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HeyPeople
by 헤이그라운드 Nov 24. 2018

[Hey People]#14 학교에서 히어로를 만나다.

어썸스쿨 이지섭님

헤이그라운드는 각자의 방식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있는 체인지메이커들이 함께하는 코워킹 커뮤니티입니다. [Hey People]은 헤이그라운드에서 체인지메이킹 여정을 함께하고 있는 체인지메이커들을 소개하는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히어로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이 가진 가능성을 꽃피우고 있는 어썸스쿨의 이지섭님을 만나보았습니다.



현재 하고 계시는 일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썸스쿨은 ‘청소년이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여 세상에 긍정적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있고 있습니다. 이것을 저희는 히어로 교육이라고 말합니다. 히어로는 자신만의 초능력이 있잖아요. 어떤 기회를 만나면서 초능력을 발견하게 되는데, 저희는 아이들도 히어로처럼 자신만의 가능성과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교육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히어로가 될 가능성을 가진 친구들에게 기회의 장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런 프로그램이 널리 퍼지면, 저희는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드는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어썸스쿨의 비전입니다. 


이미 한국에는 5천여 개의 고등학교가 있기 때문에, 저희는 잘 만들어진 학교의 소프트웨어로 들어가서, 학교의 시스템과 문화를 변화시키고 더 나은 문화를 만드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희가 추구하는 교육은 1년 단위의 교육이에요. 아이들의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계와 영향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죠. 일 년 단위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세상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알게 됩니다. 더 나아가 자아 탐색도 하고 있고요. 

하지만 실제로 1년 단위의 교육을 하기는 매우 어려워요. 1년 교육을 하는 학교는 전국에 40여 개 정도이고, 대부분의 학교는 하루 캠프 또는 6주 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있어요. 사실 이런 프로그램을 하려고 해도, 공교육 안에서 선생님들이 얻으시는 건 많이 없거든요. 학교에서 부담스러워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장벽이 상당히 높아요.

히어로스쿨을 진행하고 있는 학교들은 약 400개 정도 있습니다. 저희가 직접 출강할 수 있는 학교를 아무리 큰 규모로 잡아봐도 1,000개 정도가 되더라고요. 하지만, 전국에는 현재 5,000여 개 정도의 학교가 있고 저희가 직접 갈 수 있는 학교는 10퍼센트가 채 안 되는 규모이기에, ‘어떻게 하면 이 교육이 조금 더 널리 퍼질 수 있을까’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교육자 워크샵'인데요. 다양한 학교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저희 교육을 전파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썸스쿨 강사분들과 함께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썸스쿨은 사실 ‘Stori’라는 교육 커뮤니티로 시작했어요. Stori는 교육 변화에 관심이 많은 청년들이 일주일에 한 번 만나 회의를 하는 교육자 커뮤니티였어요. Stori가 추구하는 가치 또한 너무 좋았지만, 커뮤니티 설명 브로셔의 문구가 인상 깊었어요. ‘모든 아이는 예술가로 태어난다.' 그 문구가 너무 좋았고, 브로셔를 보는데 여기서 출강하려는 학교가 제 모교더라고요. 그때 소름이 돋아서 ‘이 모임에 내가 꼭 가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됐고, 20-30대 학생들이 모여서 활동을 하던 중에 우연히 투자를 받게 되어서 어썸스쿨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20-30대 학생들의 커뮤니티 Stori


저는 제 고등학교 시절이 암담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군대랑 똑같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폐쇄적이고 공부를 엄청 시키는 학교였죠. 자율적인 건 단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친구도 별로 없고, 감옥 같은 느낌이 들었죠. 그러다 대학생이 되고 더 넓은 세상을 보니 ‘사람이 그렇게만 사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대학교 때는 창업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대학 4학년 때, ‘InsFire’라는 IT 회사를 창업하며 ‘아, 나에게도 이런 가능성이 있구나,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구나'라는 걸 처음 알았거든요. 근데 ‘그걸 고등학생 때 깨달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무척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일 년 하다가 망하긴 했지만,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자 성장의 기회였던 것 같아요. 그걸 그만두고 한량처럼 이것저것 하고 다닐 때, Stori를 만나고 투자를 받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좋지 않은 학창 시절의 기억이 어썸스쿨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어썸스쿨에서 활동하시면서, 특별히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두 가지가 떠오르네요. 첫 번째는, 올해 제가 화성시에 있는 정남중학교를 갔을 때에요. 논밭 가운데에 그 학교 딱 하나만 있었어요. 그곳에 도착했는데 학생들이 너무 해맑은 거예요. 그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가르치면서, 저도 그 친구들과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생각이 어렴풋이 났어요.

