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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버와 샬롯 May 09. 2022

[책방일기] 당신도 나도 좋은 사람입니다


좀 울적했었어요. 그런데 그러지 말라고 누군가가 자꾸 저를 다독여주네요.


상가 총무님이 책방에 들어오셨어요.


행운을 빌어요.


네 개의 이파리를 정성스레 피시며 네잎클로버를 제게 주시네요. 으음... 순간 너무 감동이어서 할 말을 잊었어요. 그리고 불끈 힘이 솟아나는 거 있죠. 아침에 미처 못한 책방 청소도 벌떡 일어나 하기 시작했어요. 지휘봉으로 연주를 하듯 먼지털이개로 책에 앉은 먼지도 날려봤어요.


출근하면서 잠시 만난 동네 지인에게서는 책방에서 간식으로 먹으라며 오렌지를 건네주셨어요. 먹기 좋게 칼집도 넣어주신 거 있죠. 그래서 지금 아주 달달하게 먹고 있어요.


지난달 어느 날의 퇴근길에는 동네 친구분이 전화를 했어요. 퇴근길에 잠깐 자기네 집에 들르라고. 장에서 오늘 나물을 사서 무치는 중인데 저녁 반찬으로 좀 가져가라고.


가끔 그런 의문이 들어요.

내가 이렇게 호의를 받아도 되는 사람인가?


그리고 또 생각을 하죠.

나, 아마도 괜찮은 사람인가 봐.


예전에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 두 번째 시즌에서 산부인과 여의사가 좋아하는 같은 과 교수한테 그런 얘기를 하는 장면이 나와요.


저는 좋은 사람이에요.


남자 교수는 진지하게 사귀기 전에 시간을 두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가지려고 했죠. 그러나 여자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며 당당하게 자신은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해요. 시간을 끌지 않아도 나는 확실한 사람이라고.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존감이 참 인상 깊었어요.


그래요.

때때로 스스로가 미울 때도 있고 완벽하진 않지만,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내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요.

그러니 나는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이에요.


어디서 발견하셨을지, 네잎클로버!

책방에서 외롭지 말라고 준비하신, 오렌지!

퇴근하고 저녁 맛있게 먹으라고, 봄나물!


나도 그대들한테 계속 그런 사람이고 싶어요.

모두 너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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