수 없음을 운운하면 세상을 좀 더 산 '언니의 시선'이 되곤 한다. 상황을 용납하는 법과 다른 이를 품는 법을 배워야 하는 거라고, 지금 당장의 성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정한 승자가 되는 것이라고.


이렇듯 크리스천인 나를 깊이 돌아보게 하는 이 프로그램을 깊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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