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함은 경탄을 주지만, 허술함은 공감을 준다

왜 때로는 기술적 완벽함보다 어설픔이 더 사랑받는가?

by Hemio


완벽하게 구현된 예술 작품 앞에서 우리는 경탄과 존경을 느낀다. 흠잡을 데 없는 디테일, 높은 기술적 숙련도 등은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작가(혹은 연주자)의 재능에 경외심을 갖게 만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완벽함”이 오히려 감상자와 작품 사이에 정서적 거리감을 만들기도 한다. 반면, 어설프고 허술해 보이는 작품, 부족해 보이는 연주에서 친근함·따뜻함·공감을 느끼는 사례가 적지 않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예술 전반에서 나타나는 이 현상은, 예술가의 재능 과시가 아니라 “인간적 미숙함”이나 “솔직함”이 오히려 감상자에게 공감과 친근감을 선물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1. 완벽함이 주는 경외와 거리감


1. 기술적 성취에 대한 경탄
어떤 그림이든 음악이든, 기술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상태를 갖추면 관람자(청자)는 “와, 정말 대단하다!”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레코딩, 정확한 음정과 정교한 표현을 구사하는 연주 등은 감동을 넘어서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2. 감탄 뒤 찾아오는 심리적 거리
그러나 이러한 경탄 뒤에는 “나는 저 수준까지 도달할 수 없겠다”는 심리나, “너무 완벽해서 내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정서가 생길 수 있다. 그림이든 음악이든, 완벽함은 분명 예술적 위대함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 초인적 수준이 관객에게 정서적 공감 대신 이질감을 안길 위험이 있다.


2. 허술함이 주는 인간적 온기와 공감


1. 불완전함에서 느껴지는 ‘인간미’
반면,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그림이나 음정이 불안정한 음악에선 “나와 비슷한 사람의 흔적”이 느껴진다. 마치 완벽하게 포장되지 않은 채, 인간적 흔들림이나 미숙함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이를 본(혹은 들은) 사람은 “저 사람(혹은 작품)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구나”라고 느낀다.


2. 공감의 발생 구조
예술은 본질적으로 감동을 매개하는 활동이다. 허술함으로 인해 보이는 실수, 빈 공간, 비어남은 감상자로 하여금 작품에 자기 경험을 투영하거나 상상하게 만들며, 그 결과 “이 작품이 왠지 모르게 정겹다”는 인상을 준다.

완벽한 작품이 감탄을 자아내며 관객을 외부에 두었다면, 허술함이 배어 있는 작품은 관객을 내부로 초대한다. 이는 예술적 공감 형성의 강력한 메커니즘이다.


3. 예술 전반의 사례


간혹 “허술함”이 사랑받는 이유


3.1 시각예술에서의 허술함


앞서 언급했듯, 그림이 정교할수록 뛰어난 성취라는 인식이 생기지만, 서툰 선이나 삐뚤빼뚤한 색칠이 오히려 따뜻함과 순수함을 느끼게 할 때가 있다. 아이가 그린 그림, 혹은 비전문가가 그려낸 낙서 풍 작품이 때로 대중적 인기를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인의 흔적: “너무 잘 그린” 그림은 대체로 작가의 심리적 고민이나 노력의 흔적이 감춰진 반면, 서투른 그림은 그 과정과 애씀이 도드라져 보인다. 관람자는 그 흔적에 공감해 자신을 투영한다.


