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잉맘 이다랑 이혜린 창업자 인터뷰
Hey Listen은 성수동 체인지메이커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헤이그라운드팀의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Hey Listen 인터뷰는 팟캐스트와 그를 요약한 텍스트로 발행됩니다. 생생한 목소리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누르시면 풀버전 청취가 가능합니다.
이번 주 헤이리슨에서는 그로잉맘의 두 창업자 이다랑님, 이혜린님을 만났습니다. 부모와 아이의 기질 분석을 바탕으로 서로 간의 관계를 조율해 나가야 한다는 믿음이 인상적이었어요. 이것이 나아가서는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말도요. 저는 제가 뭘 싫어하는지 잘 모르는 편이지만(녹음하면서 제 기질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이건 정말이지 일말의 여지없이 너무나도 싫다고 생각하는 말이 있는데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입니다. 어쩌면 사회의 암묵적인 그 '정'으로 아이들의 창의력을 모조리 깎아내 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저는 어느 쪽인가 하면, 각자의 모남을 더 모나게 독려하는 쪽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믿는 쪽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요.
부모와 아이 모두의 성장을 돕는 그로잉맘의 이야기, 많이 듣고 읽어주세요!
그로잉맘 이다랑 이혜린 창업자
*그로잉맘의 자세한 프로필이 궁금하다면? 문제적 프로필 듣기
그로잉맘은 어떤 일을 하는 팀인가요?
다랑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육아 고민이 많이 있는데, 이 고민들을 털어놓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아요. 그로잉맘은 온라인 육아 전문 기업으로, 육아와 관련된 고민을 가진 부모님들이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하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하여 육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저희는 부모와 자녀의 기질/놀이 분석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그로잉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부모님과 아이의 기질, 성향을 분석하여 온라인으로 상담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름 때문에 오해를 자주 받으신다고요.
다랑 원래 ‘그로잉마음’을 줄여서 ‘그로잉맘’으로 썼던 건데요. 왜 엄마만 육아를 하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아이를 양육하는 경험이 견뎌내야 할 의무의 시간 같은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가족 구성원의 삶과 마음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 직관적인 회사의 BI와 CI를 곧 공개할 예정입니다. (웃음)
부모와 아이의 기질과 성향을 분석해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다랑 성인 입장에서 보면 아이가 가진 문제들이 대부분 단편적으로 보여요.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면 한두 가지 요인을 생각해보는 선에서 멈추죠. 그런데 사실 아이가 가진 고유한 특성에 따라 아주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어요. 흥미로운 게 없거나, 두려운 게 많거나, 신경 쓰이는 친구가 있거나. 어떤 특성을 가진 친구인지에 따라 문제 해결 방식이 다를 수 있죠. 양육자도 마찬가지인데요. 양육자의 기질에 따라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는 훈육 방식이 있고 그렇지 않은 방식이 있죠. 육아도 결국 관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각자가 갖고 있는 특성에 맞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책이나 맘카페에 의존해서 비전문가의 의견이나, 천편일률적인 방법에 기대게 되고 내 아이에게 딱 맞는 해결방법을 찾으려 애쓰게 되는데, 그 결과 부모의 양육스트레스가 높아요. 저희는 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이걸 효과적으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혜린 너무 좋은 회사네요. (웃음)
기질분석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혜린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기질분석을 구매하면 검사지가 포함된 키트가 배송돼요. 검사를 완료하고 답안을 사진으로 올리면 온라인으로 분석 보고서를 제공합니다. 단순히 기질에 대한 결과나 수치뿐 아니라 부모님과 아이의 특성을 고려한 적합한 놀이와 훈육 방식이 포함되어 있어요. 서로의 차이를 비교해서 주의해야 할 부분도 담기고요. 우리 가족만을 위한 한 권의 책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풍족하게 제공해 드립니다.
다랑 세계적으로도 상담센터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질 검사 세트를 저희도 쓰는데요. 더 정확하게 값을 볼 수도 있고, 표준화된 검사라 다른 상담센터로 연결을 제안할 때도 활용 가능합니다. 이렇게 기질 분석을 통해 나오는 기질은 몇 가지 유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만 가지 타입이 나올 수 있어요.
그로잉맘에서 제공하는 상담도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이 되는 거군요.
혜린 맞아요. 부모님과 아이의 기질에 맞게 전문적인 상담이 가능한 그로잉맘의 전문상담사들이 온라인으로 상담을 제공해요.
그로잉맘에 소속된 상담사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다랑 육아 상담과 관련하여 충분한 자격과 경험을 갖추신 분들이에요. 상담 전문가, 놀이치료 전문가 등 전문 분야도 다양하고요. 부모님들의 니즈에 따라 상담사 선생님들의 전문성을 고려해 배정하기도 해요. 아이의 언어 발달이 고민인 경우엔 언어치료가 가능한 선생님을 연결해 준다거나 하는 방식으로요.
