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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 May 26. 2023

2023년 4월 5월




아이패드에서 끄적거리다가 옮긴 글




꽤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패드를 너무 오랜만에 꺼내봐서 애플 펜슬 쓰는 게 낯설고 이상하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상담심리사 자격증 필기 때문에 경력 증빙이 필요해서 그간 일했던 기관들을 전전하며 직인 받으러 다니고(강원도까지 내려갔다 옴) 수퍼바이저 선생님께 서명받으러 다니고.. 서류 준비가 매우 복잡했다. 그리고 학과 성적표에는 이수 구분인지 뭔지가 나와있기를 않아서 직인 받으러 갔던 학교에 또 가서 학과 도장이 찍힌 이수 구분 확인증????인지 뭔지 서류 발급하고 등등.

어찌저찌 얼레벌레 서류는 제출하긴 했지만 이게 통과가 될지 잘 모르겠다. 안되면 이 짓을 내년에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게 레전드고 코미디.


또 학회지에 논문을 정리해서 제출했다가 게재 불가 판정을 받고는 꽤 낙담을 했었다가 다시 다른 학회지에 투고하고(학회지마다 원하는 형식이 달라서 이걸 고치는 게 또 막노동. 그것도 좌절 상태에서) ..그리고 그간 서울시 청년마음건강 사업도 시작되어서 여러 내담자들도 만나고 또 몇몇 케이스는 드랍이 되기도 하고 등등.. 그나마 이건 좀 외적이라 할만한 사유들이고 사적으로도 중간중간  '와 진짜 버티기 어렵네..' 하고 생각한 사건들도 여러 가지 있었다.


결론은 매우 바빴고 힘들었다.

힘들다는 티를 블로그(및 브런치..)에 내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 그림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죄송해요)


















... 가만 보면 내가 버티기 힘든 이유는 늘 한 가지다.


초라함과 무능력.










내 힘으로, 노력으로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느껴질 때다.

(사실 그럴 때가 대부분이지만 이렇게 연속 초강력 펀치로 날아오면 진짜 견디기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초라한 나를 마주할 때마다

동시에 내가 얼마나 교만한지 깨닫는다.


내가 얼마나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얹고 싶어 하는 인간인지,

노력도 안 하고 요행만 바라는 인간인지

얼마나 구원받고 싶어 하며,

그런 주제에 누군가를 구원해 보려 애쓰는 것인지.

왜 이렇게나 별 인간이 되려고 하는 것인지.


그런데 또 다들 아무렇지 않게 그 별것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나만 쏙 빼고.





그래서 요새 잠자리에 들 때는 일부러

내가 감사할만한 일들이 무엇인지, 혹은 내 손안에 있는 풍요가 무엇인지 한 번 되새겨 본다.

힘들 때는 이것도 정말 어렵긴 하지만 힘드니까, 또 이런 것들이 꽤 힘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나의 사지 멀쩡함, 포근한 이부자리에 누워있는 것, 햇살,

맛있는 걸 먹을 때 맛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은 것 등등을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지구 같은, 행성 같은 어떤 것으로 여겨보기로 했다.

날씨가 흐린 곳도 있지만, 또 막상 보면 맑은 곳도 있다. 어떤 곳은 파도가 높고, 또 어떤 곳은 잔잔하다. 어떤 곳은 번개가 치고 어떤 곳은 우박이 쏟아지겠지. 그치만 개어가는 곳도, 무지개가 뜬 곳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혼자서도 돌고, 같이도 돌고, 늘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



잘 느껴지진 않지만

그냥 그렇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오늘 아침

출근하려고 따릉이 정류장에 갔는데 자전거가 없어 허탕을 쳤다.

아무래도 따릉이 성수기라 그런가 싶다.


그렇지만 다음 따릉이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중 길가에 핀 민들레 씨를 봤다.

도대체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르겠는 아카시아 향기도 맡았다.





어린 시절 동그랗고 보솜하게 핀 민들레 씨를 따다가 후- 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와중에 내게 위로가 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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