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표현하는 색깔

당신은 무슨 색을 가진 사람인가요?

by 퍼플슈룹

오늘 주제는 '나를 표현하는 색깔'이다. '색깔'색(色)을 말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고유성, 정체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린이집에서 근무했을 때 일이다. 아이들 이름은 몰라도 가방만 봐도 성별을 알 수 있었다. 여자아이는 핑크, 남자아이는 파랑이기 때문이다. 성별에 따라 특정 짓는 것이 내키지 않았던 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이 틀에 박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어느 날, 미술활동을 하기 위해 스케치북을 나눠줬는데, 본인이 원하는 색깔의 반대되는 것이었다. 스케치북을 받은 남자아이의 말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 그 아이는 평소에도 남성성을 매우 강조하던 7세 아이였다.

"선생님! 남자는 무조건 파란색을 써야 하는데, 핑크색을 주시면 어떡해요! 바꿔주세요"

무조건이라니! 어찌나 당당하던지...

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여자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00아! 왜 남자는 그래야 해? 나도 핑크색을 좋아하지만, 하늘색도 예쁜걸? 너도 해봐!"

야무지게도 말하는 그 아이가 참 궁금했다.


아이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바꿔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원성을 듣더라도 그냥 써 보는 걸 제안하는 경우도 있었다.





색으로 성별을 구분 짓는 것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이미 시작되는 것 같다. 의사 선생님에게 성별을 들을 때 "분홍색에 맞춰서 용품을 준비해도 되겠는데요?" 결국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진 색이 있고, 그에 맞춰 정해진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색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사실 어릴수록 쉽게 바뀔 것 같지만,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이런 어린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창의성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특히 교육현장에서 더 강조되는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창의성을 크게 인정받는 사회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의견이 다를 경우, 튀지 말고 의견을 따르라는 말을 듣고, 궁금한 것이 생겨 질문을 하면 주변의 눈총을 이겨내야 한다. 특히 '틀릴까 봐, 나만 모르는 것일까 봐' 질문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더 많다. 다행스럽게도 영유아 교육기관은 아이들의 질문과 재미있는 행동을 격려하는 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다름을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생각해도 창의성을 발휘하며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 자꾸 '창의적인 사람이 돼라'라고 강요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특정 색깔에 노출된 경험이 없다. 그래서일까? 특별하게 좋아하는 색깔이 없었 내가 파란색을 좋아하게 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보라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보라색은 파랑과 빨강이 섞은 색으로 우아함, 화려함, 풍부함 등의 다양한 느낌이 있어 예로부터 왕실의 색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또 정신 질환의 증상을 완화시키고, 감수성을 조절하는 색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보라색을 좋아한다는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보라색을 좋아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나도 고정된 시선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인간일 뿐이다. 그런데 최근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보라색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보라색 물건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도 핸드폰을 보라색으로 바꿨고, 브런치 작가명에 퍼플을 넣었다.


결국, 자신의 가치관과 색깔을 만들어나감에 있어서 타인의 생각은 참고만 할 뿐이고, 주관적인 경험과 객관적인 다양한 지표를 통해 자기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 퍼플슈룹은 사회복지사 온라인 동호회 '사공즈(socialworker community)'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매거진은 주말 글쓰기 모임(씀)에서 제공되는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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