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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ilee May 18. 2021

어느 어르신.

41_  젊음, 그 어디.








처음엔 이름도 모르는 치매에 걸리신 어르신을 찾아뵙기란 쉽지 않았다.

양로원에 들어설 때마다 쾌적함을 유지하려는 왠지 모를 쾌쾌한 향은 나를 불쾌하게 했다. 

그분을 알게 된지도 어느덧 1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코로나로 방문을 잠시 멈춰야 했던 시기만 빼면

이제는 매주 보는 사이가 되었다. 


말을 편하게 하셔도 되는 나이심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빠짐없이 나에게 존댓말을 해주시는 분. 

처음에는 왜 내가 굳이 나와 상관도 없으신 분을 방문해야 되지?라는 귀찮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기도 했다. 겨우 연결고리를 생각해내자면 같은 교회를 다녔다는 것뿐. 실제로 함께 교회를 다녔던 시간은 스쳐 지나간 시간처럼 짧았다. 


오늘의 날짜도, 서로의 이름도, 방금 드신 저녁도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며 다이어리에 그 순간을 기록하시는 분. 항상 방문해줘서 고맙다고 빠짐없이 말씀해주시는 분. 그리고 문 앞까지 마중 나와 친구와 내가 등을 돌릴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시는 분. 


어느 날 문득 젊음에 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지금은 누가 봐도 동안까지는 아니더라도 '젊다'라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갈 만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 그 자리에 피던 주름이 단단히 자리를 잡고 점점 희끗희끗해지는 머리를 발견할 때. 나는 보다 의연하게 나란 사람을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을까? 부디 지금의 이 젊음을 나만 생각하며 보내지 않기를. 매 순간 나를 분명히 마주하며 내게도 언젠가 다가올 그 시간을 기억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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