혜린 저희 상담사 선생님들의 또 다른 강점은 이론이나 현장 경험도 훌륭하지만, 본인도 육아를 경험하셨거나 경험하고 계신 분들이라는 점이에요. 그러니까 실제로 와 닿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실 수 있어요. 뜬구름 잡지 않고, 실질적인 조언과 따뜻한 격려를 잘해 주시죠.
한국은 특히 남들과 다른 것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것이 강하게 있는 느낌입니다. 그 안에서 각자의 방식을 이야기해 나간다는 것이 의미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랑 현장에서 상담사로 일하면서 답답했던 것 중 하나가, 어릴 땐 부모와 아이가 잘 지내다가 청소년기 넘어가면 대화가 현저히 줄어드는 가족을 볼 때에요. 상담을 진행하면 상담사인 저와 아이의 유대는 생기지만 부모와의 관계는 회복이 어려워요. 육아 초반에 행동을 과도하게 수정하려는 시도들로 이미 아이는 상처를 받은 거죠. 각자의 특성들이 있는데 그걸 수용받거나 존중받지 못한 경험을 통해서요. 이는 자존감에도 영향을 줍니다. 육아 초기부터 어긋나지 않을 수 있는 솔루션들이 존재한다는 걸 더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겠어요. 저희 서비스가 건강한 육아를 통해 행복한 가족을 만들어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나아가서는 각자의 고유한 개인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혜린 여기에 더해 ‘좋은 엄마'라는 스테레오 타입도 존재하죠. 흔히들 떠올리는 모습이 있어요. 자애롭고 인자하고. 자신이 그 타입에 속하지 않으면 마치 나쁜 엄마인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죠. 사실 그렇지 않아요. 자기다운 방식으로 좋은 양육자가 될 수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충분히 존중받고 있지 못하다고 느낍니다. 그 영향은 물론 아이에게도 가겠죠. 아이가 가진 고유한 특성을 존중하는 것처럼, 부모 스스로의 기질도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결국 모든 관계는 서로에 대한 조화가 중요한 거잖아요.
창업 전에는 각자 어떤 일을 하고 계셨나요?
다랑 청소년 상담사로 일하면서 현장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마주했어요. 기존의 상담 솔루션이나 시장에서는 그 문제들을 풀기 어렵다고 느꼈고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전문가를 만난다는 것은 비용도 많이 들고 번거로운 과정이니까요. 우선은 이런 어려움들을 브런치에 글로 쓰면서 다른 부모님들과 공유했어요. 그때 필명이 ‘그로잉맘'이었는데 브런치에서 수상도 하게 되고 책도 내면서 사람들에게 조금 알려지게 됐죠. 하지만 글은 결국 서비스가 될 수는 없잖아요. 남편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스타트업의 형태여야 할 것 같다며 구글 캠퍼스의 한 프로그램을 알려줬어요. 지금과 거의 유사한 형태의 계획서를 써냈는데 덜컥 되어버렸죠. 그게 사업화의 첫 시작이었어요.
혜린 아이 임신하고 회사를 그만두게 됐어요. 경력 단절이 시작된 거죠. 전문성을 바탕으로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대학원에서 상담을 공부했어요. 저는 저대로 페이스북에 ‘내가니엄마'라는 계정으로 글도 쓰고 있었는데요.(웃음) 그러다 ‘그로잉맘'을 알게 된 거죠. 원래 제가 낯을 정말 많이 가려서 누구한테 선뜻 만나보자고 하는 사람이 아닌데, 이상하게 그로잉맘은 만나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삶에서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만나자는 제안을 했죠.
그렇게 ‘그로잉맘'과 ‘내가니엄마'가 만났군요. (웃음)
다랑 당시만 해도 심리, 육아 같은 키워드가 환영받지 못할 때에요. 구글 캠퍼스에서 피칭을 하면서도 좌절의 순간들이 있었고요. 답답했는데, 그냥 그만두고 싶지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한 번 더 얘기하고 평가받아보고 싶다고 생각할 때였어요. 그래서 둘이 각자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에서 만났죠. 볼풀장에서 공 던지면서 혜린님에게 피티를 했어요. (웃음)
혜린 6장도 안 되는 장표였는데, 매 장표마다 다른 장소에서 들었던 것 같아요. 첫 장은 볼풀장에서, 둘째 장은 소꿉놀이방에서…
다랑 다 듣더니 그 자리에서 그냥 ‘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조건을 몇 개 내걸었죠. 회사 이름은 ‘내가니엄마'는 안 된다, 콘텐츠는 내가 최종 확인하고 싶다(‘내가니엄마'의 톤은 안된다), 이런 내용들. (웃음)
그로잉맘은 유독 고객의 응원을 많이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다랑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로잉맘 같은 회사들이 살아남아주고 성장하는 것 자체로 힘이 된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꼭 저희 고객뿐 아니라 외부에서 만난 미혼 여성분들 중에도 본인들이 보고 따라갈 수 있게, 그러면서 더 많은 것들을 만들 수 있게 ‘버텨달라’는 응원을 많이 해 주세요. 숨이 턱끝까지 차다가도, 우리도 누군가를 보고 쫓아가듯이, 또 다른 누군가 우리를 보고 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혜린 이전 회사에서 롤모델 한 명만 있었어도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해요. 일과 가정을 모두 행복하게 지켜내는 선배 한 명만 있었어도. 그때는 둘 중 하나를 완벽하게 포기해야 하는 옵션만 있었어요. 그로잉맘을 통해 아직 이런 선택의 기로까지 오지 않은 친구들이,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보며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으면 좋겠어요. 육아를 하면서 창업도 할 수 있구나, 너무 힘들지만 아예 존재하지 않는 길은 아니구나, 하는 위안이요.