대부분의 또래 친구들과는 다르게, 정남중학교 학생들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가지 않고 다 놀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학생들의 에너지가 너무나도 높은 것은 물론이고, 수준이 남다른 거예요. 중학교 1학년 친구들이 페미니즘, 외모지상주의, 유기동물 같은 주제를 가지고 가면무도회를 열더라고요. 또 손을 잘 안 씻는 학생들을 위해 학생들이 직접 장난감을 넣은 투명비누를 제작해서 학교에서 팔기도 했어요.

정남중학교 친구들과 비슷하게, 제 학창 시절 친구들 중에서도 기업가 정신이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 친구들은 학교에서 하는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지 않았어요. 공부에 몰두하는 타 지역 학생들과는 다르게, 무언가 주도적인 활동을 자주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 보면 창업한 친구들이 되게 많아요. 제가 수업 끝나고 선생님께 “애들이 너무 주도적이고 해결책을 잘 찾아요”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정해진 답은 못 찾아요”라고 해서 빵 터졌어요. 이 친구들의 미래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정남중학교 가면무도회 & 피날레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일은, 강원도의 고등학교 1학년 친구들을 가르치러 갔을 때였어요. 아이들이 그렇게 유복한 편은 아니었어요. 당시에 진행했던 프로그램이 ‘히어로의 탄생’이었는데요. ‘히어로의 탄생'은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먹고 무엇을 했을 때 행복했는지, 언제 가장 괴로웠고 언제 가장 슬펐는지 등을 탐색해보는 활동이에요. 종합적인 자아탐색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라이프 라인Life Line을 그리고, 그걸 저희와 함께 대화로 풀어나가는 거죠. 

그런데 제가 아무리 기다려도 한 학생이 너무 참여를 안 하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방법을 택했어요. 수업을 하지 않고 그 학생의 얘기를 듣기로 한 거죠.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고, 어머니가 다른 분과 결혼을 해서 아기가 있는데 돌보느라 너무 힘들다는 거예요. 아기를 어떻게 돌보는지 설명을 하는데, 너무 전문가 급으로 설명을 잘하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해야 하고, 저런 상황에는 어떻게 해야 하고… 그 학생이 자기 얘기를 쏟아놓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저 친구는 어디 가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었을까?’


강릉 문성고 피날레 & 히어로스쿨 수료식


요즘은 학생들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어요. 

대부분의 대화는 학업과 관련된 거예요. “너 몇 점 나왔어? 숙제 다 했어?”를 물어보지 “너 요즘 행복하니? 너 요즘 뭐가 제일 힘드니?” 이런 말 잘 안 하잖아요. 이런 관심을 가지면 들어줄 사람이 있으니까 본인의 얘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어 있어요. 그 이야기를 학생들이 꺼내며 공유하고, 자신의 서사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때 이 친구들이 살아갈 힘을 찾는다고 생각해요. 



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에, 히어로 스쿨에 집중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어른들은 아이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때 협박을 해요.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서 영상을 봤는데,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강사가 말하길, “너네 평소에 공부를 안 해서 여기 앉아있는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발언이 진심을 담은 말이 아니라,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기 때문에 화난 감정을 그냥 푸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강사처럼 저도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더 수업에 집중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결국 이런 결론을 내렸어요. ‘지금 이 순간, 저 학생에게는 다른 공부가 더 급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친구에게는 다른 공부를 하게 놔두는 것이 더 맞다.’ 그렇게 생각하고 난 후, 그 친구가 자기 공부에 집중할 때 옆에 가서 물어보게 되었어요. “와, 이 문제 어떻게 풀어? 나도 예전에 되게 어려웠는데… 열심히 해!” 그 학생에게는 그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한 거예요. 저도 학생 시절을 똑같이 겪어본 사람이니까. 그 친구가 하고 있는 일을 존중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 제 수업을 안 듣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제가 이 학생에게 진실된 관심을 가져주면 이 학생은 제 말을 안 들을 수가 없어요. 저는 이렇게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배우는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대하면 이렇게 반응하는구나. 저렇게 대하면 저렇게 반응하는구나.’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점점 보완해가고 있습니다.


