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먹자 치앙마이:모로 2편] 3인 가족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즉흥적인 느낌주의자 모로, 철저한 계획주의자 로건, 싫고 좋음이 명확한 7살 제이, 치앙마이에서 한 달 동안 놀고 먹고 잡니다. 셋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한 달을 기록합니다.
치앙마이에 도착하자, 거짓말처럼 행복해졌다.
그렇다. 행복은 멀리에 있다. 가깝게 있기는 개뿔! 일상에서 한 발 떨어져 멀리멀리 가야만 내가 가지고 있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지긋지긋한 집안일과 저녁 고민, 그리고 미세먼지에 대한 고민과 싫어하는 추위가 사라지자 행복함이 몰려왔다. 참, 나는 환경에 영향을 잘 받는 사람이었지? 작은 것에 기쁘고, 작은 것에 슬픈 나는 환경이 주는 거대한 행복을 만끽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시트까지 싹 갈아주는 대청소를 해주고, 밥은 다 사 먹는다. 한국 음식은 햇반과 김, 참치캔이 전부다.
게다가 로건은 밖에서는 완벽한 남편 아닌가. 여행도 바깥으로 규정하는 로건의 칼같음이 여행에서는 많은 장점으로 작용한다. 일상에서는 우리도 많이 싸우지만 여행에서는 손발이 착착 맞는 환상의 2인조 커플이다. 여행할 때는 양극으로 달리는 두 성격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착착 나아가는 톱니바퀴 같다는 생각을 한다.
로건은 계획을 짜고 나는 생각을 한다. 로건은 제안을 하고 나는 검토를 한다. 로건은 예약하고 나는 컨펌을 한다. 로건이 세운 계획에 나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 싫으면 참여하지 않으면 되니까.
그리고 대부분의 계획은 완벽하다. 엄청난 정보력 덕에 실패하는 일은 별로 없다. 물론 나는 굳이 맛집을 찾아다니는 성격은 아니지만, 맛있는 것은 진리지.
한 발 떨어져서 보니 새삼 나도 가진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이나 떠날 수 있는 시간도 있고, 밖에서는 완벽한 신랑도 있으며, 아침마다 나를 웃게 하는 다 큰 꼬맹이 제이랑 살 부비며 뒹굴거리는 시간도 좋다.
독립적인 인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가끔 이렇게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지내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데, 멀리멀리 와서야 그것을 느낀다.
모로의 픽
작은 가방 / 퍽미 키링 (각 600바트, 200바트 / 32000원)
주말에 열리는 러스틱 마켓에서 구매함. 작가갬성이 물씬 풍기는 독특한 가방에 사로잡혔다. (리사이클링 백이다) 가방보다도 더 큰 '빌어먹을' 키링은 샘플용으로 제작해 안 판다는 것을 결국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