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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Lee Jun 07. 2023

난 비타민제를 파는가, 진통제를 파는가?

Tl;dr 진통제 판매 하세요


비타민은 생명에 필수적이며 몸의 장기적인 건강에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비타민제를 매일 섭취하지 않았다고 몸에 큰 변화가 바로 오지 않기에, 비타민제 섭취의 효과를 바로 감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비타민제를 규칙적으로 사용하여 장기적인 효과를 보려면 꾸준히 의식적으로 상기시켜 주어야 하는 큰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 진통제는 몸에 중요한 요소도 없고, 영양가도 없으며, 심지어 부작용이 따라올 때가 많다. 하지만, 진통제는 비타민과 달리 효능이 거의 바로 나타난다. 진통을 느끼는 사람들은 진통제를 복용하기 전까지 오로지 진통제 생각 밖에 나지 않는다. 따라서, 진통제 복용은 의식적으로 상기시켜 줘야 되지도 않고, 진통제를 복용해야 하는 이유를 가르칠 필요도 없다.


진통제의 필요성은 몸이 알아서 상기시켜 준다




가장 적은 자원으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프로덕트-마켓 핏 (product-market fit)을 찾아야 되는 스타트업에게 비타민 같은 제품을 파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비타민제는 소비자들에게 필요성을 교육하는 데 매우 오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며, 효능을 증명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기에 진솔된 고객 평과를 받는 데에도, 고객의 추천을 받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에 진통제의 효능은 매우 짧은 시간에 증명이 가능하고, 그래서 신규 고객을 설득하는데도 짧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진통제는 비타민제와 비교하여 매우 짧고 낮은 고객 확보 비용 (customer acquisition cost)를 가지게 되고, 그렇기에 매우 빠른 고객 성장률 (growth rate)을 가질 수 있다.





진통제 같은 아이템, 비타민제 같은 아이템


내 아이템이 진통제에 더 가까운지, 비타민제에 더 가까운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잠재 소비자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해당 소비자가 자신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진통제를 발견하게 되면 보통 다음과 같은 3가지의 증상을 나타낸다.


위급함, 절박함, 그리고 끌어당김

위급함. 진통을 느끼는 소비자의 마음은 위급하다. 6개월 뒤가 아니라 지금 당장 진통제가 필요하다. 시장조사 시 만약 소비자가 6개월 후에 꼭 쓰겠다고 하면, 믿지 말라. 그 말은 고통을 느끼지 않다고 하는 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진통을 느끼는 소비자는 바로 지금 진통제가 필요하다.

절박함. 자신에게 필요한 진통제를 발견한 소비자는, 당신의 진통제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혹시나 당신의 제품을 놓칠 시에 계속 이어질 고통에 대한 두려움에 말이다. 제품의 웹페이지가 모르는 언어로 되어 있어도, 구매 버튼이 작동하지 않아도, 소비자는 번역기를 돌려서라도 당신의 제품을 구매하려고 할 것이다.

끌어당김. 진통제 같은 제품은 당신이 굳이 정기적으로 고객을 상기시키지 않아도 고객이 직접 당신에게 제품을 구매하러 온다. 제품에 꼭 들어갔으면 하는 추가 기능이나 제품에 문제도 먼저 알려줄 것이다. 즉, 당신의 팀이 세일즈를 하지 않아도 고객들이 알아서 돌아온다.



잠재고객들에게 내 아이템을 시장조사 할 때, 위에 3가지 현상이 나오지 않다면, 당신의 아이템은 진통제 같은 제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내 홈페이지가 예쁘지 않아서, 기획하고 있는 킬러 추가기능이 아직 구현되지 않아서, 내가 피치를 잘못해서, 다 아니다. 그냥, 당신의 아이템이 진통제 같은 효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업을 계속 강행할 경우 매일매일 비타민제를 파는 마음가짐으로 고객 유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물론, 시장 조사를 진행한 잠재고객 그룹이 실제 고객층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고객층을 잘못 잡았을 수도 있다. 또한 같은 고객층 안에서도 얼리 어답터 (early adopter)인 서브 그룹 (sub-group)을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한 경우에는 고객층의 정의를 조금 더 수정하고 다시 잠재 고객그룹을 파악해 시장 조사를 하면 된다. 하지만, 고객층이 고정된 상황에서 진행된 시장 조사에서 진통제 같은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는 건 치명적인 문제이다. 추가 기능이 부족해서 잠재고객 그룹이 그러한 반응을 보였다면, 시장 조사 시 추가 기능을 요청했을 것이고, 제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러한 반응을 보였다면, 제품에 대한 추가 질문을 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당신의 제품이 그들에게 진통제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무리하게 추가 기능 개발이나 마케팅 전략 개선에 목메지 말고 아이템 자체에 대해 재평가를 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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