미래의 체인지메이커들을 양성하고 계신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는 어떤 거였나요?

기억이 나는 게 있네요. 모든 학교에 상담실이 있지만, ‘또래 친구들이 같이 고민을 들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양정여고의 학생들이 자기들만의 상담실을 하나 만들었어요. 야외에 큰 텐트를 쳐 놓고, 그 텐트 안에 ‘나쁜 기억 지우개'라는 상담실을 만든 거예요. 상담실 안에는 마치 고해성사를 보는 것처럼 가림막도 있어요. 상담 신청을 한 친구들은 가림막 뒤에서 본인의 고민을 얘기하고, 다른 친구가 상담을 해주고, 마지막에는 고민 내용이 적힌 종이를 분쇄해요.

이 프로젝트가 재밌는 게, 단순히 학생들끼리 하고 끝난 게 아니라 공감인과 연계해서 더 큰 프로젝트로 끌어갈 수 있었어요. 공감인이 여기 헤이그라운드 2층에 있잖아요. 연락을 해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을 했거든요. 인터뷰도 하고 자문도 진행하다가, 공감인이 운영하는 속마음버스를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거예요. 덕분에 학생들이 상담자를 받아 버스 안에서 상담을 진행했어요. 그 프로젝트를 보면서 상당히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아이들이 이렇게까지도 하는구나’ 하며 놀랐죠.


양정여고 학생들과 함께한 공감인의 속마음버스
양정여고 학생들이 속마음 버스에서 상담하는 모습


아이들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데, 사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아요. 양정여고는 많은 지원을 받던 학교였기 때문에 큰 규모의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했던 거지만, 보통은 힘들 때가 더 많아요. 하지만 그래도 이 아이들을 끝까지 응원해야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내 의무니까 끝까지, 혹은 한 번만 더 해보자고 제 자신에게 계속 얘기해요. 

“용준아 괜찮아. 이렇게 한 번 더 해볼까?”라고 말하면서 끝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시작은 학생들의 분실물을 찾아주는 프로젝트였는데, 분실물의 행방을 찾기 위해 블루투스를 다느냐 CCTV를 다느냐를 논하다가, 현실적으로 안되니까 결국에는 학교 안에 문구점을 만들었어요. 학생들이 학용품을 놓고 왔을 때 학교 안에서 빌려줄 수 있는 문구점을 만든 거예요. 엄청나게 바쁜 고등학생들인데도, 이 프로젝트를 끝까지 진행해서 발표하는 모습이 감동이었어요. 

어떤 일이든 끝까지 해 보는 게 중요해요. 기획서로 끝난 일은 결국 안 한 일과 똑같은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래서, 그거 했어?”라는 질문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부스를 만들고 학용품을 채워 공간을 만드는 과정 또한 중요하지만, 실제로 친구들이 부스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는 거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만든 걸 누군가가 이용하고 있네?’라는 감정을 느끼는 거죠. 그 경험을 겪어 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지도 궁금해요. 얼마 전 교육용 인공지능 보드게임 A.I. City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셨던데요.

저희가 교육자 워크샵을 진행하면서도 교구 개발을 안 했어요. 저희 철학이 ‘사람이 교육해야 한다'였기 때문에 교구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현장을 많이 다니다 보니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학생들과 학습 활동을 하면, 학생들이 그 활동을 하면서 뭔가를 충분히  배워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되는 거예요. “자, 여기에다가 포스트잇을 붙이고, 이렇게 접고, 이렇게 배열하고, 다른 색의 포스트잇을 붙이고, 주사위를 굴리면 이렇게 해야 하고...” 이런 설명을 하면서 드는 생각이, ‘방법에 대한 설명보다, 이 학습에 필요한 내 경험과 스토리를 얘기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라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교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인공지능 보드게임’을 처음 만들어서 실험해봤어요. 

