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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그라운드 Oct 30. 2020

"사회문제에 도전하는 모든 기관의 혁신 파트너"

MYSC 대표 김정태님

Hey Listen은 성수동 체인지메이커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헤이그라운드팀의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Hey Listen 인터뷰는 팟캐스트와 그를 요약한 텍스트로 발행됩니다. 생생한 목소리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누르시면 풀버전 청취가 가능합니다.

이번 주 헤이리슨에서는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혁신을 지향하는 MYSC의 대표 김정태님을 만났습니다. 한겨레에 연재하셨던 칼럼도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인터뷰에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그중 특히 MYSC가 사내 기업가로서 팀원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흥미로웠어요. 글에 담지는 않았지만 주 4.5일 근무제에 대한 실험이 성공적인 레퍼런스로 자리 잡길 바라는 개인적인 (강력한!) 바람도 생겼습니다. MYSC와 김정태님의 이야기, 많이 듣고 읽어 주세요!



사회문제에 도전하는 모든 기관의 혁신 파트너

MYSC 대표 김정태

*정태님의 자세한 프로필이 궁금하다면? 문제적 프로필 듣기

사진 어도러블 플레이스

MYSC는 어떤 의미인가요?

Merry Year Social Company의 줄임말이에요. Merry는 즐거운 이라는 뜻이죠. 매일 어려움이나 사회문제가 조금씩 회복되어 매해가 즐거운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MYSC는 어떤 일을 하나요?

저희는 사회 양극화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집단이에요. 영역을 굳이 따져보자면, 컨설팅, 엑설러레이팅, 투자 모든 영역에 걸쳐 있는데요. 일의 영역이나 성격으로 딱 집어서 저희의 정체성으로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각 영역 모두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들이 대상이죠?

사회 문제를 혁신의 원천으로 해석하고, 어떻게 하면 각자에게 필요한 혁신을 이룰 수 있을 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협업합니다. 신사업 개발, 기존 사업의 신규 고객 도출, 친환경 패키지로의 리뉴얼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컨설팅도 하고요. 소셜벤처를 포함한 스타트업들의 경우 어떻게 성장해갈 지, 성장과 임팩트를 어떻게 연계해 나갈지 등을 함께 고민하며 엑셀러레이팅을 하기도 합니다. 또 그런 회사들이 자본이 필요한 경우 투자를 하기도 해요.


단계별로 MYSC가 추구하는 이미지가 있으시다고요.

시즌1 때는 사회혁신 분야의 24시간 편의점의 이미지를 생각했어요. 불이 늘 켜져 있고 누구든 사회혁신과 관련한 고민이 있다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으로요. 어떤 고민이든 저희와 가장 먼저 나눌 수 있도록. 

사진 MYSC 홈페이지

지금은 몇 번째 시즌인가요?

이제 시즌2입니다. 이미지로 보면 두 개의 기업이 융합된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요. 하나는 전략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고, 다른 하나는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IDEO예요. 이 둘이 조인트 벤처를 만든다면 생겨날 회사의 모습과 MYSC가 닮아 간다면 좋겠어요. 시즌2는 현재 진행 중입니다. 업무 영역에 대한 이미지라기보다는 문제 해결 관점에 대한 이야기예요. 전략/재무적인 논리로만 접근하지 않고 통합적인 관점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현업에서 임팩트 생태계의 확장을 체감하시나요?

사회적 가치나 소셜 임팩트 관련하여 많이 쓰이는 언어들이 있죠. 저는 그 언어들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느낄 때 생태계가 커졌다고 느껴요. 예전에는 그 말들이 성수동의 특정 집단에서만 공유됐다면, 지금은 그 영역이 확실히 많이 넓어졌다고 느낍니다. 전엔 그 언어들을 설명하는 데만도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이제는 파트너들 쪽에서 먼저 그 언어를 쓰며 소통해 오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면 소통이 시작되고 뭔가를 함께 도모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열리는 느낌이 들죠.


투자는 주로 어떤 회사들에 하세요?

주로 극초기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요. 다른 투자사들과 좀 다른 것은 임팩트라는 렌즈를 갖고 본다는 것인데요. 이게 어떤 종류의 현혹들을 피할 수 있게 해주는 렌즈라고 생각해요. 극초기 기업들 대부분은 비즈니스 모델이나 재무제표를 갖고 판단하기가 어렵죠. 재무제표를 보는 순간 투자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기가 훨씬 쉽고요. 기업의 현재 모습을 스틸컷처럼 정지된 모습으로 보기보다 영화 초기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하고 보려고 노력합니다. 앞으로 펼쳐질 모습의 상상력을 동원해서요.


특히 더 관심을 갖고 보는 사회문제 영역들이 있나요?

