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우리 아이는 무엇으로 먹고 살까?

앞으로 찾아올 직업의 양극화에 살아남는법

by Henry Lee


AI가 모든 산업을 뒤흔드는 격변의 시대, 실리콘밸리에서 AI 기업을 운영하는 필자가 주변 지인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있다.


“우리 아이는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미래에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요?”


AI의 그라운드 제로, 실리콘밸리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급격하다. AI는 이미 산업 전반의 지형을 바꾸기 시작했다. 기업 운영 방식, 채용 기준, 조직 문화까지 변화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지난 반세기 동안 등장한 어떤 기술보다도 더 큰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제 AI를 일시적 유행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미 산업 구조를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20세기 동안 굳어졌던 전문직 중심의 직업 구조도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오랜 교육과 자격을 요구하던 수많은 직종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AI를 탄생시킨 정보기술 업계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대학 졸업생들은 수억 원에 가까운 연봉을 사실상 보장받았다. 그러나 채 18개월도 지나지 않아 상황은 뒤집혔다. 최고의 유망 직종으로 꼽히던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이제 매주 대규모 해고 소식이 들려오는 직군이 되었다. 대학 전공 선호도에서도 컴퓨터공학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이 변화는 정보기술 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영, 컨설팅, 법률, 예술, 심지어 전문 투자 영역까지 이미 큰 충격파가 퍼지고 있다.


재산에 의지하는 것 또한 예전만큼 안전하지 않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AI가 이미 개인 투자자나 평균적인 자산관리자보다 더 효율적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주식 투자로 평균 이상의 수익을 꾸준히 내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 전문직 감소로 특정 직군이 밀집하던 지역의 부동산 가치도 흔들리고 있다. 교육 업계 또한 AI에게 흔들리고 있어, 학군 중심으로 형성된 부동산 시장 역시 예전만큼 절대적인 안전 자산으로 보기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 아이에게 안전한 진로를 안내할 방법은 있을까. 수십 년을 공부해야 하는 직업군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아이의 2036년, 아니면 2046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AI 기술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필자조차도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직업이 변화하는 방향에는 분명한 흐름이 있다.



승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장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2025년 보고서에서 충격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현재 기술만으로도 미국 전체 노동 시간의 57%가 자동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23년의 30%에서 불과 2년 만에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역시 전 세계적으로 약 3억 개의 정규직이 생성형 AI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먼저 사라지고 있는 직종을 살펴보면 뚜렷한 공통점이 보인다.


사무직, 계산원, 우편 서비스 직원, 행정 보조, 은행 창구 직원, 데이터 입력 담당자. 이른바 중간 수준 기술을 요구하던 직종이 집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쉽게 말해 전문직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한편의 직종이다. AI가 자동화하기에는 오히려 번거롭거나 비용 대비 효율이 낮은 단순 노동, 그리고 극소수의 최고 수준 전문가들은 오히려 살아남는다.


이미 산업 전반에서 극단적인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산업의 양극화


이런 변화는 낯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서 엘리트 스포츠 처럼 승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장 모델로 전환된 직종들을 접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음악 산업은, 음반 보급 기술이 발전하면서 음악의 판매는 매우 간편해 졌고, 결과적으로 최고의 음악과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극소수의 슈퍼스타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장이 되었다.


의류 산업도 마찬가지다. 섬유 생산이 대량화되자 시장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매일 매일 더 저렴한 가격에 대량의 의류를 판매하는 보급형 브랜드와, 매우 높은 품질과 디자인을 제공하며, 동시에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극소수의 고급 브랜드만 살아남았다.


이러한 예제들에 공통점은 하나다. 바로 가치의 보편화다.


기술이 널리 퍼질수록 평균적인 기술은 더 이상 희소하지 않고, 전문기술을 요구하지도 않게 된다. 결국 시장은 최고 수준과 최저 비용 사이로 갈라진다.


앞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법률 서비스, 예술 산업을 포함한 수많은 지식 기반 직종도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극소수의 세계적 전문가와 브랜드만 살아남고, 그 사이에 있던 중간층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즉, 적당히 업무만 하는 전문직으로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알바 공화국


이런 변화 속에서도 AI가 굳이 자동화할 값어치가 없는, 아니면 자동화 하기 너무 “번거로운” 직종들은 꾸준히 남을 것이다. 대략 최저시급으로 계산되며, 직업의 연속성 없이 건당, 또는 시간당으로 계약되는, 소위 [알바] 직종들이 말이다.


이 직종들은 '비교적 저렴한' 사람의 수작업이 로봇 작업보다 더 수월하거나, 사람의 판단력이 로봇 사용보다 리스크를 낮춰주는 업무들이다. 높은 훈련이나 전문 지식을 요구하기보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 작업이 대부분이다. 인건비는 해당 국가의 최저시급 부근에서 결정되며, 생계 유지 외에는 자산 축적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산업 자동화가 계속되면서 선진국에서는 UBI(기본소득제도)를 통해 의식주 정도는 보장받게 되겠지만, 이렇게 알바직종에 의지하며 기본생활급여를 받는 인구는 부동산이나 재산 축적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제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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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전문가의 시대


반대로 극도로 높은 지식과 능력을 요구하는 직종은 정반대의 변화를 겪을 것이다.


