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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Jul 25. 2024

교회누나, 난생처음 대표기도 하던 날

하나님과 성도 앞에서

대표기도를요? 제가요?


한때 배우자 기도를 하던 교회누나는 어느덧 집사가 었고, 예배 대표기도를 하는 때에 이르렀다.

대표기도는 먼 훗날, 신앙의 연차와 깊이가 어느 정도 이른 사람, 그러니까 특별히 준비된 때에 하는 것인 줄로 막연히 생각했다. 게다가 대형교회를 섬기고 있기에, 비교적 어린 나에게 이렇게 빨리 기회가 찾아오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우리 젊은 부부 교구에서도 이제 수요예배 대표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7월이니 순서를 정해봅시다.


몇달 전, 교구 목사님의 대표기도 공지로 한순간에 리더모임에 정적이 흘렀다. 우리 교구 특성상, 아이가 어리고 수요낮예배 참석 인원이 저조해서 지금까지 대표기도 자리에 서지 않았는데, 올해부터 우리 교구도 동참하게 되었다고 한다. 교구 회장과 임원단, 그리고 연차순으로 기도 자원에 나섰다. 4번째 주 자리까지 잘 채워지는 듯싶더니 아뿔싸. 올해 7월은 수요일이 다섯 번 있단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 눈치게임이 시작되었고 여차저차해서 내가 그 자리를 채우게 되었다. 대표기도 할 사람을 정하는데 눈치게임을 한다는 것이 부끄럽긴 했지만 그만큼 부담스럽고 갑작스러움이 커서였으리라.



대표기도는 처음이라


본격적인 무더위와 함께 시작된 7월,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부담스러웠다. 대표기도만 생각하면 '내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라는 생각마저 들며 살며시 외면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잘도 흘러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왔다. '그래도 부족한 나를 불러주신 자리이니 기쁨으로 준비하자'란 마음으로 '대표기도'를 위한 기도를 시작하며 준비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교회를 다녔으니 신앙의 연차는 적지 않으나, 이렇게 많은 성도 앞에서 그것도 나보다 연배가 높은 선배 크리스천이 대다수인 수요 낮예배에 대표기도를 한다는 것이 큰 부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큼 은혜의 자리요 축복의 시간임은 분명했다. 누군가는 간절히 원하기도 하지만 때를 기다려야 하는 자리임에도 내게 이렇게 기회가 온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 또한 기도를 시작해서 얻게 된 깨달음라 생각한다.


그제야 비로소 목사님의 기도와 다른 성도님들의 대표기도가 명확히 잘 들리기 시작했다. 물론 어휘의 선택이나 화려함이 기도의 깊이나 잘하고 못함을 측정하는 기준일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 수도 없이 들어왔던 예배 중 기도인데 이번달에는 특별하게만 느껴졌다.



기도문을 준비해 볼까


기도문을 미리 작성했다. 내가 평소에 기도하던 스타일대로 말이다. 작성 후 찬찬히 낭독해 보니 '아 내가 이렇게 기도하는구나' 새삼 새롭게 보인다. 내가 잘 쓰는 표현, 인용하며 좋아하는 성경말씀, 그리고 입에 붙어(?) 버린 정형화된 말들까지 무척이나 나다운 기도문이었다. 읽고 또 읽으며 조금 더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살을 붙여보았다.


기도문은 나쁘지 않았지만 다른 대표기도문을 참고하고 싶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웬걸. 주일예배는 물론 헌신예배, 수요예배 등 각각의 상황과 계절까지 고려한 대표기도문들이 정말 다양하게 올라와 있다. 그 기도문을 공유하고 업데이트하는 이들의 노고에 감사함이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 교회를 위한 기도, 예배를 위한 기도 등 대표기도에 포함된 주요 요소가 있고, 어디선가 많이 들어봄직한 정형화된 표현들도 상당수 있다.


기도는 하나님 앞에서 하는 것이지만, 교회 공동체와 예배의 대표로 기도하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춘 틀도 필요하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참고만 했다. 그래서일까? 나의 기도를 듣고 '참신하고 틀에 박히지 않아 좋았다'는 선배 집사님들의 후기가 이어졌다.



교회 누나, 대표기도 하던 날


대표기도 하던 날 아침, 긴장된 마음을 추스르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입을 옷을 잠시 고민했다. 평소보다 신경 써서 메이크업 하고 옷매무새도 좀 더 단정하게 해 본다. 사람의 외모보다 중심을 보는 하나님이시니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교회로 향하기로 마음먹고 버스에 올랐다. 예배 시작시간보다 훨씬 일찍 길을 나섰기에 여유로웠고 다행히 비가 개인 날씨에 이동하는데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새로 산 치마의 밑단폭이 예상보다 좁았는지 버스에서 내리다가 그대로 바닥으로 두 무릎을 찧었다. 시퍼렇게 멍든 무릎이 아픈 것보다 민망하고 놀란 마음에 벌떡 일어났다. 주변에서 날 본 행인들은 놀라서 달려오기까지 했다. 몸과 마음을 얼른 추스르고 근처 약국에서 밴드를 샀다. 그 와중에 미리 준비해 온 텀블러에 커피까지 잘 포장해서 예배당으로 향했다.


대표기도 때문에 긴장되고 은혜를 구하는 마음보다 무릎이 아프고 민망한 기분에 휩싸였다. 약간의 패닉상태였던 듯하다. 수백 수천번은 타고 내리는 버스에서, 마치 뒤에서 누군가 무자비하게 민 것처럼, 그렇게 무릎으로 바닥을 마주하다니 실소가 났다. 이것도 영적인 공격인가 싶다가 다시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이 시간 주님과 예배에 집중하며 은혜를 구하겠다고. 이렇게 심하게 넘어졌는데 이만한 것에 감사드린다는 고백과 함께.


드디어 예배시간. 찬양팀의 찬양이 끝난 후 대표기도 차례가 왔다. 차분하게 강단에 올라 준비한 대로 기도를 했다. 부담보다는 이 귀한 자리에 나 같은 사람(?)이 허락되었다는 것에 감격이 있었다. 매번 강단 메시지를 들고 하나님과 성도들 앞에 서는 목사님들을 위한 기도가 절로 나왔다. 내가 대표기도를 하지 않았다면 결코 깨닫지 못하는 많은 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배를 기뻐하시는 하나님,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주님을 다시 한번 깊이 묵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비록 기꺼이 자원해서 대표기도의 자리에 선 것은 아니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나를 빚으시고 예배와 기도의 자리에 대한 깨달음을 주신 하나님의 계획이 있었으리라 확신한다.


교회누나의 대표기도 데뷔 스토리, 여러모로 한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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