문제는 점점 더 커져가는데 해결에 대한 노력은 여전히 부족해 보이는 영역들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요. 미세먼지, 여성의 경력단절, 일자리 문제 등이요. 기술의 발전과 별개로 풀어야 하는 문제들이죠. 

작년 3월에는 마스크 생산업체에 투자를 했어요. 그땐 코로나 이슈 전이라 일반 투자사들 입장에선 투자할 이유가 없던 회사였죠. 임팩트 투자의 요소 중에 의도성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저희가 투자한 마스크 회사는 일선 공장의 감독관으로 일하던 분이 산업재해를 줄이고자 하는 명확한 의도를 갖고 만든 회사였어요. 공장 일선에서 근로자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아 호흡기를 통해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을 자주 보고 이유를 물어 지금의 마스크가 근로자들에게 너무 불편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안 거죠. 이를 개선해서 산업재해를 줄이려는 임팩트를 만들고 싶다는 명확한 의도성을 가진 회사였어요.


의도성을 잘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겠네요.

임팩트 투자가 어렵다고 할 때 어려움의 상당 부분이, IR(투자자를 위한 기업홍보)만 가지고 의도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오는 것 같아요. 저희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해당 회사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같이 겪어봐야 한다고 하는데요. 지금까지 50개 조금 안 되는 기업들에 투자했는데, 대부분 다양한 맥락 속에서 지켜보고 거기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판단했습니다. 결국 투자 결정을 위해 최대한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것이고, 그에 맞는 많은 인력이 함께 필요한 일이에요.


기고하신 칼럼 중 투자 수익률과 관련한 글을 재밌게 봤어요.

시계열을 길게 두고 보면, 실적의 진짜 의미가 나타나요. 한 해의 실적이나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요소들이 너무 많죠. 회사와 관련이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잘 고려하는 기업을 ‘사랑받는 기업'이라고 정의했을 때, 글에서 언급한 조사에선 그 회사들의 투자수익률이 장기적으로 보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저는 여기엔 결국 사람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이 회사에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 어떤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는지, 혹은 빠져나가는지는 한 해의 재무제표만 봐서는 절대 알 수 없죠.

사진 어도러블 플레이스

좋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이 중요하군요. MYSC의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도 많으시겠어요.

저희가 컨설팅을 많이 하다 보니 파트너나 고객에게 조직문화 혁신도 자주 제안을 하는데요. 어느 날 MYSC는 정말 자랑스러운 문화를 갖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객사에서 ‘그럼 MYSC는 어떻게 잘하고 있나요?’라고 물으면 정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한동안 저를 괴롭혔어요. 그게 MYSC의 리스크이기도 한 거죠. 그 이후로 저희가 제안하는 것들을 저희가 먼저 시행착오를 겪으며 실험해 보고 있어요. 저희는 이 섹터에 이미 많이 있는 훌륭한 분들을 잘 돕는 팀이 되려고 하는데, 그러자면 저희 팀원들이 모두 탁월해야 해요. 그래서 팀원들을 모두 ‘사내 기업가'라고 부르고 그에 걸맞은 성장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시스템을 계속해서 실험 중이에요.


구체적으로 어떤 실험인가요?

비즈니스에서 성과는 당연히 필요하죠. 다만, 조직문화의 초점을 온전히 성과에 맞춘다고 해서 성과가 잘 나온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희는 성숙 - 성장 - 성과의 흐름을 중요하게 봅니다. 각 단계를 비유적으로 보면, 좋은 뿌리가 좋은 나무가 되고, 좋은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만든다는 믿음이 있어요. 성숙한 어른이라면, 자신의 시간을 어떤 일을 하며 써야 하는지 각자가 다 판단할 수 있죠. 저희는 연간 사업계획 같은 것을 만들지 않아요. 모든 구성원이 저처럼 CEO의 관점에서,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기로 혹은 하지 않기로 선택해야 할지, 어떤 자리에 가기로 혹은 가지 않기로 할지 등을 스스로 결재권자로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사내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성숙한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성장에 대한 욕심이 따라온다는 점이에요. 자신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 스스로 성장하고 싶어 지는 거죠. 이렇게 좋은 뿌리와 나무가 있다면, 성과는 결국 따라오는 거라고 봐요. 물론 외부 요인이나 운에 따라 성과가 안 나거나 덜 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런 변수의 영향은 적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내부에서 ‘괴물'이라는 표현도 쓰신다고요.

