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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로 Dec 19. 2019

치앙마이에 엄마를 불렀다

[놀먹자 치앙마이:모로 6편] 3인 가족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즉흥적인 느낌주의자 모로, 철저한 계획주의자 로건, 싫고 좋음이 명확한 7살 제이, 치앙마이에서 한 달 동안 놀고 먹고 잡니다. 셋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한 달을 기록합니다.


어느 날 엄마와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물었다.     


"엄마랑 친해?"

"응? 당연한 거 아니야?"     


그때 알았다. 생각보다 부모와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는 것을. 그런 경우 아주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인간관계가 넓지 않다. 연락하는 사람들도 한 두 명. 겉으로 보기엔 엄청나게 ‘인싸’ 같지만 나는 전형적인 ‘아싸’다. 레벨 9 정도 될까? 혼자 영화는 물론, 뷔페에도 가고, 여행도 간다.


그러나 엄마와 여동생이랑은 매주 몇 번씩 연락을 한다. 특히 엄마랑은 일주일에 두어 번 전화를 해서 시시콜콜한 일상을 다 이야기하는 편이다. 어쩌다 전화가 일주일 이상 길어질 때 엄마는 묻는다.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똑같지 뭐."     


나이가 드니 생김새도 성격도 점점 더 엄마를 닮는다. 큰 목소리가 그렇고, 걸음걸이가 그렇고, 수다 잘 떠는 아줌마 같은 성격도 그렇다. 게다가 제이를 낳고 나서 엄마랑 드디어 눈높이가 동등해졌고, 이제는 친구가 되었다.      


조금 더 어릴 때는 내가 엄마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엄마도 가끔 나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묻는다. 나중에는 내가 엄마보다 더 커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엄마가 나에게 많이 의지하겠지. 그런 날이 아주아주 뒤에 왔으면 좋겠다.     

 

세상에 애매모호한 것이 있으면, 엄마 말이 다 맞다.


나도 다소 반항적인 성격이고, 말 안 들은 적도 많았지만 지나서 생각해보면, 엄마만큼 내 편에서 가장 객관적으로 상황을 봐주는 사람은 없다.      


제이와 나, 그리고 엄마


치앙마이 한 달 살기가 일주일이 지난 후, 엄마와 여동생이 왔다.    

  

내년에 환갑인 엄마는 나와 여동생과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다. 여자 세 명이서 떠나는 첫 여행이었다. 하지만 어찌하다 보니 우리 한 달 살기 여행 중간에 일주일을 합류하기로 했다.


모두가 만장일치로 그게 좋겠다고 했고, 계획할 당시에는 아무것도 없는 한 달이 아주 길어 보였기 때문에 엄마와 여동생이 오면 즐거울 거 같았다.


3살 어린 여동생은 로건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핫 플레이스’는 다 가봐야 하는 성격. 이쁜 곳에서 꼭 ‘인생 샷’을 남겨야 하는 점이 말이다.


인스타에서 성지로 불리는 곳을 종이에 빼곡하게 적어왔다. 분명 6박 7일의 일정인데 다 소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으나 나는 별달리 계획이 없는 스타일이므로 그러자고 했다.  

    

하지만 공항에서 자기 허리까지 오는 큰 캐리어를 들고 오는 여동생의 모습에서 벌써 피곤해지는 거 같았다. 엄마는 나랑 비슷하게 달랑 옷가지 몇 개만 챙겨 오는데 반해, 여동생은 부지런하게 아침저녁으로 옷을 갈아입을 예쁜 아이템들을 잔뜩 준비해왔다.      


이모 안녕!


우리도 옷 싸움을 했지만 언니 옷을 뺏어 입는 다른 집과는 달리, 내가 동생 옷을 뺏어 입었다. 물론 내 기준으론 과하게 화려한 탓에 뺏어 입을 만한 옷이 많진 않았지만, 결혼식이나 정장 차림의 옷이 필요할 때는 동생의 옷을 빌려다 입었다. 동생은 이쁘고 세련된 옷이 많았고, 나는 엄마 말대로는 ‘거렁뱅이’ 같은 옷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도대체 집 앞 슈퍼마켓을 가면서도 옷을 갈아입고 나가는 동생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제일 이해가 안 되었던 때는 집 앞 목욕탕을 가면서 화장을 하고 가는 일이었다. '1분인데? 가서 씻을 건데? 왜?' 동생은 심각하게 늘어진 운동복에 머리를 질끈 묶고 목욕탕을 가는 나를 부끄러워했다.      


젊음이 주는 아름다운 시절이 끝나고 나니, 이제야 동생이 부럽다. 역시 여자는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 옷 입는 센스도 좋고, 미대 나온 여자답게 화장도 잘하는 여동생은 아직도 예쁘다.

  

환갑을 앞둔 할머니, 7살 아이를 둔 대책 없는 아줌마, 아직도 꾸미는데 한 시간이 필요한 아가씨 여동생의 일주일 여행은 과연 어떨까?          




모로의 픽 

핸드메이드 꽃 가방 (300밧)


참차 마켓에서 구매한 핸드메이드 가방. 꽃에 매료되어 구매했다. 여름에 원피스에 매면 이쁠 거 같았는데, 엄마는 '구질구질'한 것들을 왜 사냐고 타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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