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이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무심코 흘러나오는 한 단어.
"엄마"
요즘은 힘든 일이 연이어 오는 바람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타게 찾았던 것 같아. 나도 나이가 하나둘씩 먹나 봐 절대 들지 않을 것 같던 철도 들어가고 책임감이란 어른의 무게가 이토록 허리가 휠정도로 무거운 건지 새삼 실감해. 아직도 건너야 할 산들이 너무 많아 숨 돌릴 시간이 부족한데 말이지..
퇴근길에 한적한 동네를 걷다 보면 문득 생각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엄마더라. 이럴 때만큼은 영락없는 아이인데 말이야. '우리 엄마 밥은 먹었나? 오늘 하루는 어땠나?' 하면서 때론 친구처럼 편히 통화하고 싶어. 하지만 엄마의 삶도 고달프니 우리 전화 한번 편하게 하기 어렵다 그렇지?
예전까지만 해도 하나하나 다 서럽고 속상해서 그저 야속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우리 엄마 많이 버거웠을 텐데 힘들었을 텐데 이제는 편히 노후준비를 해도 될 연세인데, 아직도 막냇동생 뒷바라지 생각에 달리고 달려가는 엄마의 뒷모습말이야. 같이 뛰어주질 못해 미안해 엄마.
항상 "너만 잘되면 세상 바랄 것 없다." 밥먹듯이 말하곤 했잖아. 그걸 너무 늦게 이뤄나가는 것 같아서 나 자신이 가끔은 너무 싫더라. 금쪽이 시절, 누군가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그게 오히려 나를 갉아먹는 행위였더라. 하나 둘 나쁜 마음들을 덜어내고 아름다운 것들로 채워 넣으니 마음이 무척 풍요로워진 듯해.
작은 실수에 노심초사 크게 넘어지면 좌절하며 일어날 수 없다고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던 내가 이제는 넘어지면 넘어지는 대로 일어나서 다시 뛰고 있더라. 나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 그러니 엄마 어깨에서 이제 그만 내려오려 해.
집을 나와 몸 떨어져 산다고 독립이 다 독립은 아니더라.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걱정 끼치지 않는 게 진정한 독립이더라. 그냥 엄마딸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뒤에서 응원만 해줄래? 더는 힘들게 하고 싶지도 무겁게 하고 싶지도 않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곁에 있어만 주세요. 혹시나 나의 하루가 고닮파 보고픈 마음에 전화하면 바로 받을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줘요. 원하는 건 그게 다야.
5월은 가정의 달이래 사랑하는 우리 엄마 보러 갈 테니 그때까지 무탈하게 계셔요. 사랑해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