3.2 음악에서의 허술함


음정이 어긋난 악기, 의도된 서툶이 주는 공감


1. 어릴 적 불어본 리코더
많은 사람이 초등학교 시절, 리코더(Recorder)를 처음 배워본 경험이 있다. 리코더는 음정을 정확히 유지하기가 의외로 까다롭고, 호흡 조절도 미숙한 상황에서 불기 쉬운 악기가 아니다. 그래서 흔히 “삑사리”가 나거나, 음정이 들쭉날쭉한 소리를 낸다. 그런데 그런 서투름이 “밉지 않은” 정겨움을 줄 때가 있다. ‘아이의 순수함’, ‘어설픈 자신감’ 같은 정서가 그 소리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2. 불안정한 악기의 매력
기타 줄이 약간 높은 액션으로 인해 버징이 생기거나, 컨트롤하기 힘든 바이올린 초기 학습자들의 악기 소리는 얼핏 듣기엔 ‘불쾌’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예: 어린아이의 공연, 취미 모임, 거리 공연 등)에서는 그 삐걱거림이 오히려 진솔함으로 다가온다. “아직 서툴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하거나, “저 내음(소리)에 담긴 인간적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전문 음악인이 의도적으로 음정 불안정이나 노이즈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로파이(Lo-fi) 음향이나 인디 밴드 사운드는 완벽하지 않은 톤이나 녹음 상태가 오히려 따뜻하고 친숙한 감각을 준다.


3. 의도된 서툶
프로 작곡가나 연주자가 일부러 ‘단순한 코드 진행’, ‘조악한 사운드’ 등을 활용해 빈티지 느낌을 내거나, 청자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요즘 유행하는 시티팝, 로우파이힙합(Lo-fi Hip Hop) 등에서는 깨끗하고 완벽한 음질보다 약간의 노이즈·불완전함을 넣어 ‘일상적이고 인간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4. 문화적·심리적 요인


1. 인간적 접근성
완벽함이 빚어낸 음악은 감탄의 대상이 되지만, “나랑은 차원이 다른 재능”이라고 느끼게 한다. 반면, 허술한 음정이나 조악한 녹음 퀄리티가 묻어나는 음악은 자연스러운 접근성을 부여한다. “나도 이런 느낌으로 연주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친근감은 청자의 참여와 상상 여지를 만들어준다.


2. 과정의 노출
허술한 결과물은 흔히 “완벽함을 좇는 대신 과정 자체를 드러냈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인간이 어차피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과 부합하며, 감상자는 그 미완의 상태를 스스로 보완하고 함께 성장하는 기분마저 느낄 수 있다.



5. 허술함에서 오는 예술적 매력의 두 가지 측면


1. 치열함과 대비되는 휴식
현대사회는 완벽함, 최고 성능, 최고 효율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따라서 예술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 오류 없는 퍼포먼스”를 당연히 추구하기 쉽다. 이때 허술함은 일종의 쉼이나 휴식을 제공한다. 너무 팽팽하지 않은, 숨 쉴 틈이 있는 사운드나 비주얼은 현대인에게 오히려 안도감을 준다.


2. 공감과 참여
허술함은 기교적 측면에서 부족해 보이지만, 감상자에게 “내가 참여할 여지”를 열어준다. 예컨대, 학교 발표회에서 친구가 약간 음정이 어긋난 리코더 독주를 들었을 때, 우리는 ‘그 기교적 완성도’보다는 ‘친구의 노력’과 ‘따뜻함’을 더 높이 평가한다. 이는 우리가 예술 작품을 소비하는 방식에 ‘공감’과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한다.


6. 결론

허술함이 주는 공감의 힘


완벽함은 경탄을 주지만, 허술함은 공감을 준다

이 말은 시각예술뿐 아니라 음악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마추어 악기의 불안정한 음정, 미흡한 테크닉은 기교적 감탄을 일으키진 않더라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인간적 매력을 전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심리나, “저 사람의 진솔함이 느껴진다”는 감정 연결을 경험한다.


결국 예술이 지향하는 바는 ‘기술’만이 아니라 ‘정서적 소통’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허술한 그림이나 음정이 불안정한 리코더 소리가 의외의 인기를 얻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천재의 완벽함에 대한 감탄은 강렬하지만, 그 감탄 뒤엔 불가피하게 생기는 거리감이 있다. 허술한 작품이 보여주는 인간적 부족함과 서투름은 오히려 관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여, 함께 공감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마당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도 우리가 “어설프지만 정다운” 작품을 보면 마음 한켠이 포근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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