팀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죠. 그런데 이 개념은 고정된 정체성 같은 것이 아니에요. 저는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그대로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괴물이 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그게 디폴트인 거죠. 괴물은 스스로는 괴물인지 모르지만 주위 사람들이 알고 다 빠져나갑니다. 조직이 망하는 징조 중 하나가 좋은 사람들이 기민하게 먼저 빠져나가고 괴물들만 남아 있는 모습이죠. 이를 판단하는 것은 남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신과의 비교를 통해서 해야 해요. 어제의 나보다, 혹은 1년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나는 어른의 길과 괴물의 길 중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해요. 흔히들 체력 정도를 제외하고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입니다.


어떤 학생이었습니까?

모범생으로 보이고 싶었던 호기심 많은 문제아였어요. 중학교 때까지 사고를 많이 쳤습니다. 그러다 중학교 때 공금에 한 번 손을 대고 퇴학 위기까지 맞고 나서야 정신을 좀 차렸어요. 원래 부모님이 아주 엄하셨어요. 자주 맞기도 했고. 그런데 그 사건 때, 저를 그냥 사랑으로 품어 주시더라고요. 저는 정말 심하게 혼날 줄 알았거든요. ‘힘들지? 어서 자.’ 하고는 아무 말도 없으셨어요. 그때 처음으로 제가 제 행위나 조건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사랑받는 사람이구나 처음 느꼈어요. 그러면서 철이 좀 든 것 같아요.


역사학을 전공하고 유엔에서 일하셨습니다.

IMF 이후라 당시 지원할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요즘은 전공 불문으로 채용하는 곳이 많은데 그땐 상경계열이거나 사회과학계열이어야 원서를 낼 수 있는 곳이 많았거든요. 역사가 인문과학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죠. (웃음) 제가 관심 있는 분야가 비즈니스는 아니었고, 진로를 못 찾고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러다 여러 운이 겹치면서 다행히 유엔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미지 알라딘

2010년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라는 책을 쓰셨는데 반응이 뜨거웠죠?

스펙보다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담았고, 역량 중에서도 마인드셋이나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썼어요. 그땐 이 단어를 쓰진 않았지만 앞서 언급한 성숙이라는 말과도 통하는 개념이죠. 누군가 자신의 철학과 신념처럼 소중한 것 때문에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은 것들, 꼭 거창하지 않더라도 그런 것들이 모여 자신의 이야기가 돼요. 그 이야기에는 개연성이 생기죠. 스펙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인생에 3번은 하늘에서 은총을 내려준다고 해요. 전 그 책을 쓸 때 한 번 받은 것 같아요. 어쩌다 보니 유엔에서 일하면서 후배들의 진로 상담을 많이 해 주게 되었고, 물리적으로 아주 많은 후배들을 만날 수는 없으니 그걸 책으로 정리해보자 하고 가볍게 시작해서 썼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런던에서 1년 공부한 비용도 그 인세로 충당이 됐어요. (웃음) 지금도 책을 읽고 의견을 보내주는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꿈이나 목표는 잘 잡지 않으신다고 들었습니다. 왜 그런가요?

어렸을 때의 MBTI는 아주 꼼꼼한 성향이에요. 제 다이어리는 항상 계획들로 빽빽했죠. 친구가 갑자기 영화를 보러 가자거나 하면 아주 힘들어하는 성격이었어요. 좀 미리 말해주지 싶으면서. (웃음) 그런데 어느 날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이 없더라고요. 제가 계획을 세우며 사는 건 결국 함께 행복해지기 위함인데, 그로 인해 사람이 없어지니 아이러니죠. 그걸 알고 다이어리를 버렸어요. 언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보니 MBTI도 많이 바뀌더라고요.

마찬가지로 회사의 목표도 선명하게 세우진 않는데요. 제가 일하면서 발견했던 제 속의 괴물 중 하나는, 제 목표가 선명할수록 동료들이 부속품이 된다는 거예요. 저에게 그런 괴물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정말 많이 놀랐어요. MYSC가 선명한 목표를 이야기하는 순간, 그걸 잘하는 사람만 뽑게 되고 그 사람의 성숙이나 성장에 신경을 덜 쓰게 되겠죠. 성과만 잘 내는 사람들을 뽑게 되고요. 제가 언제든 그런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있어요. 리더를 맡기로 한 이상, 조직의 건강을 위해 저의 어젠다는 너무 강하지 않게 두려고 해요. 목표나 계획보다는 그냥 하루를 잘 살려고 합니다. 오늘을 충실히 보내서 잠들기 전에, ‘아 오늘 참 잘 달렸다'는 실감과 충만감을 느끼는 것이 제게는 더 중요해요.


인터뷰에서 정태님과 이런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팟캐스트로 들어보세요!

MBA 과정에서 purpose라는 말을 점점 더 자주 쓴다고 해요!

이 이야기를 이 분이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입사 초기에 책 <에고라는 적>을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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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헤이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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