회사로 선물들이 많이 와요. 손편지, 간식, 직접 만든 것들을 나눠 가지라고 보내 주세요. 어떤 회사가 고객들한테 힘내라고 이렇게 정성 담긴 선물을 받아보겠어요. 이런 경험을 할 때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구나, 하는 힘을 얻어요. 대통령이 저희를 언급한 날도 한 어머님이 선물을 보내셨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 선물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어요.
온라인 상담 솔루션을 통해 상담가들의 경력단절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다랑 일하는 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것에서 서비스의 퀄리티가 시작된다는 것이 저희의 중요한 믿음 중 하나예요. 상담 전문가가 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매우 많이 듭니다. 그런데 경력단절 비율이 정말 높아요. 아이가 생기면, 정작 저녁 시간에 내 아이는 못 보고 다른 아이들 상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아이들을 상담하는 일인데 정작 본인이 육아를 하게 되면 경력을 이어가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구조죠. 저희가 가진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이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만들어줄 수 있어요. 저희가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온라인이지만 정확하고 유의미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죠. 아까 혜린님도 얘기하셨지만 스스로 육아 경험도 있기 때문에 더 와 닿는 상담이 가능해요. 그들의 문제도 해결하면서 저희 서비스의 질도 더 높아지는 선순환인 거죠. 육아가 실제로 경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면서 저희가 만드는 임팩트의 크기도 더 커진다고 생각해요.
혜린 최근에 상담 선생님들 모집이 있었는데 이제 정말 입소문이 난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분들을 모셔도 되나 싶을 정도의 좋은 분들이 정말 많이 지원해 주십니다.
끝으로, 두 분의 ‘그로잉’은 안녕하신가요?
혜린 너무너무 안녕합니다. 창업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미숙하지만, 아직 작은 회사지만, 3년 정도 만들어오면서 시야도 넓어졌고 일에 대한 관점도 많이 달라졌어요. 무엇보다 40대의 제가 너무 기대돼요. 20대 땐 30대가 전혀 기대되지 않았어요. 30대 초반에는 40대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큰 불안을 안고 창업을 했죠. 저희 비즈니스가 원하는 만큼의 속도나 규모로 성장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저는 분명 성장했다고 느낄 거고, 여전히 40대는 기대가 될 거예요. 사실 모든 싸움은 다 외롭고 고독하죠. 그런데 소셜 섹터에서 일하게 되면서, 같이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이 돼요. 나만 헛발질하고 있지 않구나, 여기 모여서 세상에 의미 있는 헛발질을 함께 열심히 하고 있구나 하는 이상한 위안이죠. (웃음)
다랑 제가 소셜벤처를 창업한다고 했을 때 의심의 눈이 많았어요. 당시 책도 내고 ‘그로잉맘'이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인플루언서가 되어 있었으니 그걸 충분히 활용해서 사는 길도 있었죠. 가끔 나는 왜 여기서 허우적거리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이 시간들을 보내면서 저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됐어요. 저는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것에서 삶의 가치를 느껴요. 너무 힘들다가도 혜린님이나 팀원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 기쁩니다. 고객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을 볼 때, 저희가 다른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때 그렇고요. 이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돈을 많이 벌거나 더 유명했어도 표류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을 거예요. 지금은 이곳이 내 자리다 하는 느낌이 있어요. 그게 더 앞으로 달려갈 수 있는 힘이 됩니다.
혜린 저는 제 이야기만 했는데, 숙연해지네요. 저도 같습니다! (웃음)
정말 안 맞는 기질의 조합도 있을까? (저희 둘만 해도 너무 다른 기질인데요..)
순간순간 유혹이 많지만, 늘 과정을 생각하며 나아가 보려 해요
그로잉맘 앱을 다운받고 회원가입한다.
앱 내 그로잉샵의 상품들을 주변에 선물한다.
아래의 계정들을 팔로우한다.
Interview 헤이리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