저희의 비전처럼, 아이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세상에 긍정적인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교육하려면,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아이들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모바일에서 시작해 인공지능까지 가고 있는데, 이런 사회의 흐름을 학교에서는 학습하고 체험할 수가 없어요. 학교에서는 스마트폰을 다 걷어버리잖아요. 학생들이 가장 접하기 쉬운 매체인 스마트폰으로 생산적인 활동을 하게 할 생각을 못하는 거죠. 그래서 이런 모바일과 인공지능 시대에 발맞춰, 어떻게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할까 고민하며 만든 제품이에요. 


올해 11월 출시된 인공지능 보드게임 A.I. City


어썸스쿨 이지섭 대표가 아닌, 사람 이지섭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지섭님이 여행하신 곳 중에서 제일 영감을 받았던 곳은 어디인가요?

여행의 영감을 받는 것은 장소의 차이일 수도 있고, 여행 방식의 차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결혼한 이후로 모든 여행지를 와이프랑 함께 가게 되더라고요. 근데 확실히 같이 여행을 가면 서로에게 집중을 하다 보니, 그 여행지와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이전보다 감소하긴 하더라고요. 혼자 여행을 가면 보는 것과 생각하는 모든 것이 새로운 거니까요. 심지어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신기하잖아요. 어썸스쿨을 시작하기 전 제가 제일 큰 영감을 받았던 때는 인도에서 혼자 여행을 했을 때였어요. 

2013년 12월 24일에 출국을 해서 인도로 향했어요. 인도 여행 중, 1월 1일에 명상센터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 찾던 중에, 우연히 바라나시에서 혼자 여행하던 여성분이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보드가야'라는 성지가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저는 ‘바로 이곳이구나!’하고 갔죠. 그때 여행 룸메이트였던 프랑스 친구랑 같이 명상을 했는데, 그 친구는 나중에 정말 출가를 해서 깜짝 놀랐었어요.


인도 여행 중 만난 프랑스 친구


당시 저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어요. 그중 하나가 아까 말씀드린 교육자 커뮤니티 Stori였어요. Stori가 투자를 받기 시작하면서,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살아야 할지 고민하기 위해 인도에 갔던 거죠. 그런데 그 진지한 고민을 하기 위해 인도 보드가야의 명상센터에 있는 순간까지도, 계속 핸드폰으로 알림이 울리는 거예요. 다양한 일을 처리해달라는 알림이 명상을 하는 6시간 동안 끊임없이 왔어요. 결국 명상을 접고 인도의 피시방으로 달려갔어요. 피시방에서 업무를 해결하는데, 인터넷이 너무 느려서 메일 전송을 실패했어요. 피시방을 나오는 순간에 너무 화가 났어요. ‘와, 내가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고 인도에 왔는데, 이게 뭐 하는 거지?’ 

그때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어요. ‘내가 현재 쥐고 있는 것을 놓지 않고는 새로운 것을 쥘 수 없는 거구나. 이제 다 내려놓고 평소에 하고 싶었던 걸 해보면서 살자.’ 만약 하고 싶은 일이 잘 되지 않더라도, 돈은 다시 알바하면서 벌 수 있으니까요. 이제부터는 무조건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돈이 되기는 하지만 저를 괴롭히는 것들을 다 정리했어요. 그런 다음, 어썸스쿨 전 대표님께 “이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어썸스쿨에만 올인하겠다”라고 말했죠. 그렇게 어썸스쿨과의 인연이 시작된 거예요.


슬럼프나 회의감이 찾아올 때 극복하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슬럼프나 회의감은 시시각각 찾아오는 것 같아요. 슬럼프가 찾아올 때는 맨 처음 이 일을 시작했던 이유를 제 자신에게 상기시켜요. 이 노하우는 대학교 때 IT 사업 InsFire를 하면서, 정확하게는 사업이 망하면서 얻게 된 교훈이었죠. InsFire는 하드웨어 제품과 스마트폰을 연동해서 집에 있는 반려동물을 돌보는 제품이었어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밥을 줄 수 있고, 카메라가 돌아가면서 동물을 관찰하고, LCD로 동물에게 콘텐츠도 제공하는 제품이었어요. 특허 등록도 해서 우리나라 대표로 독일도 갔다 오고, 나름 잘 되기도 했어요.  

