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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Apr 23. 2023

51. 재회

당신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당신을 나몰라라 버린 사람이다. 만나고 싶나?

대박 작품을 놓치거나 거절해서 아쉬워하는 연예인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 그 작품의 성공은 그 연예인이 없어서 가능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애초 그건 당신 자리가 아니었는데 왜 아쉬워하지. 오히려 당신이 그 작품에 합류했다면 대박을 치지 못했을 가능성이 더 큰 걸로 보이는데. 흥행에 성공했던 모든 작품들이 다 그랬던 건 아니지만 일단 대부분의 경우 해당 연예인을 대입시켜 그 작품을 상상해 보면 대박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었다. 그래서 저렇게 아쉽다 실수했다 놓쳤다고 인터뷰하는 연예인들을 보면 이상했다. 아니 애초 그건 당신 자리가 아니었다니까.



그런데 어느 날 사람 인연도 이와 같다는 걸 알게 됐다.






재회를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다시 연락하고 싶은 마음도. 그런데 냉철하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자. 왜 재회를 하고 싶나. 왜 아쉽나. 진짜 냉정하게 생각해 봐. 당신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당신을 나 몰라라 버린 사람이다. 그런데 다시 만나고 싶나? 다시 손 잡고 키스하고 싶어? 저 사람은 당신이 또 곤경에 빠지거나 본인이 또 관심이나 쾌락을 다른 곳에서 얻게 되면 또, 또다시 당신을 놓고 떠날 것이다. 그런 인간을 친구로라도 두고 싶나? 당신이 재회를 원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매몰비용의 오류. 또 하나는 가치 없고 쓸모없다고 여겨져 곤두박쳐버린 자존감 복구. 마지막 세 번째는 복수심이다.



시간 낭비다. 에너지 낭비고.

세상에 착하고 선하고 성격 좋고 예쁘고 잘 생기고 스마트하고 유머러스하고 돈 많고 줏대 있고 몸 좋고 당당하고 멋진 남자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 싫다는 사람한테 왜 매달리나 대체.



어느 날, 진짜 오랜만에 혼자 뛰면서 알게 됐다(나는 원래 혼자 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데, 최근 몇 달간은 늘 사람들과 음악을 들으며 뛰어서). 이어질 인연은 어차피 다 이어지고, 만날 사람들은 어차피 다 만나게 된다는 걸. 돌이켜보면 나는 결국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어쨌든 다 만났더라. 이거 깨달았을 때 뛰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과정이나 끝이 어쨌든 간에 나는 여태까지 살면서 결국 내가 원하던 사람들 - 친구든 연인이든 멘토든 동료든 - 결국 다 내가 원했던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다는 걸 알았다. 웃음이 나왔다. 이래서 "be careful what you wish for"라고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끌어당김의 법칙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이어질 인연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다 이어지더라. 그래서 같은 이유로 떨어진 인연에 슬퍼할 필요가 없다. 아니 나도 마음고생 무지 많이 해보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며칠을 계속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아니면 무진장 많이 먹고) 울고 불고 내 할 일도 못하고 집중도 못하고 그러다 보면 - 진짜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 아니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더 좋은 관계를 위해 정리가 필요했던 거라는 거, 다 알게 된다. 그 모든 관계는 당신을 성장하게 한다. 다만 예의는 지켜야 한다. 헤어질 때도 예의가 필요하다(안 그러면 언젠가 꼭 벌 받는다)그러니까 이제 재회 생각은 그만. 지금 입고 있는 옷을 벗어야 새 옷을 입을 수 있잖아.






그 친구는 아 결국 헤어졌어, 라며 웃으면서 말했다. 다른 친구도 음... 나 헤어졌어라고만 말했다. 모두 상대를 욕하지 않았고 잠수나 손절 같은 더러운 방식으로 마지막 예의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거 무지 중요하다. 이별 예의. 헤어질 때의 예의. 사람 눈에 눈물나게 하면 반드시 나는 피눈물 나게 되어 있다. 진짜로. 그러니까 그냥 나 떠난 사람, 날 "버린" 사람은 그냥 보내줘라. 저주하지도 말고 욕하지도 말고. 그럼 그 저주도 욕도 너한테 그대로 돌아오니까 널 위해서 하지마.





당신들에게는 분명 아주 끝내주는 사람들이 곧 나타날 거야.

내가 산 증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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