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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루카 Apr 03. 2023

Good morning!

06화




좋은 아침!




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나의 모닝커피를 책임져주는 단골 카페 바리스타와 아침인사를 나누는 순간이 하루 중 가장 상쾌한 순간이며, 악명 높은 출근 시간의 2호선과 9호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월요병’을 앓기보다는 ‘월요팅’을 외치며, 중요한 날을 앞두면 밤을 새우기보다는 차라리 일찍 잠에 드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런 나의 주변에는 이상하리만치 저녁형 인간들이 많았다. 아침형 인간이면 어떻고, 저녁형 인간이면 어떻냐고 할 수 있겠으나, 그 두 유형의 삶의 방식에 관한 나의 고뇌는 일찍이 20살, 새내기 시절 4인실 기숙사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취업 준비하느라 얼굴 보기도 힘들었던 4학년 선배님과 나와 생활 패턴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2학년 선배님, 그리고 5살이나 많았지만 같은 동기였던 L형이 나의 첫 룸메이트였다.



밤새 게임을 즐기던 L형의 환한 모니터가 아직도 기억난다.

혼잣말인 듯 아닌 듯 누군가와 쉴 새 없이 주고받던 정체 모를 전략도, 그 마우스 소리도 여전히 선명하다.

(게임에는 워낙 흥미가 없는 나라서, 그게 무슨 게임이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날 밝은 날 아침, 여전히 이불속에 묻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감히 불을 켤 생각은 하지도 못한 체 주섬주섬 강의를 들으러 갈 준비를 하던 그 순간들.








시간이 흘러, 나를 괴롭게 한 또 다른 ‘올빼미’는 당시 만나던 연인이었다.


나는 브런치 데이트를 좋아했고,

그녀는 저녁 이후의 데이트를 선호했다.

햇살 비치는 창가에서 먹는 파스타보다는

편한 옷차림과 함께 하는 새벽의 야채곱창.

일출보다는 일몰.

밤에 잠드는 나를 보며 서운해하는 그녀와

아침에 자고 있는 그녀를 보며 서운해하는 나.



그 밖에

상쾌한 발걸음으로 들어선 아침 사무실의 팍 가라앉아있는 공기나

아침 햇살이 무색하게 졸거나 엎드려 있는 친구들,

밤이면 북적거리는 ‘핫 플레이스’ 들과

새벽 시간이면 활발해지는 메신저 대화방들 앞에서 나는 자주 민망했고, 무안했다.



그런 나여서 일까.

아침 몇 시가 됐든 이미 나와 조깅을 즐기고 있는

이곳 영국의 사람들.  

웃는 얼굴로 굿모닝을 말할 수 있는 기회.

이미 구워지고 있는 크루아상.

늦어도 6시면 문을 닫고 내일을 준비하는 상점들과,

밤 9시면 한산해지는 거리의 모습은 나를 편안하게 해 준다.








물론 나도 별이 빛나는 밤을 좋아한다.

연인과 함께하는 심야영화나

아늑한 밤거리가 주는 설렘 같은 것들.

그리고

밤새 작업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빛나는 열정.



다만 이 글은

자주 민망해지고 무안해지는

아침의 활기찬 기운들에게,


혼자만 신난 것 같아 애써 분위기 맞춰주고

좋아하는 브런치 데이트는 과감히 포기한 체 같이 야식을 즐겨주는,

나와 같은 아침형 인간들을 위해 쓰는 변명 같은 글이었달까. 우리도 우리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잠들지 않는 도시 서울에서

마침 "Breakfast tea" 의 나라,

영국으로 건너와 지내고 있는 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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