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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Aug 21. 2023

박사과정, 어떻게 보내야 할까

유학생 일기 5

내일이 바로 박사 과정 첫 학기의 첫 번째 날이다. 드디어 박사생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지만 사실 긴장감이 더 크다. 이번 주 내내 각종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며, 학교 및 학과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나니 벌써 개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박사 과정은 지금까지 내가 겪어왔던 두 번의 석사 과정과는 많이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제는 독립성을 가진 연구자로 성장해 나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좀 두려운 마음이 크다. 한편으로는, 학교 밖의 삶과 학교 안의 삶을 어떻게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야 할 것 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든다. 두 번의 석사 과정을 거치며, 일과 삶을 분리하지 않고 살아왔는데 호흡이 긴 박사과정에서는 일과 삶을 분리해서 적절히 균형을 이뤄나가야 장기적으로 과정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박사생으로 보내는 4-5년의 시간은 긴 시간이기에 20대 후반인 나의 삶에는 결혼과 같은 새로운 삶의 이벤트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간이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혼란스럽고 어디서부터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된다.  


다행스럽게도 오리엔테이션기간 동안 많은 박사과정생들로부터 조언을 들을 기회가 많았고, 내가 어떤 식으로 박사과정에 임하면 좋을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혼란스러울 때마다 돌아와서 보기 위해서 몇 가지 중요하다고 여긴 점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를 해본다.



박사 과정을 직업으로 생각하라.

우선, 박사 과정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박사 과정의 학생은 수업을 들으며 공부하는 학생이지만, 학교 또는 교수님의 펀딩을 받고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물론, 연구에 참여하는 과정은 연구자로 성장하는 훈련을 받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2년 간의 코스웍 과정이 끝나면, 그 후에는 연구에만 집중하게 되는 연구자에 가깝다. 아직 시작은 안 해봤지만, 박사 과정 동안 끝없는 자신에 대한 의문과, 회의가 든다고 한다. 또한 그 회의를 겪는 과정에서 성과를 내기 위하여 개인의 삶은 없고 연구만 계속되지만 성과는 나지 않는 악순환을 겪기도 한다고 한다. 나도 석사과정을 겪으면서 약간은 맛을 보았지만 장기전을 하는 입장에서 경험해 본 것은 아니기에 아직은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자신에 대한 회의에서 벗어나고 일과 삶의 명확한 분리를 위해서는 박사 과정을 직업으로 생각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사실 아직 박사 과정을 시작해보지 않았고, 학교 밖에서 일을 해본 경험이 없는 나는 직업으로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를 전통적 의미의 학생이 아니라 직업이 학생인 사람으로 생각하며 너무 학업적 성과에만 자신을 옭아매지 않고 이건 직업적인 일인 거니까 여유를 가지고 박사 과정을 보내보려고 한다.   

 

일에서의 휴식과 정신적인 휴식을 분리하라.

대학원생으로서의 삶은 사실 휴식을 취하고 있어도 항상 머릿속에서는 연구나 과제에 대한 생각이나 걱정이 떠나질 않는다. 그래서 몸은 쉬고 있지만 정신적으로 온전히 쉬고 있지 못하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정신적인 휴식을 충분히 취하며 정신적으로 번아웃을 겪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그래야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학위과정을 무사히 보낼 수 있다. 학과 오리엔테이션 첫 시간을 진행하셨던 교수님이 강조해서 하신 말씀이 학위과정 동안 잘 먹고 잘 자고 잘 운동하라는 거였다. 그렇지만 이게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어떻게 첫 몇 주를 보내며 어떤 식으로 시간을 사용하면 좋을지 감을 잡고 나면 해당 부분을 조금씩 실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Individual development plan을 세워라.

한국에서는 어떤 명칭을 사용하는지 몰라서 영어를 그대로 옮겼다. 본인이 학위과정을 통해 정말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찾고 이를 향해가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따라서, 본인의 장기적/ 단기적 연구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학위 과정 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장기적/ 단기적 연구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뿐만이 아니라, 세우는 과정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목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어서 내가 원하는 바를 찾아가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한편, 우리 과에 입학하는 사람 중 절반은 학위 과정 중 지도 교수님을 바꾼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학위 과정 중 수업, 연구 참여 등을 통해 다양한 주제를 접하며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연구가 무엇인지 깨닫고 연구 주제를 많이들 바꾸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해당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되 유연성을 두고 매 학기기마다 달성정도를 체크하고 계획을 수정해나가고자 한다.   


멘토(지도교수님 등)와의 관계에서 내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이야기하자.

박사생에게 지도교수님은 정말 중요한 존재이다. 중요하다고 몇 번을 이야기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그렇기에 멘토와의 관계를 잘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오리엔테이션에서 패널로 만난 여러 박사 과정생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것은 교수님과의 관계에서 내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표현하라는 것이었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의 목표를 명확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야 멘토 역할을 하시는 교수님도 그에 맞춰서 원하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지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과 오리엔테이션을 담당하셨던 모든 교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우리는 너희 모두가 성공하길 바란다. 우리는 너희의 성공을 돕기 위해 여기에 있다. 꼭 지도교수가 아니더라도 모든 교수진은 멘토로서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러니 어떤 형태의 멘토에게든 다가가 너희가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라. (이게 사실 한국 문화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는 참 쉽지 않은 부분이다.) 입학 전 incoming day 때, 학과 행사에 참여했을 때 한 교수님께서는 우리는 여기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셨었다. 여러 방면으로 학생들에게 지지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면서, 그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박사과정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 보고자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멘토와의 관계에서 상호 간의 이해(예를들면, 멘토가 grant proposal을 쓰느라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든가)가 기반이 되어야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일 아침 8시, 척척 박사생 신분으로 듣는 첫 수업이 시작된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얼른 잠자리에 들어봐야겠다. 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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