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미 정해진 미래, 준비되지 않은 사회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미래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 천천히, 아주 예의 바르게 다가온다. 그래서 더 무섭다.

사람들은 위기는 예측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미래는 이미 숫자로 다 나와 있다.
다만 우리는 그 숫자를 외면할 뿐이다.


인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났다. 매년 100만명씩 대략 700만 명 규모다.

2040년이 되면 이들은 모두 75세 이상이 된다. 그때 우리는 75세 이상 노인 1천만 명 시대에 들어간다.

이건 전망이 아니다. 이미 결정된 일정이다. 이 숫자는 달라지지 않는다.


숫자가 말해주는 불편한 그림

통계는 차갑다. 그래서 감정이 없다. 자료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은 2030년 약 3.8조 원, 2040년 약 23조 원,

2050년에는 40조 원을 훌쩍 넘는 적자가 예상된다.

그런데 여기엔 한 가지 중요한 현실이 빠져 있다.


‘원래는 15%’라는 가정

제도 설계상으로는 75세 이상 고령 인구 중 약 15%만 요양 진료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경제적인 이유, 부양의 어려움, 가족 구조의 변화로 인해 실제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비율은 체감상 50%에 가깝다.

우리는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만약 30%라면

가정해 보자. 2040년, 75세 이상 인구인 천만명의 30%가 요양 진료를 받는다고.

월 100만 원(1인당 보조 비용)

300만 명

12개월

연간 360조 원이다.


2023년 기준 국가 전체 예산이 약 630조 원이다. 2040년이 되면 지금 현재 예산의 절반이 넘는 돈을 요양급여로 써야 하는 구조다. 이건 공포 마케팅이 아니다. 단순한 산수다.


그래서 국회는 숫자를 낮춘다

현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정책은 숫자를 낮춘다.

“2040년엔 장기요양 급여가 47조 원 수준일 것이다.”

그래야 제도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숫자는 정치적 낙관을 따라오지 않는다.


우리는 왜 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이 이야기를 꺼내면 늘 같은 반응이 돌아온다.

“그때 가서 생각하자.”
“아직 시간 많다.”
“기술이 해결해 줄 거다.”

하지만 인구는 기술로 해결되지 않는다. 시간으로 되돌릴 수도 없다.

그래서 이 문제는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정면으로 말하지 않는다.


고령화는 위기가 아니다, 조건이다

고령화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준비되지 않은 고령화다.

생산 인구는 줄어드는데

부양 비용은 늘어나고

그 사이를 메울 성장 동력이 없는 상태

이 조합이 위험하다. 위기는 여기서 만들어진다.


돈은 이미 계산을 끝냈다

다시, 돈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돈은 이 구조를 이미 보고 있다.

장기 재정 부담

세대 간 이전

조세 저항

성장 둔화

그래서 돈은 묻지 않는다.

“옳은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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