중간 수준 기술이 AI로 대체되면서 한 명의 최고 전문가가 과거 수백 명, 수천 명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이들의 가치는 천문학적으로 높아진다.


실제로 일부 기업에서는 이런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 메타 (전 페이스북)는 지난 수년간 수만명의 (중간기술직) 직원들을 해고하고, 반면에 천문학적인 금액에 소수의 최고급 기술자들로 회사의 인력을 대체하였다. 미화 14.3억 달러 (대략 한화 2조원)을 받고 28살에 메타와 계약한 Alexander Wang (Scale AI의 창업자) 처럼 최고급 기술자들은 (현재 생각으론) 천문학 적인 금액으로 취업을 하였고, 이러한 트렌드는 앞으로 보편화될 듯하다.


하지만 이런 수준에 도달하는 길은 쉽지 않다. 단순한 기본적인 학위만으로는 부족하다. 타고난 재능, 극도의 노력, 그리고 집중적인 훈련이 필요한 영역이다. 마치 세계적인 축구선수를 키워내는 과정처럼 말이다.



2036년의 노동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


현실을 직면하자


AI는 이미 우리 삶 속에 들어왔다. 변화가 없을 것이라 눈을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부정하기도, 우리에게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믿기에도, 상황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가도, 개인도 변화의 흐름에서 앞서지 못하면 뒤쳐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AI를 배우는 것만으로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AI 기술을 다루는 직종 역시 극단적인 양극화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AI 사용 자체도 보급화되어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게 되면서, AI에 관련된 자격증이나 전문 교육은 무의미해진다.


실제로 구글, 애플, IBM, 뱅크오브아메리카, 델타항공 등 미국의 여러 기업이 이미 채용에서 학위 요건을 폐지했다. 기업들은 학력보다 실제 능력을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 PwC의 2025년 분석에 따르면 AI 관련 직종에서 학위 요건이 가장 빠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스킬 기반 채용은 2022년 57%에서 2024년 81%로 급증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에게 특정 기술 하나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극소수의 엘리트 교육기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고등교육이 과거만큼의 가치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큰 재능을 가진 인재들은 자신의 컴퓨터와 AI를 통한 교육으로 실력 하나만으로 인정받는 길이 더 크게 열린다. 마치 엘리트 축구 선수들처럼 각 개인의 재능이 가장 중요해지는 변화가 올 것이다.


이런 변화에서, 20세기의 공식처럼 의사, 또는 변호사 같은 직종에 집중하는 식의 교육은, 과거의 규칙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방법이 된다. 확실한 교육에 효과를 기대하지 않고 무조건 학위만을 위해 받는 대학 교육도, 이력서를 화려하게 치장하려고 얻는 해외경험이나 자격증 들도 무의미해지는 실력 위주의 사회로 급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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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업은 [흑백요리사]처럼 작동한다


넷플릭스 화제 요리 경연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는 흥미로운 장면을 보여준다.


요리 업계 최고의 경력과 모두가 인정하는 화려한 이력을 가진 셰프들 50명, 그리고 아무런 배경 없이 실력 하나로 올라온 셰프들 50명이 함께 경쟁한다. 이들은 눈을 가리고 오직 맛 하나로만 심사하는 두 명의 심사위원에게 고작 수저 한 술에 담긴 요리만으로 승패가 냉정하게 결정된다.


이러한 심사 과정에서 수십 년 경력도, 수많은 상도, 화려한 이야기들도 의미가 없다. 심사위원의 입에 들어간 한 숟가락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필자에게 이 장면은 미래 노동 시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엘리트 교육과 경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배경이 없더라도 압도적인 실력이 있다면 시장은 그 가치를 인정하고, 배경이 있더라도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승산이 없다.


결국 평가 기준은 이력서가 아니라 결과물이 되고, 교육은 결과물을 위한 준비과정에 머무르게 된다.


아이의 잠재력을 발견하라


이 변화 속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하나다.


아이의 특별한 잠재력을 가능한 한 빨리 발견하는 것.


AI는 이미 ‘정해진 길’을 무너뜨렸다. 이제 누구나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 수준의 전문가가 되는 길에는 더 이상 표준 경로가 없다. 정해진 교육 과정도 없다.


각자의 장점을 발견하고, 그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것은 간판이 아니라 실력이다.


그리고 그 실력은 남이 만든 길이 아니라 자기만의 길에서 나온다.


AI 시대에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최대의 육아는 아이의 고유한 재능을 발견하고, 개발해 주는데 도움을 주는 게 제일 안전한 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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