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허피디의 육아 예찬
by 허원준 Sep 05. 2018

아빠 육아 휴직의 의미

육아와 가사의 중심에 서보는 경험

최근 저에게 생긴 엄중한 임무가 있습니다.


아내에게 첫째 딸이 최대한 다가가지 못하도록 '밀착 마크' 하는 것입니다. 둘째 임신 후 아내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평일에야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손이 덜 가는 편이지만,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주말에는 부담이 꽤 크죠.


특히나 요즘처럼 '미운 세 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첫째 딸 낭콩이를 하루 종일 돌보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주말이면 더욱, 저의 책임이 막중해집니다.

엄마한테 가서 귀찮게 칭얼대지 않도록 놀아주는 일, 밥 먹이기, 청소나 설거지, 빨래 등의 집안일, 저녁에 씻기고 재우는 일 등등. 엄마에게 달려가는 낭콩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아내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1. 내가 육아 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난 주말, 아이를 재우고 그 옆에 누워 저도 한숨 돌리고 있었는데 문득 육아 휴직 때 생각이 나더군요.


아이가 갑자기 울거나, 밥 먹기를 거부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난감했던 기억들. 어떻게 놀아줘야 아이가 지루해하지 않을까 고민했던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밥 먹다 말고 드러누워버린 낭콩이

모든 것이 서툴었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요령도 많이 생겼고 아이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돼서 육아가 한결 능숙해졌음을, 감히 느꼈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육아 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에 잘 대응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2. 출산과 함께

'자연스레' 나눠지는 아내와 남편의 역할

그건 어쩔 수 없는, '당연한' 것일까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일반적으로도 그렇듯이 아내가 먼저 출산 휴가에 이은 육아 휴직에 들어갔습니다. 남녀 동시 육아 휴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저는 갓난아이와 아내를 뒤로하고 다시 전쟁 같은 일상, 직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 pic_parlance, 출처 Unsplash

그러다 보니 저는 육아에서 조금씩 멀어졌고 가사 노동은 아내의 것이 되어갔습니다. 잦은 야근으로 저의 퇴근 시간이 불규칙해서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내의 육아 휴직이 끝나갈 때쯤 제가 육아 휴직을 하지 못했다면 그런 추세는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졌을 거예요.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아내, 아침 일찍 직장에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오는 저의 모습은 점점 당연한 것,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갔고 그렇게 각자의 역할이 굳어지는 듯했습니다.


물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육아와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함께 하는 남편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첫째 아이 출산 이후 주말에도 출근하면서 정말 바쁜 일상을 보냈던 제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걸 느낍니다.


그래서 자녀가 있는 부부들이라면, 저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 경우가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내와 남편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나눠진다는 것.  그건 과연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일일까요.


#3. 당연하지 않은 일인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 있을 때.
그때가 아빠 육아 휴직의 '적기'가 아닐까.


집안일을 포함한 육아는, 확실한 '노동'입니다.


'그래도, 육아하면 어쨌든 집에 있는 거잖아. 그럼 직장보다 편한 거 아냐?'라고 반문하시는 분이 있다면 일주일, 아니 하루만이라도 1~3세의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 보시길 권합니다. 당연히 집안일도 같이 하면서요. 얼마나 심신이 지치는 일인지 금세 깨닫게 될 겁니다.


육아와 가사 노동은 부부 중 어느 한 명이 전담하기에는 정말 버거운 일입니다. 그래서 부부가 분담, 또는 함께 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안 하는 게 조금씩 익숙해지면 생기는 가장 큰 문제. 점점 몸이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회사 일 때문에 멀리했던 육아와 집안일이 갑자기 여유가 생긴다고 해서, 주말이 된다고 해서 가까이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제 자신이 과거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낄 때가 많습니다.


아내가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알아서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들을 하게 되거든요. 참... 그게 당연한 건데도 저는 4~5개월에 걸친 육아 휴직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렇게 되었습니다.


휴직 기간 동안 육아와 가사 노동을 주도해본 경험의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육아든 집안일이든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 몸으로 부딪혀 느껴봤고, 그래서 제가 조금이라도 더 해야 아내도 저도 다 같이 편해진다는 깨달은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아빠들이 육아 휴직을 원하는 시기에 마음껏 쓸 수 있는 사회 분위기는 아니죠. 하지만 분명한 건, '아빠의 육아 휴직'은 아빠들 개인에게도, 가족들에게도 '변화의 계기'가 되어주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육아와 가사의 중심에 서보는 경험.


아빠들이 그것을 더 늦기 전에, 적절한 시기에 겪어보고 많은 걸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아빠 육아 휴직'의 필요성에 대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keyword
magazine 허피디의 육아 예찬
소속 직업프로듀서
경제채널 7년차 PD. 육아 휴직을 경험한 후 '아빠 육아 휴직'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다니는 육아남.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