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불현듯 찾아온 감기녀석

by 지금여기

아이의 기침소리가 점점 심해져 병원을 바꿔 내원했다.

결과는 생각지도 못한 폐렴.. 최근 세균성 폐렴이 유행이라며 자책하는 나를 위로해 주시던 소아과 선생님.

빨리 회복되려면 유치원에 보내는 것보다 데리고 있는 게 나을 것 같아 일주일간 가정보육을 했다.

그 사이 아이는 회복이 더뎠고 눈이 충혈되며 눈곱이 생기고 임파선이 붓기까지 하며 증상이 더 심해졌다. 약을 바꿔 써가며 아이의 증세가 호전되어 갈 무렵 나의 기침이 시작되었다.

나는 다행히 감기였지만 목소리가 쉬고 끊임없이 기침이 나오더니 피부가 뒤집어지는 상황까지 갔다.

평소 감기를 잘 앓지 않는 나이기에 주말을 대비해 혹시나 하고 받아온 약 덕분에 주말을 무사히 넘기고 다시 간 병원에서는 증세가 더 심해졌다며 좀 더 쌘 감기약을 처방해 주셨다.

잠이 많이 올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정말 약을 먹고 이렇게 까지 졸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잠이 쏟아졌다. 다행히 아이는 잔기침만 조금 남아 있는 상태라 오랜만에 등원을 했고 나는 아이를 보내고 침대와 한 몸이 되었다. 따뜻한 전기장판을 켜고 겨울이불을 덮고 점심시간이 지나서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약에 취해 잠을 자고 일어나니 조금은 살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임신과 육아를 하며 낮잠이란 걸 이렇게 자본게 처음이었다. 원래도 일을 만들어하거나 사부작 거리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기에 낮잠의 필요성을 딱히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아프고 이렇게 낮잠을 자고 오랜만에 고요한 상태에서 침대에 누워있으니 이런저런 생각이 스친다. 신생아 때부터 아이와 함께 자는 생활을 했고, 아이는 5세가 되며 분리수면을 시작했다. 그러나 새벽에 불려 가거나 한 번씩 깨서 엄마를 찾는 통에 나는 매일 귀가 열린 상태로 잠이 들고 깨기를 반복했다. 그러기에 오늘 낮잠이 나에게는 아주 크게 와닿았을지도 모른다.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다 먹고 다시 주말이 오기 전 병원에 들렀다. 호흡기가 좋아진 것 같은데 아직 기침이 지속되니 3일 치 약을 더 처방해 주시겠다던 선생님.

약이 너무 졸려서 힘들었다고 하니, 이번 감기약은 졸음 약을 조금 줄여주시겠다고 하며

“혹시 입마름이 있거나 그러시진 않으셨죠?”라는 질문에 “아! 계속 입마름이 있어서 힘들었는데 혹시 약 때문인가요?”라고 반문하니,

“약에 민감하게 반응하시네요. 또 다른 증상도 느끼셨나요? “

”네, 혹시 가슴 두근거림도 약 때문인가요? “

“아이쿠야. 네네, 그럴 수 있는 약이 있었어요. 약을 전체적으로 바꿔드려야겠네요. 잠시만요.”

약에 상당히 민감히 반응하는 몸이라니, 온몸의 세포가 오랜만에 아픈 내 몸에 놀란 건가.

“몸이 너무 힘들면 수액을 맞으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생각보다 나의 기침도 오래가기에 주말을 대비해 수액을 맞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기운도 없고 기침 때문에 힘들었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1시간 30분 정도는 여유 있게 맞으셔야 좋아요. “

“아…. 지금 아이 하원하러 가는 시간이라, 시간이 없네요.. 혹시 내일 오전에 맞으러 와도 될까요?”

“네네, 그러세요. 내일 오전에 오셔서 맞으시면 훨씬 좋아지실 거예요. “

처방전을 받아 들고 약국에서 약을 받은 뒤 아이 하원하는 장소로 걸어갔다. 가는 도중 문득 올라온 생각들…

‘내 몸을 미리미리 챙기지 않으면 안 되겠다. 쉬고 싶어도, 병원에서 수액을 권유해도 시간이 안되면 내가 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구나.’

아이를 낳아 기르며 생기는 행복도 크지만 가끔은 나를 잃어버린 느낌이 드는 순간들을 마주한다.

그 간극을 느끼지 않으려 무던히 애쓰며 산 시간들이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애쓰니 더 간절해지는 나의 마음들을 마주하고는 잠시 뒤로 미뤄둔 나의 시간들.

아이가 유치원에 잘 적응할 무렵 조금씩 다시 도전하려 했던 나의 마음들이 봄바람과 함께 나를 자극시킬 무렵, 아픔이라는 이 시간을 마주하며 다시 한번 나를 돌보고 나를 위한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갑작스레 찾아온 감기가 아니었다면 나를 위한 시간과 행동은 우선순위에서 또 밀려났을지도 모른다.

감기 덕분에 다시금 마음에 새긴 ‘나’, 나를 챙기는 좋은 습관들을 만들어나가 보며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을 적어봐야겠다.

오늘 당장 실천할 일! 수액 맞기. 건강이 먼저 회복돼야 무엇이든 할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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