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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루카 Dec 18. 2022

Are you going back to Korea?

04화



 Are you going back to Korea?




크리스마스 시즌 두 달쯤 전부터,

꾸준하게 받아온 질문이었다.


크리스마스 때 뭐 할 거냐는 질문이 아닌

크리스마스 때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냐는,

심지어는 언제 가서 언제 올 거냐는 질문.

처음 질문을 들었을 때는 한 번에 그 의미를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그 잠깐 사이에 한국으로 돌아갈 거냐고?

14시간이나 비행기를 타야 하며, 짐도 싸야 하고

비행기표도 백만 원이 훌쩍 넘는데?



두 달 내내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받고 나서야, 그 질문에 담긴 의미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후에 자연스레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곳 영국에서의 크리스마스는 마치 한국의 ‘설’과 같은 연휴이자 공휴일이며, 우리나라에서처럼 단순히 하루만 쉬는 개념보다는, 모든 일정이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푹 쉬기 위해 짜여 있다. 그러니 그 질문은 이번 설에 고향에 내려가니? 와 같은 상당히 상식적인 질문이었던 것.


그래도 그렇지.

당연히 한국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고 오겠거니 하는,

일 년 중 가장 소중한 날이니까, 가장 소중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겠지 하는 확신에 찬 눈빛과 함께 들어오는 그 물음들은,

나를 오래도록 골몰하게 했다.






어느 순간부터

크리스마스 혹은 다른 달콤한 휴일이 다가올 때,

가족을 가장 먼저 떠올리기보다는 주변의 누군가를 먼저 떠올렸던 것 같다.

아니 오히려 가족은 가장 나중 순위가 아니었던가.


그때 가족 대신 떠올렸던 주변 누군가가 과연 가족보다 소중했던가? 그렇지 않다.

심지어는 지금 곁에 남아있지도 않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 것 같다. 소중한 날이면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상식적인데,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소중한 어떤 것들은 늘 멀리 있다고 믿고,

굳이 멀리 있는 것들을 곁에 두기 위해 발버둥 치고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헛고생해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과는 반대로,

오히려 마음의 무게중심이 멀리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로 기울고 있는 듯한 요즘이다.  

정작 그들이 곁에 있었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곳 사람들의 바람대로 한국으로 돌아가지는 못하지만 덕분에 얻게 된 것이 있다면,

몸이 가까운 사람보다는 마음이 서로 가까운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

그게 참, 생각보다는 어려운 일인데

그래도 그렇게 마음 먹기로 했다.


적어도 나를 위해서.

조금 더 나를 위해서.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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