대학교 당시의 저는 창업이 경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 사업이 이렇게까지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게다가 InsFire가 이제 투자를 받고 본격적으로 시작을 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는데,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는 거예요. 그 이유는 제가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서예요. 이 사업이 단순히 돈이 될 것 같아서 한 거죠. 공감 없이 비즈니스적인 접근으로만 이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힘든 순간이 왔을 때 그걸 이겨낼 만한 힘이 없었어요. 정작 상도 받고 성과를 이루고 나니 이 사업을 계속할 이유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폐업을 했어요. 나중에 절에서 명상을 하면서 이 사업의 경험을 곱씹어보며 깨달은 게 있어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을 따라가고 싶다’는 거였어요.


창업대회에서 InsFire  제품을 설명하고 있는 지섭님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맨 처음 어썸스쿨에 들어갔을 때 왜 이걸 하고 싶었던 건지를 생각해봐요. 이 사업을 왜 하는지, 이유와 동기를 단어 하나로 정의하고 뼛속까지 이해하는 데에 정말 오랜 시간을 투자했어요. 반려동물을 위한 InsFire 제품을 만들 때와는 다르게, 어썸스쿨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고 포기할 수가 없어요. 망하는 것과 포기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잖아요. 망하면 망했지, 포기는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해요. 어썸스쿨이 힘들어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신념과 가치 때문이에요. 신념이 없다면, 일찍이 포기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비전과 미션이 저를 지속시키는 것 같아요. 그게 없으면 지금 절대 안 하죠. 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쉴 때는 무슨 일을 하시나요?

제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짜증이 났었는데, 최근에 처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사우나를 갔는데 너무 좋았어요. 사우나를 가서 때를 미는데, 너무 천국 같은 기분을 느끼며 ‘왜 여태 이걸 몰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신을 하고 계란 두 개에 식혜를 마시면, 쌓였던 게 확 내려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혼자만의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요. 나름대로 건강하고 긍정적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어서 행복해요. 


학교와 헤이그라운드에서 다양한 체인지메이커들을 만나고 계시는데요. 지섭님은 ‘체인지메이커’를 어떻게 정의하고 싶으신가요?

지난 2월에는 체인지메이커 본인에게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체인지메이커들이 해결하려는 사회문제나 세상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중요한 것은 '사회 문제가 정말 해결되고 있는가'라고 생각해요. 실제적인 변화를 세상 사람들이 느껴야 되는 거잖아요. 내가 무언가를 했는데 그 문제에 변화가 없다면 그건 사실 자기만족이거든요. 문제를 해결하려는 개인의 의지와 만족을 넘어서, 실제로 수혜를 받는 사람들이 있어야 진정한 체인지메이커라는 생각이 들어요. 헤이그라운드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자 공동체이죠. 



사회 초년생이나 취업 준비생들에게 해 주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사람은 자신이 언제 행복한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어떤 커뮤니티에 있을 때 행복한지, 어떤 친구들과 있을 때 행복한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취준생 분들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일을 하는지, 누구와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공동체의 느낌을 좋아하는지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이 모든 것이 맞지 않는다면, 그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결국 버티는 거예요. 적어도 내가 이걸 하는 게 행복한지를 안다면, 버티는 걸 넘어 일이 희망이 될 수 있겠죠.



어썸스쿨 홈페이지: http://awesome-school.net/

어썸스쿨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awesomeschoolnet/

어썸스쿨 블로그: https://blog.naver.com/awesome-school_



헤이그라운드는 체인지메이커들의 여정이 즐겁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의 발자취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길 바랍니다.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허가를 받아 작성한 게시물이며, 저작권은 게시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By 헤이그라운드 Community Manager 이맑은샘

keyword
magazine HeyPeople
소속루트임팩트
헤이그라운드의 브런치입니다.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